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수생 Apr 17. 2022

온 가족의 코로나 확진기-(2)

4.1(금) 저녁 딸아이의 자가진단키트 2줄. 딸  열도 나고 기침도 나옴

4.2(토) 딸아이 선별 진료소에서 PCR 검사.  딸은 계속 미열이 있고 기침도 나오며 식욕을 잃음

4.3(일) 딸아이 확진 문자 받음. 나, 와이프, 아들 선별 진료소에서 PCR 검사. 딸은 계속 미열이 있고 기침도 나오며 식욕을 잃음.

4.4(월) 아들 확진 문자 받음. 나와 아내는 음성. 오후에 나도 미열이 있기에 혼자 자가진단키트 했으나 한 줄. 아들 39도의 고열. 밤에는 경련도 일어남. 딸과 아들 둘 다 식욕을 잃음. 나는 재택근무 시작함.

4.5(화) 나는 오전에도 열이 있고 잔기침이 있어 자가진단키트 했으나 한 줄. 딸은 점점 괜찮아짐. 아들은 계속 열이 나고 힘이 없어 잠만 잠. 여전히 둘 다 먹질 않음. 나와 아내 모두 기침이 심해지기 시작함.

4.6(수) 딸은 약간의 잔기침은 있으나 컨디션이 회복됨. 아들은 계속 잠만 잠. 식욕은 아직도 없음. 둘 다 살이 쪽 빠짐. 나와 와이프도 기침이 있고 컨디션이 점점 안 좋아지을 느낌.

4.7(목) 오전 나와 아내 자가진단키트 했더니 두 줄 나옴. 오후에 선별 진료소에서 PCR 검사. 딸은 괜찮아짐. 아들도 열은 다 내려감. 그럼에도 오전에는 계속 잠만 잠. 그래도 이제는 뭘 좀 먹기 시작함. 아내는 기침이 좀 있고, 나는 몸에 한기가 있고 근육통이 시작됨.

4.8(금) 나와 아내 확진 문자 받음. 나는 열은 내렸으나 몸에 한기가 있고 간지럼도 있으며 근육통이 심해짐. 

4.9(토) 0시 딸 격리기간 종료. 아들도 컨디션이 좋아짐. 아내도 괜찮아짐. 나도 점점 좋아짐을 느낌.

4.10(일) 0시 아들 격리기간 종료. 이젠 가족들 모두 아프지는 않은 것 같음. 밥도 엄청들 잘 먹음. 

4.11(월) 아이들은 등교 시작함.(스쿨버스)

4.14(목) 0시 나와 아내 격리기간 종료. 나의 재택근무도 함께 종료되어 출근 시작함.


4월 1일 만우절날 거짓말처럼 시작된 우리 집 코로나 확진 기는 총 13일의 기간을 거쳐 이제야 끝이 났다.  밖을 스스로 나가지 않는 것과, 나가지 못함의 극렬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2주간의 시간이었다. 초반엔 여기저기 아프기에 몸이 힘들었고, 후반엔 나가지 못하는 답답함에 마음이 힘들었다.

다행이라면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기에 방안에만 격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주택이다 보니 마당도 있어서 밖에 나가 풀도 뽑고, 햇빛도 쬐고, 마당에 돌아다니고 있는 주인 없는 고양이들도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주말엔 아이들하고 고기도 구워 먹으며 캠핑 분위기도 내면서 시간을 잘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벚꽃이 활짝 피어나는 이 설렘 가득한 봄에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 없음에 짜증도 많이 나고 예민해지고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처음 아이들만 코로나에 걸렸을 때 일주일 먹을 걸 사놓았었기에 식욕이 없더라도 매일 삼시 세 끼를 차려 먹었었다. 그러다 보니 며 칠 후 먹을게 모두 떨어져 가고 있었다. 그랬던 차에 처가댁에서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차 트렁크 한가득 우리가 먹고 싶은 걸 사서 왕복 2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서 직접 우리 집 대문 앞까지 배달을 해주셨다.

코로나로 인해 방 안에서 창문과 마당과 대문을 사이에 두고 인사만 하고 다시 돌아가시게 할 수밖에 없어서 죄송했지만, 그날 배달해주신 초밥, 떡볶이, 김밥과 각종 반찬들은 눈물 나게 맛있었다. 시골 주택에 살면 마당이 있어서 바깥 공기를 쐬며 답답함을 아주 조금은 덜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배달되는 음식이 없다는 건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 시골 주택의 최대 단점이기도 했다. 돈은 있는데 먹고 싶은 걸 먹을 수가 없는 그 기분도 참......

그래도 오랜 기간 크게 아프지 않고 넘어갔으며, 위에 쓴 것처럼 토요일은 장모님이 먹을 걸 한 아름 가져다주셨고, 화요일에는 처제네에서 국과 과일을 주고 갔으며, 그날 저녁에는 이웃집에서 동태탕을 한 냄비 대문 앞에 놓아주셨다. 걱정해 주시고 챙겨 주신 좋은 분들 덕분에 마지막 며칠은 몸보신까지 하며 푹 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팠고 답답했고 짜증도 났지만 그 와중에 가족들끼리 소소한 재미도 있었고 따뜻함도 느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또 이렇게 코로나 또는 그 와 비슷한 전염병으로 격리되는 일이 앞으론 절대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이젠 아프지 않고 마스크를 벗고 생활할 수 있는 코로나 이전의 활기참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온 가족의 코로나 확진기-(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