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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현 Sep 24. 2021

서른이 넘어서 발견한 진짜 나를 찾는 소소한 방법들

- 흔들리는 카약에서 중심잡기 방법편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보다 내 주변 사람들의 기분과 눈치를 살피며 살았다. 아무도 내게 눈치주진 않았지만, 마음이 여리고 불안정한 성향이 점점 더 나를 타인에게 맞추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중심은 잡았지만 이미 겹겹이 포장지가 많이 둘려있는 내 진짜 모습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상향과 내 실제 모습이 다를 때는 마주하기 두렵고 싫은 마음도 들고, 포장지를 벗기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 첫 글에서 언급했듯이 내 포장지를 오히려 다 벗겨낸 진짜 모습을 사람들은 더 기다리고 좋아할 것이란 조언을 듣고 결심했다. 거칠고 서툴어도 내 진짜 모습을 찾아야겠다고. 



이 글은 올 한 해 포장지를 뜯어내고 좀 더 날것의 내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느낀 것들을 쭉 적어본 글이다.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적어두는 당부이기도.




1. 서른이 넘으면 진짜 내 얼굴을 찾을 수 있다. 20대 때는 내 얼굴을 찾기 위한 과정을 많이 거친다. 맞지 않는 옷도, 신발도, 친구도, 화장도 시도하면서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내가 진짜 좋아하고 잘 맞는 취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취향들이 모여 나의 정체성을 완성해간다. 실패도, 새로운 시도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봐야만 알 수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해보자. 도전이 두려워 가만히 있으면 영원히 제 자리에 있을 수 밖에 없다. 


2. 나를 옭아매고 가두는 착한아이 컴플렉스에서 벗어나라.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그 강박이 오히려 사람들과 나를 멀어지게 만들고 나를 없애는 두꺼운 가면이 된다. 조금 착하지 않으면 어떤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자연스레 보여주면 내 매력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내가 안달복달하면서 쩔쩔 매는 진짜 내가 아닌 모습으로는 누구에게도 호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 가까운 친구들조차도 나에게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부담스러워 진다. 사람은 완벽한 사람보다 부족해도 진실한 모습에 끌린다. 


3. 컴퓨터 용량을 위해 휴지통을 정리하듯이 마음의 용량 정리를 주기적으로 할 것. 마음 속에 좋아보이는 것을 다 담으면 정작 가장 좋은 것을 발견했을 때 담을 수 없다. 마음에도 용량이 있어서 그 용량을 넘는 만큼은 담을 수 없다. 진짜 좋은 것을 담기 위해서는 먼저 비워야 후에 좋은 것으로 채울 수 있다. 다이어트를 위한 디톡스보다 더 중요한 마음의 디톡스를 먼저 할 것.


4. 내일 행복하기 위해 오늘 그 행복을 조금씩 경험해서 에너지 쌓기. 불행과 좌절에 익숙해진 마음은 행복이 쏟아져도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내 마음에 매일 조금씩 행복을 경험시켜주기. 에너지가 쌓인 마음이 내일 내게 올 행복을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도록.


5. 내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여주고 이해해주는 최고의 친구가 되어주기.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내 의견을 굽혀야 할 때도, 감춰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외면당한 내 마음은 나 자신은 알아주고 이해해줄 수 있다. 내가 알아준 마음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지고, 타인을 상처입히지 않을만큼 따뜻해질 수 있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내 마음과 마주보고 나와의 대화를 하고 내 마음도 알아주기.





다른 사람들의 표정과 말, 겉모습에 예민하지 말고, 따라하지 말고 조금 재미없고 투박하고 못난 내 진짜 모습이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두에게 그저 그런 사람이 되기보다는, 적은 사람들이 내 편에 함께 서줄 수 있을만한 사람이 되자. 조금 더 니즈가 뾰족해진만큼 타겟의 호감도는 더 커진다는 마케팅의 원리도 관계에도 어느 정도는 적용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더 확실하게 사랑하고, 나 자신에게서부터 자유로워지는 내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니 발걸음에 더 힘이 실리고 자신이 생긴다. 그 변화를 주변 사람들도 느껴가니 관계도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이 연쇄작용이 나비효과처럼 나를 어디까지 데려다줄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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