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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행기타는S Feb 05. 2022

승무원 이야기_3.승무원의 생존전략




1. 간편식량

컵라면

어느 나라건 뜨거운 물을 데울 핫팟이 있다. 팟이 없다면 최소 커피머신기는 있기에

캡슐이나 원두를 생략하고 뜨거운 물만 내려 컵라면 위에 부어 먹을 수 있다.

제일 간단한 식사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한 끼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용이한가.


어느 날 미역국라면이 유행이라 그 라면을 챙겨 비행을 갔다.

방금 떠나온 한국인데 왜 매운게 땡기는가.

미역국라면을 꾸역꾸역 입에 쳐넣으며 후회에 후회를 거듭했다.

가방을 뒤적거리며 고추장을 찾아 면 위에 찹찹 발라 후루룩 먹는다.

미역국 라면을 경험한 뒤로 나는 매운 신라면이나 불닭볶음면을 꼭 챙긴다.


햇반

호텔마다 사용할 수 있는 전자레인지가 있다.

호텔 로비에 있는 경우도 있고, 라운지에 비치되어 있기도 하다.

햇반에 김, 기내에서 주는 볶음고추장 이 세 조합이면 천상의 맛이다.


2. 현지음식

나는 한식파다.

신혼여행으로 하와이에 갔을 때 단 한번도 양식을 먹지 않았다.

비행을 워낙 자주다니다 보니 현지음식을 경험해볼 만큼 해보았기에 큰 호기심이 없었고,

완전 완전 시골 한식파 남편 덕분이었다.

3박4일 스케줄 중에서 한 번정도는 현지음식을 먹는다.

미주나 구주 호텔 근처에는 햄버거나 스테이크 등 양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많이는 아니고, 적어도 한 끼 정도는 먹는다.


동남아는 한 끼 이상 먹는다.

물가가 워낙 저렴하기도 하고 한국인 입맛에도 알맞다.

베트남에 가서 1-2만원이면 한국에서 먹는 5-6만원 이상의 가성비를 낼 수 있다.

그 와중에 현지 맛이라니...정말 맛있다.


코로나 19로 비행을 쉬고 있는 요즘

많은 승무원들이 앓고 있는 병이

'동남아 음식병' 일정도니까.


3.배달음식


우리나라에 '배달의 민족'이 있듯이

외국에도 배달문화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구주에서는 대부분 현지를 즐기러 외출해 식사를 하지만

미주나 동남아에서는 호텔콕을 하거나 현지인처럼 대충 끼니를 떼워먹는 경우가 많다.

근처 슈퍼에 가서 장을 보거나 공원산책을 하거나 말이다.

구주에서는 사용해 본적은 없지만

미주나 동남아에서는 배달음식을 곧잘 주문해 먹는다.

미주에서는 우버이츠를 사용하고 동남아에서는 그랩을 이용한다.

방식은 한국과 같다.

다만 택스가 붙어 예상했던 금액보다 엄청난 토탈피를 내긴 하지만

이 것 역시 한국과 다르진 않다.

미주에 오면 꼭 먹고 싶었던 현지음식이 있는데 나는 치폴레를 가장 좋아한다.

멕시간 음식점인데, 과카몰리와 낫쵸 샐러드보울을 먹으면 정말 행복해진다.

24시간 뜬 눈으로 걸어간 미국에서 기어코 치폴레를 먹고 잠들어야만 한다는 나의 신념은 말릴 수가 없다.


또한 한식이나 일식, 중식도 많기때문에

밥, 탄수화물이 그리울 때면 주문해 먹곤 한다.

물론 맛은...보장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주문해 먹는다.

왜냐면, 한국인은 밥심이니까.


4. 요즘은?


코로나 19로 외출이나 배달음식이 꺼려지기도 한다.

한국이 아니라서 엄습해오는 괜한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간편음식을 더 잘 챙겨가곤 한다.

코로나 19로 검역이 더욱 철저해지는 바람에

미국 검역직원들이 불닭볶음면의 '닭'을 한글로 읽을 수 있게되어

온갖 간편음식들에 써있는 성분표를 샅샅히 뒤지며 '닭'글자를 찾거나

라면봉지 겉면에 그려진 닭그림이나 고기사진을 찾아 '반입금지!'를 외치기도 한다.


'너희 호텔에서 못나오지? 불쌍해서 통과시켜주는거야.'

하는 특이하고 착한(?) 검역직원도 있다.


그리고 선식도 챙긴다.

식욕이 그리 많지 않은 나는 수면욕이 식욕을 앞선다.

끼니를 거르는건 일상다반사.

배가고파 죽을 때 즈음 일어나 식사를 해결하는 나는 선식이 좋다.

언젠가 알약 하나로 하루의 끼니를 대체할 날을 기다리며 나는 선식에 비건우유를 넣고 잘 섞어 마시곤 한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트렌드는.... 장비 챙기기다.

'쿠커'라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요즘

많은 승무원들이 캐리어안에 쿠커를 챙긴다.

컵라면 대신 봉지라면을 넣고, 햇반 대신 떡볶이를 챙겨간다.

예전처럼 여럿이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하진 못하지만

방안에 혼자 처박혀 그럴싸한 한 끼를 준비해 먹는다.

모두 쿠커 덕분이다.

쿠커에 해먹을 수 있는, 그리고 검역에 위반되지 않는 음식을 구비해 외국으로 떠난다.


물론, 쿠커의 전력이 멀티탭으로도 해결 할 수 없을만큼 외국의 전력과 맞지않아

물 끓는데 적어도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쿠커를 가진 나는...

아직 불어터진 라면만 한 번 끓여먹었을 뿐이지만..

새 쿠커를 준비한 나는 다음달에 이 것을 챙겨가 꼭...떡볶이를 해먹을 예정이다.






외국에서 며칠간의 생활이 즐겁기도 하지만

생존을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유쾌하지 않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체력을 정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현지에서의 관광이나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

시차를 어디에 맞추어야 할지, 적응해야할지 말지, 언제쯤 잠에 들어야할지 헷갈리고,

밤을 꼴딱 샌 채로 비행기에 몸을 싣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오늘 점심에 라면과 저녁에는 베이글 반쪽을 먹고나니

비행을 가서 외국에서의 식사가 떠올랐다. (어쩌면 그리웠다.)


호텔 어둑한 방 안에서

누가 가둬놓은 것도 아니고 갇힌 것도 아니면서 꼭 은둔한 사람처럼

노오란 작은 조명 앞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던 처량한 모습이 문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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