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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Mar 16. 2024

반장선거(회장선거)

되면 좋고.. 안되면 더 좋은 경험이 될거야...

 새학기가 시작된 첫째 주, 하루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강아지처럼 달려나오는 둘째가 나를 보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처음으로 낙선의 쓴 맛을 본 날이었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나조차 아직도 반장, 부반장이라는 명칭이 익숙하다. 하지만 요즘 학교에서는 반장, 부반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학급 회장, 그리고 학급 부회장이라고 칭한다. 바뀐 명칭을 모르는 어른들은 "부회장 됐어요."라고 하면 학교의 전교 부회장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학급 부회장을 말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학교도 내가 있는 학교도 새학기 학급임원선출을 마쳤다.


 초등학교 1,2학년은 학급 회장과 부회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3학년부터 임원을 뽑기 시작하는데... 요즘에는 이마저도 임원을 돌아가면서 모든 친구들이 해볼 수 있도록 하게 하는 학교가 많아서 학급임원선출이 아예 없는 학교도 많은 듯 하다.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잘 지내고 즐겁게 학교 생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첫째에게 3학년부터 학급임원 선거에 도전해보라고 열심히 꼬셔보았지만 아이는 매우 단호하게 싫다고 했고, 추천을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자신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마다하기도 했다. 아이가 싫다고 하니 별수없이 포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작년 5학년 2학기에 스스로 부회장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아이 초등학교의 경우 학기별로 여학생 회장, 남학생 회장, 여학생 부회장, 남학생 부회장 이렇게 4명의 임원을 선출한다) 용기를 낸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당선까지 되어와서 정말 깜짝 놀라고 감격스러웠다.

 

 아마 둘째는 언니도 당선된 임원이니... 엄마도 이렇게 해보라고 하니... 처음이기도하니...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열심히 선거공약을 써서 연습도 하고 하루종일 긴장하며 지냈을터인데,, 그렇게 도전했던 선거에서 탈락했으니... 그날 하루는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주룩주룩 날만했다. 그리고 속사정을 들어본 나는 귀엽고 깜찍한 상황에 웃음이 났다. 둘째 아이의 반에는 여학생이 10명이 있는데 여학생 10명 모두가 회장선거에 출마했다고 한다. 하하... 너무 귀엽지 않은가... 옆 친구도 하고 싶다고 하고 앞 친구도 하고 싶다고 하니... 모두가 손을 들고 서로 하겠다는 임원...모두가 1표 2표씩을 사이좋게 나눠갖은 이 풍경을.. 상상만해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담임으로 있는 학교는 어제 학급임원선거를 했다. 선거에 출마하는데까지 중학생 아이들은 얼마나 고심하고 숙고하고 마음을 갈팡질팡하는지 모른다. 아마 우리 둘째아이같은 경험이 쌓여서 어렵사리 용기는 내었으나 혹여 떨어져서 받게될 상처가 겁나고, 다시 본인을 힘들게 하지 않을까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않을까싶다. 그래서 담임교사인 나는 우리 학급의 임원선출을 할 때마다 당선된 아이들에게 많은 축하와 앞으로 잘해보자는 응원을 보내지만, 늘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용기를 내어 선거에 나왔지만 당선되지 않은 친구들의 마음이다. 


그리고 그건..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줄곧 학급임원이었다. 중3전까지... 나는 매우 똑부러져서 부러질것처럼 딱딱하고 새초롬한 아이였고, 나는 바뀐 것이 없었지만 친구들은 사춘기를 거쳐 한해한해가 지날 수록 리더의 기준이 바뀌기 시작했다. 앞에서 진두지휘하며 끌고가는 회장보다는 다독이며 함께 나아가는 회장을 선호했다. 지금은 그것이 더 멋진 리더의 모습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중3 반장선거에서 나는 거의 표를 받지못하고 외롭게 탈락했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 때문에 고등학교에 가서는 다시 회장선거에 도전하지 못했다.


 극복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그 시간 역시 나에게 필요하고 고마운 시간이었다는 것을 안다. 함께 어울리고 함께가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고 실패를 할 수도있고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없기도 하다는 사실에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시간이 되었으니...




 많은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출마했지만 당선되지 못한 모든 친구들이 탈락과 실패의 상처를 딛고 더 멋진 도전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당선이 된다면 좋은 경험이 될테고... 당선되지 않았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경험이 될거라... 그리 믿고있기 때문에...


도전보다 더 어렵지만
더 값지고 멋진 재도전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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