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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Oct 24. 2024

체육대회로 한 뼘 성장하길 바라며...

이마엔 땀방울!! 마음엔 꽃방울!!

 지난주,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저질체력의 나에게는, 영혼이 안드로메다로 가출한 한 채 버텨낸 한 주였다. 체험학습(경복궁과 인사동 가을 소풍)과 체육대회(가을 운동회)가 연속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반 내 불협화음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서로 탓하며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학교에 안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상담에 상담을 거듭하고 배려와 소통에 대해서 지도하고... '참 힘들다.. 어렵다...' 생각하다가...


 문득 이 힘든 시간으로 아이들도 성장하고 나도 성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때론 희생하고, 봉사하고, 질서를 지키고, 박수를 보내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어찌 보면 공부만 해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을... 학교생활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배워나가는 귀중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벌써 몇 년 전 일이 되었다. 나를 쏘옥 빼닮아 달리기를 못하는 첫째 딸아이는 학교에서 반 전체 이어달리기를 하는데 자기가 너무 느려서 반 친구들에게 미안해하고 힘들어했다. 그리고 초코파이 한 박스를 나에게 사달라고 하더니 포스트잇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메모를 적어나갔다.

"얘들아, 달리기가 느려서 미안해, 그래도 열심히 해볼게. 우리 함께 파이팅 하자!!."

울보 엄마는 또 울컥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라며.. 함께 응원해 주었다. 모두가 모든 방면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거니까...


 돌이켜보면 어떤 친구는 달리기를 잘하고, 어떤 친구는 응원을 잘하고, 어떤 친구는 뒷정리를 잘하는데... 잘하는 것을 칭찬하기보다는, 달리기를 못하고, 응원을 못하고, 뒷정리를 못하는 친구들을 서로 공격하기 바빴고... 나 또한 잘하는 아이들을 칭찬하기보다는, 못하고 안 하는 아이들을 독려하고 지도하느라 바빴다.

 

 반 깃발을 제작한다며 몇 날 며칠을 등교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하교 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가면서도 즐겁게 참여해 준 화가 아이들... 중국어 담임선생님이라고 최강 O반을 중국어로 써서 씩씩하게 깃발을 들고 입장해 준 기수... 계주에서 꼴찌를 했지만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해 결승선에 슬라이딩하며 들어온 계주 선수 친구들... 내 딸아이처럼 몸이 마음처럼 안 따라주어 힘들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참여해 준 많은 친구들과... 음정박자 무시하고 함께 떼창을 부르며 즐거워하던 아이들... 다른 반 쓰레기까지 열심히 치우고 정리해 준 보석 같은 아이들...


 김창완밴드의 '개구쟁이' 노래 가사가 생각났다.

"이마엔 땀방울~마음엔 꽃방울~"

다음번 체육대회에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과 마음에 피어나는 꽃방울을 많이 더 많이 봐줄 수 있는 내가 되기로... 다짐해 본다.


우리의 체육대회가

싸우고 울고 지지고 볶고 힘들긴 하지만(역시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법인가... 얼마나 들 더 크려고...),

열정이 샘솟고
마음의 성장과 배움이 있는
그런 순간이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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