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다람쥐 Jan 07. 2023

국회해설사는 자기 일에 만족할까

| 국회체험관 예약 |

 국회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대단한 용무가 있어서 들어간 것은 아니고 초등학생 아이의 국회체험관 예약을 위해서였다. 


 아이는 독후활동의 일환으로 엄마 일기장 함께 보기, 편의점 음식으로 요리하기, 세계지도에 사진 붙이기, 대전 여행 다녀오기를 완료한 시점이었다. 그다음 독후활동은 무엇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사회 수업이 어렵다고 했던 아이의 말이 떠올랐다. 교육적 의도가 충만한 활동을 끼워넣기 위해 호시탐탐 엿보고 있던 나였다. 아이가 사회시간에 어려워했던 내용과 연관된 활동이 좋겠다 싶었다. 


 국회체험관, 본회의장 참관 예약을 마친 뒤 국회가 하는 일을 잘 알려주는 어린이용 도서를 찾아보았다.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게 설명된 <국회의원 서민주, 바쁘다 바빠!>라는 책을 골랐다. 엄마와 함께 하는 나들이를 아이가 좋아하기에 망정이지, 같이 나가기 위해서 읽는 게 아니라면 거들떠보기나 할까 싶은 종류의 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책 제목을 흘깃 본 아이는 안 읽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갈구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내가 읽었을 때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을 말해주었고, 아이는 소파에 앉아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독후활동이 아니라 활동전독서를 한 셈이었다.  


 

차마 질문을 하지는 못했다 |

 국회의사당역에 내려 국회체험관이 있는 국회박물관까지는 한참을 걸어야 했다. 저기 보이는 건물인가 싶으면 그 뒤로 또 다른 건물이 있고, 이제는 여기가 맞겠지 싶으면 모퉁이를 돌아야 했다. 지도앱을 보면서도 이렇게 헤매기는 쉽지 않을 텐데, 길치로서의 내 역량은 언제 어디서나 빛이 났다.


 가까스로 예약시간에 맞추어 들어간 체험관에서는 가상으로 국회의원이 되어 법을 만들어보는 의정체험이 진행되었다. 우리는 본회의장과 유사하게 구현된 장소에서 스크린 속 재연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입법 제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했다. 전자모니터에 뜨는 '찬성', '반대', '기권' 중 하나를 골라 터치했고, 스크린 속의 국회의장은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투표한 결과를 반영하여 '가결되었습니다', 혹은 '부결되었습니다'를 말했다.


 30분가량의 체험을 마친 뒤, 본회의장 참관을 위해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했다. 본회의장 참관은 방청석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설명을 마칠 때가 되자 질문을 받겠다는 해설사의 말에 나는 움찔했다. 그렇지 않아도 해설을 듣는 내내 궁금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마 용기를 내진 못했다. 내가 궁금한 것은 국회 참관해설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요건이었는데, 그걸 물어볼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다.



| 그녀는 국회해설사라는 일이 존재한다는 걸 언제 알았을까 |

 요즘 나는 어디를 가든 '저 사람은 어떻게 저 일을 하게 되었을까?'를 생각한다. 국회 참관해설사는 이 세상에 그런 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을까. 국회직 공무원에 참관해설사도 속하는 걸까. 체험을 마치면 주는 기념품 구입 및 관리도 참관해설사의 업무 중 하나일까. 궁금한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엄마가 참관해설사의 직무 만족도를 궁금해하고 있는 동안 아이는 국회 앞마당에 남아있는 눈을 가지고 놀기에 바빴다. 조금이라도 눈이 남아있으면 저걸 가지고 어떻게 놀아볼까 궁리하는 아이에게 굳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고민을 나누어주지는 않았다.


 이 날의 체험은 아이와 내게 각기 다른 것을 남겼다. 아이는 내가 펼쳐 놓은 신문에서 국회 사진이 보이면 "어! 저기 가봤었는데!" 하며 반가워하게 되었고, 나는 체험예약을 위한 방문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았던 국회홈페이지에 한번 더 들러 채용공고를 훑어보게 되었다. 뭘 어찌해보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몰랐던 일자리의 종류를 눈에 넣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국회에서 기념품으로 받아온 장바구니를 한번 흘깃거리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야기는 힘이 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