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책 한 권
소설 '아주 보통의 연애'와 산문집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들로 유명한 백영옥 작가의 2018년도 출판된 에세이집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는 방대한 독서를 통해 수집한 인생의 문장들에 작가만의 위로와 공감을 담아낸 책이다.
이 책에는 국내외 39개의 책의 내용이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면서 '어 나도 이 책 읽었었는데'라며 혼자 내면적으로 기뻐하거나, '이 책은 다음에 빌려봐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꼭 읽어 야지'라고 다짐한 책들 중에서도 나의 원픽은 인자이 미즈마루가 쓴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이라는 책이다. 인자이 미즈마루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 단골로 등장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그는 마음을 다해 대충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책에 상세히 적고 있다.
'저는 뭔가를 깊이 생각해서 쓰고, 그리고 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면 대충 한다고 바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만, 대충 한 게 더 나은 사람도 있답니다. 저는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지 않으려나요'
이 내용에 대해 백영옥 작가는 '최선을 다해 대충 산다는 말은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과정에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는 아님 말고~하는 유연함이 있어야, 이 불확실한 시대에 허우적대지 않고 헤엄치듯 살 수 있을 거'라 말한다.
살면서 '힘내. 파이팅. 넌 할 수 있어'라는 열정적인 응원을 많이 받게 된다. 하지만 그런 응원이 응원받는 사람의 마음에도 열정을 불러일으키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과중한 부담으로 몸과 마음을 더욱 경직되게 만들어 더더욱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저자는 물에 빠졌을 때 몸에 힘을 주고 허우적대면 점점 깊이 빠지게 되기에 힘을 빼야만 물 위에 떠오를 수 있다는 표현으로 '그래 쉴 때도 됐다. 힘 쭉 빼고 쉬어. 그냥 놔두는 게 더 좋은 일일 수도 있어'라는 식의 지금까지의 누군가와는 다른 방식의 위로를 건넨다.
모든 힘을 다 써보고도 안돼서 주저앉은 사람에게 '힘내. 포기하면 안 돼. 여기서 멈추면 평생 루저로 살아야 돼'라는 말은 슬픔의 깊이만 더해줄 뿐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저자처럼 '앉아 있어도 된다고 괜찮다고 그 정도면 됐다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많아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에 조용히 읽은 책이지만 읽는 동안 조금은 떨어져 있는 거리에서 온기만을 전달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