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방 모던 프린세스
이 향이 내 취향이 아니라고 말할 순 있어도
이 향이 안 좋다고 말할 순 없어요
모던 프린세스라는 이름도 이름이지만 피치빛 드레스를 입은 듯한 병 모양에서부터 향을 맡으면 젊고 어린 공주가 떠올라요.
왜 대학 신입생 시절, 처음 반이나 동아리 들어갔을 때 눈에 띄는 여자애 있잖아요. 부잣집에서 잘 자라고 막 좋은 냄새 날 것 같고 그런 친구.
공부만 하다(응? 물론 공부만 한 건 아니었지만…) 느닷없이 성인이 된 우린 모두 아직 촌스러운데, 그 애는 이상하게 세련된 스타일에 세련된 애티튜드를 장착해서 남자들한테도 인기가 많아 질투나고 부러운 애.
전 지방에서 올라왔었는데 동네에서 스타일 괜찮다는 소리를 듣고 있었고, 나름 그에 대한 자부심도 약간 있었거든요. 근데 그 애를 보고는 넘사벽. 역시 서울 애들은 다르구나 생각했어요. 다 같은 긴머리 펌을 해도 그 애는 연예인 화보 속 헤어. 어느 샵에서 하는 걸까? 물어보고 싶을 정도. 똑같은 진을 입고 있어도 그 앤 유럽 스트릿 스타일 간지. 모야.
스타일만 세련된 게 아니었어요. 제일 부러웠던 건 애티튜드. 일단 뽀야니 예뻐서 자꾸 나도 모르게 힐끗거리게 되는 거예요.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하는 핑계로 자세히 뜯어봤는데 눈, 코, 입 하나 하나가 그렇게 그림같이 예쁜 건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그녈 예뻐 보이게 만드는 건 뭘까 싶었죠.
답은 그녀의 애티튜드. 듬뿍 사랑받고 자란 느낌이 가득해요. 일단 살짝 웃는 눈웃음을 24시간 장착. (잘 때도 그 얼굴로 잘 것 같은). 누가 뭘 말해도 항상 예쁜 말투로 말해요. 찐친하고 있을 땐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 ㅅ이나 ㅈ 섞인 말을 내뱉는 걸 들은 적이 없어요.
그렇다고 막 순딩순딩하기만 한 건 아니라서 적당한 내숭과 끼도 장착했구요. 거절도 능수능란. 할 말은 하더라고요. 하지만 밉지 않은, 사랑스러운 여우. 그 주변엔 늘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사람들로 북적북적한다는 느낌.
그 애가 움직일 때마다 아주 좋은 향기가 났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자기 살 냄새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향수 뿌리는 방법은 또 어떻게 알았을까 싶어요.
사랑스럽다는 말이 딱 맞는 향. 상큼한 사과향에서 신선한 프리지아향을 거쳐 부드러운 바닐라향으로 마무리되는 이 기가 막힌 조합. 달달하고 상큼한데 은은하기도 해요. 어느 하나 강하게 다가오지 않아 아주 매력적이예요. (조향을 정말 여우같이도 뽑아냈군요)
정말 예뻐서 나도 모르게 자꾸 힐끗거리게 되는 여자. 살짝 웃는 눈웃음에 같은 여자도 반해버릴 것 같은 여자. 그렇다고 막 순딩순딩하기만 한 건 아니라서 적당한 내숭과 끼를 장착한 여우. 하지만 밉지 않은, 사랑스러운 여우. 이런 매력은 어디서 살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