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학교에 빈자리가 많다. 오지 않고 오지 못하는 아이들… 그러다가 결국 떠나는 아이들… 자신만의 명확한 신념이 있고 꿈이 있어서 이 자리에 없는 것이라면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빈자리를 남겨놓은 대부분 아이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힘듦과 아픔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유로 학교에 오지 않고 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학교에 왔지만 자기 반에 들어가지 못해 상담실이나 보건실에 있다가 귀가하는 아이도 있고,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없이 지내다가 돌아가는 아이도 있다. 매일 급식실에 가지 못해 점심 식사를 거르고 지내다가 하교 시간인 4시가 넘어서야 집에서 점심밥을 챙겨 먹기도 한다.
아이들이 왜 점점 더 힘들어지는 걸까? 원래 그랬던 것을 내가 몰랐던 걸까? 내가 어릴 적에는 나도 같이 어렸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걸까? 교사가 되고 엄마가 되니 그런 아이들이 더 많이 마음이 쓰이고 보이는 걸까? 정말 많은 아이가 아프고 힘들다. 아이들은 이렇게 학교를 졸업할 것이고 사회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 아이들은 어디서 어떻게든 잘 적응하며 살 수 있을까? 학교를 벗어나면 오히려 나을까? 많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런 시절을 겪었던 한 사람으로, 그런 시절을 겪고 있는 아이의 엄마로, 그런 시절을 겪고 있는 아이의 교사로... 마음이 참 무겁다.
엄마가 된 후에 교사가 된 나는, 학교의 아이들을 엄마의 마음으로 보고 우리 집 딸들을 교사의 마음으로 볼 때가 종종 있다.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몇 가지의 교육 철학 중에 단연 최고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로 자라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굉장히 소박하고 평범해 보이는 이 소망이 아이들 하나하나를 마주하고 있으면, 절대 평범하지 않은 실로 큰 욕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적응 장애’라는 명칭을 얼마 전 처음 들었다. 요즘에는 대학교에도 부모님이 전화해서 교우 관계 문제를 겪고 있는 자식의 상담과 해결을 요청하기도 하고, 회사에는 신입사원의 문제를 해결하려 찾아오는 부모님이, 학교에는 신규 교사의 문제를 대신 해결하려는 부모님이 계시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적응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크고 작은 ‘적응’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나 자신과 아이들에게 얼마만큼의 배움과 적응의 시간을 내어주고 있을까?
새롭게 이사한 동네와 옮긴 직장에, 새로운 해와, 새로운 학기에... 새로운 계절과 새로운 나이에... 새롭게 생겨나는 신문물에... 새롭게 맺게 된 사람과의 관계에...
평온했다가 일렁였다가 솟구치는 나의 감정에, 갑자기 차가워진 옆 사람의 태도에, 무거워진 팀과 반과 전체의 분위기에...
코끝이 시린 아침 공기에... 비가 올 것만 같은 날씨에... 주말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기뻐가지만 몸은 지쳐가는 현실에...
적응은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늘 필요하다. 공간에, 시간에, 관계에... 우리는 다 떠올릴 수도 없는 많은 것들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저마다의 힘듦과 아픔이 있다.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 있고 참기 힘든 순간도 있다. 나를 태우거나 소모하지 않고, 피해버리거나 도망치지 않고, 그렇다고 홀로 버티거나 방치하지도 않고...
어렵지만, 그렇게 '적응'에 시간을 내어줄 수 있기를...
그 소중한 용기가 생겨나기를... 바란다.
나도, 당신도, 너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