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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든 Oct 25. 2022

천천히 마음을 바라보는 일

네 번째 마음, 공개

안녕하세요. 김가든입니다.

가을은 순식간에 떠나간다고 얘기했는데, 가을 단풍 보기도 전에 거리에 나타난 겨울 옷차림에 당혹스러운 하루였습니다.


감정에 온도가 있다면 질투는 차가움일까요?

꽃을 시샘한 겨울의 추위를 우리는 꽃샘추위라고 부릅니다.

누구입니까? 가을을 이토록 시샘한 사람이

소나무님일까요? 단풍의 다채로운 색상 질투하여 차오르기 전에 세찬 추위를 불러오셨네요.

여름 씨입니까? 열정으로 세상에 활력을 불어넣었는데 '더워 죽겠다'는 핀잔만 들었다네요. 


추위는 온기를 앗아가서 잔인합니다.

쉽게 내뱉는 날숨 안에 무언가 상실이 있고, 무심히 마셔버린 들숨 안에 날 선 차가움 있습니다. 


10월의 첫째 날에는 변산반도를 걸었습니다. 

곰소항에서부터 변산 해수욕장까지 2박 3일 동안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매 걸음마다 손에는 24만 원 주고 샀으면서 괜히 비싸게 주고 샀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주변에 말할 때마다 가격이 바뀌는 신기한 카메라를 쥐고 있었습니다. 나의 필름 카메라에는 셔터 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은 없지만, 나는 우리가 변산반도를 걷는 걸음에서 셔터 스피드를 생각했습니다. 우리 마음의 셔터 스피드를 


(셔터 스피드를 최대로 높이면 제 아무리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라고 해도 순간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가장 낮게 낮춘다면 피사체의 흔들림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습니다.)


 사실 변산반도 한 바퀴 둘러보는 일은 차를 타면 1시간 만에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다 같이 택시 4대 불러서 이동하거나 렌터카를 빌려서 이동했다면 훨씬 편했을지도 모릅니다. 차로 1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는 길을 3일 동안 걸었습니다. 우리 마음의 셔터 스피드 최대로 낮춘 채로 구석구석 걸었습니다. 근심, 불안, 우울, 분노 같이 셔터막 빠르게 내리던 녀석들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한 장 한 장 천천히 그려낸 우리 마음에는 서로의 사랑스러운 모습들 있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뜨거운 햇살에 흐르는 땀방울, 해맑은 미소 참 사랑스러운 것들.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들도 여럿 그렸습니다. 밤나무, 감나무, 꾸지뽕나무 모두 자연의 성실의 결과입니다. 벌거벗은 갯벌의 수줍은 속살부터 해변의 파도와 돌멩이들이 울리는 기분 좋은 합주도 그렸습니다. 수평선 너머로 떠오른 태양과 저무는 바닷가 태양은 일출과 노을이라며 다르게 불리는 쌍둥이 같습니다. 셔터 스피드 2박 3일로 맞춰두고 부지런히 변산의 포즈들 마음의 잔상으로 남겼습니다.


 변산을 걸으면서 나의 마음에 쏟아지듯 들이치는 변산의 보물들을 모두 어떻게 처리하나 어디 흘리지는 않을까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릅니다. 알라딘 그 친구도 "열러라 참깨!!!" 소리치고 보물 창고 문을 열었을 때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요? 창고에 가득한 보물들 어떻게 다 가져갈까 얼마나 걱정했을까요? 알리딘의 마음을 생각해봅니다. 모두 가져가고 싶은 마음, 무엇 하나 흘리고 싶지 않은 마음은 감정에서까지 효율의 가치를 찾는 것 같습니다. 걱정하지 맙시다. 알라딘 보물 창고 그것도 옮기다 보면 끝이 있을 건데 세상 보물 창고는 평생을 옮겨도 다 옮길 수 없는 보물들이 가득하니까요. 흘릴까 넘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전쟁기념관 벤치에서 누워 낮잠을 자면서 바라본 하늘은 눈을 감기에 아까운 하늘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웃었습니다. 변산의 보물들 두고 올까 걱정했던 저의 모습이 생각나서.


초록 식물

평양냉면

장필순 


마음의 셔터 스피드 낮추는 비법입니다.

여러분의 비법도 기회가 되면 알려주세요. 


지난 마음에 보내주신 마음 덕분에 저는 눈물겹게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2년 10월 11일 어두운 저녁

김가든 쓰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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