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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석현 Jun 07. 2024

뼈 때리는 이야기_17

살아가며 시비에 휘말리지 마라.

살면서 송사(訟事)에 휘말리는 것만큼 피곤한 일이 없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 학연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천하에는 두 개의 큰 기준이 있다. 그 하나는 시비를 따지는 (是非之衡: 옳고 그름의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이해를 따지는 (利害之衡: 이롭고 해로움의 기준)이다. 이 두 개의 큰 기준에서 네 개의 등급이 생겨난다. 가장 으뜸은 옳음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것(守是而獲利)이고 옳음을 지키지만 해를 입는 것(守是而取害)이 그 다음이다. 그릇됨을 따라가 이로움을 얻는 것(趨非而獲利)은 그 다음이며 가장 낮은 것은 그릇됨을 따르고 해를 입는 것 (趨非而取害)이다."


살아가며 시비(非: 옳음과 그름)와 이해(利害: 이익과 손해)만 따지고 실천해도 손해볼 일이 없으니 명심하는 것이 좋겠다.

1. 옳고 이익이 되는 일인지

2. 옳으나 손해가 되는 일인지

3. 그른데 이익이 되는 일인지

4. 그르면서 손해가 되는 일인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하고자 하면 못 할 일이 없고 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 또한 없다. 그만큼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 즉 의지(意志)가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생각해 본다면 세상을 살아가며 시비를 걸자면 시비 아닌 것이 없으며 시비를 걸지 않자면 시비인 것이 없다. 일부러 시비를 붙일 필요는 당연히 없거니와 시비에 끼어들지도 말고 자기 길을 가야 한다. 나 살기도 바쁜데 시시콜콜한 것과 시비를 할 겨를이 없다. 가급적 시비에 휘말리지 말고 내 인생을 살아야 한다. 시비에 휘말리면 훗날 두고두고 후회한다. 길다면 긴 것이 인생이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한 없이 짧은 것이 또한 인생이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걸 필요가 없다.


옛날 어느 마을에 고집이 센 사람과 책을 많이 읽어 나름 현명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이 시비가 붙었다. 한참을 다투었는데도 판가름이 나지 않자 둘은 현명하다고 소문난 고을의 사또를 찾았다.

"사또. 이 자가 그른 것을 옳다고 하니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니 사또.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분명 저잣거리에서 개가 고양이를 품고 있었으니 개가 고양이를 낳은 것이 틀림없는데, 저자는 아니라고 계속 우기기만 합니다."

사또가 물었다.

"지금 개가 고양이를 낳았다고 했는가?"

"네. 오늘 아침 근처에서 개가 고양이를 품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필시 그 개가 새끼 고양이를 낳은 것이 틀림없습니다."

"여봐라. 이 자는 풀어주고 아니라고 하는 저자에게 곤장을 쳐라."

"아니 사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찌 개가 고양이를 낳는단 말입니까?"

고집이 센 사람은 그를 비웃으며 자리를 떠났고 진실을 말한 사람은 억울하게 곤장을 맞았다. 곤장을 맞은 후 억울함을 호소하니 사또가 말했다.

"여보게. 억울하겠지만 고개를 들고 내 말을 들어보게. 개가 고양이를 낳았다는 자와 싸우는 자네가 더 어리석다고 생각지 않나? 개랑 싸워서 이기면 개보다 더한 놈이 된다네. 자네는 그자에게 이겨서 개보다 더한 놈이 되면 좋겠는가? 개랑 싸워서 지면 개보다 못한 놈이 되고 개랑 싸워서 비기면 개 같은 놈이 되는데 어찌하여 자네는 개와 싸우려 드는 것인가?"

자기만의 아집에 사로잡혀 설득할 수 없는 사람과는 다툴 필요가 없다. 만일 그 일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늘 최고의 답은 아니다.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포용이다.

"만일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그것이 진실일지라도 잠시 묻어두게. 그리고 사랑과 관용을 베풀어보게. 그렇게 넉넉한 마음으로 좀 더 포용하는 삶을 살아보게. 자네는 필시 지금보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를 것이네."

이후 그는 사사로운 시비에 말려들지 않았고 공부를 꾸준히 하여 마을에서 존경받는 어른으로 칭송받았다.


현대에 와서 조금 변형되었지만 살아오며 많이 들어본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로 시작되는 백로가(白鷺歌)는 고려 말의 시조다. 고려 말의 청렴한 선비이자 충신이었던 정몽주(鄭夢周)의 어머니 영천이씨(永川李氏)가 간신(奸臣) 무리와 어울리지 말도록 아들을 훈계하기 위해 지은 풍유시로 알려져 있으나 작자(作者)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


'까마귀가 싸우는 골짜기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낸 까마귀가 흰 빛을 샘낼세라

맑은 물에 기껏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똥 밭 근처에 가면 똥물이 튄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내 몸에 더러운 똥물이 튀는 것을 방지하려면 똥 밭 근처에 가지 않으면 될 일이고 사사로운 시빗거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시비하는 사람과 멀어지면 된다. 그 전에 우선 스스로를 돌봐야 할 것이다.


군자의 본질은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데 있다. 

- 안중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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