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윈지 Feb 27. 2024

한라산 김치볶음밥과 구찌 선물

아주 많이 먹고 아주 웃기는 아이들과의 일상

 나는 요리를 굉장히 못한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절대 우리들의(수많은 요린이 동지들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한다.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오리고 붙이고 노력했지만… 모양도 맛도 모두가 생각했던 그 모습이 아닌 순간을 마주할 때의 그 망연자실함...

 요리를 하는 누군가의 옆에서 뭐라도 도와주려고 나서면, 마치 그 사람의 술술 잘 풀리는 요리 과정이 질투 나서 일부러 미션 실패를 노리며 방해하는 사람처럼 뭐든 하나는 엉망진창으로 망치고 나서야 내 자리로 돌아와 눈치 보며 얌전히 앉아있는 민망함...


 여태껏 요리는 안 해도 되는 영역이었고, 그래서 못하기도 했지만,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멋들어지게 망쳐서… 그래서 안 하고 못했다. 올해 지금까지 못하고 안 했던 일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면서 요리에 조금씩 도전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밀키트가 너무 좋은… 요린이다.


 요즘 제법 요리에 도전하는 이런 나의 변화를 가장 좋아하고 반기는 사람은… 바로 우리 집 꼬맹이들이다. 내가 음식을 만들어낼 때마다 우리 아이들은 마치 엄마가 미술 작품이라도 만들어내는 듯 박수를 치고 엄지 두 개를 어깨보다 높이 들어 마구 흔들어주며 최고최고를 날려준다. 시키지 않아도 사진을 찍어 남긴 뒤 먹기 시작하고 음식을 한입 넣은 뒤에는 마치 광고라도 찍듯 하이톤의 감탄사를 연신 내뱉으며 싹싹 비우고 또 비웠다. 요린이 엄마는 그 덕분에 하루하루 자라났다.

(물론 최근 당근라페와 초코브라우니는 크게 망해 못 먹는 음식을 만들기도 했지만..)




 아무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춤추다가도 쉬고 싶고 춤추는 것도 지겨워질 때가 있지 않은가… 엄마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라면 끓여주고 배달음식 시켜주고 싶은 날이 있지 않은가… 딱 그런 날이었다… 아이가 “한라산 김치볶음밥”을 들이민 날이…


다른 여러 곳에서도 레시피가 있긴 했지만, 아이에게 출처를 물으니 경기도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냠냠 쩝쩝 꿀꺽>이라는 곳의 레시피였다.

 


재료 : 김치, 밥, 스팸 or참치, 계란, 피자치즈, 식용유,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대파, 후추, 참기름, 김가루

1. 달걀과 피자치즈를 넣고 잘 풀어줘요.
2.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대파를 넣어 노릇하게 볶아요.
3. 볶아진 파에 김치와 햄or참치or둘다 넣고 볶아요.
4. 간장, 고춧가루, 후추를 넣고 간을 해줘요.
5. 밥과 김가루를 넣고 잘 섞어 볶아요.
6. 마지막에 불을 끄고 참기름 한 스푼을 넣어요.
7. 볶음밥을 모아 봉우리를 만들고 가운데 홈을 파 길을 만들어줘요.
8. 볶음밥 위로 준비한 달걀을 붓고 약불에 서서히 달걀을 익혀 완성해요.
9. 한라산 김치볶음밥 완성!!


같은 비주얼이 나왔나요? 맛있게 먹어요~^^

비주얼이 많이 다른가요? 더 맛있게 먹어요~^^

 


 사실 김치볶음밥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관건은 한라산 용암이 분출하는 듯한 그 비주얼을 완성할 수 있는가… 계란은 태우지 않고 알맞게 익혀낼 수 있는가… 아이들이 먹을 만큼의 맵기 조절이 가능한 것인가… 뭐 이런 것들…

정말 쉽고 맛있어서 내껀 남지 않아 못먹는 한라산 김치볶음밥

 밥 4 공기와 달걀 5개를 넣은 4인분의 한라산 김치볶음밥이 완성되었다. 아이들 둘이서 싹 다 먹어버렸다. 와… 배 안터지니? 모자라서 하트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와… 또 다 먹었다. 맛있게 먹으니 나는 먹지 못했고 수저에 붙은 밥만 떼어먹었다.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어서 눈물 나게 기뻤다.

 



 남편의 생일… 아이들은 방학 동안 열심히 집안일하며 모은 돈으로 남편에게 선물을 해주었다. 집안일을 하다 보니 아빠 속옷이 낡은 것이 눈에 뜨였나 보다. 둘이 돈을 모아서 아빠 속옷을 사주고 싶다고 해서 주문해서 주었더니 이렇게 변신해 있었다.

구찌 속옷 입는 남편

 구찌가 좋은 건 어떻게 알고… 마음만큼은 명품 속옷을 사주고 싶었던 것일까? 웃기고 싶었던 건 아니지?



우리 집 아이들은 참 웃기다. 계속 이렇게 많이 먹고… 웃기는… 그런 아이들이었으면 좋겠다.


덧, 한라산 김치볶음밥 강추요^^



매거진의 이전글 땡!! 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