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 딸아.
책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힌트를 줄 뿐이다.
책을 쓴 저자 또한 한낱 인간일 뿐이다. 그와 네가 다른 점은 그는 책을 썼다는 것이고 너는 '아직' 책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마다 생각하는 것도 글을 쓰는 수준도 다를 것이다. 결국은 저자도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녹여 글로 풀어내는 것이다. 그러니 저자가 하는 말이 '정답'일리는 없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저 저자의 생각을 바탕으로 해석한 하나의 '관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글을 쓰고 그것을 책으로 출간하는 사람이 참으로 많다.
A라는 저자는 '강아지'에 대한 글을 쓰며 '무섭다'고 표현을 한다. 그는 어린시절 골목길을 걷다가 뒤따라온 강아지에게 물린 기억을 떠올리며 '강아지는 무섭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가 쓴 책에 묘사되는 강아지는 모두 무섭게 표현이 되어 있다. 반대로 B라는 저자는 어린시절부터 집에서 키워온 귀여운 강아지를 떠올리며 '강아지는 사랑스럽다.'고 표현을 한다. 그렇다면 강아지는 무서운 것일까? 아니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일까? 비단 '강아지'로 비유를 하였지만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둘 이상의 저자가 다루는 관점은 분명 다를 수 있다. 그것이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일 수도 있고 역사, 종교나 학문에 대한 관점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보자. A라는 저자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완결된 행위라고 한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완성된 것이다. 그것을 굳이 글로 옮기거나 정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필사의 중요성을 간과(看過)하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것이 감상문이나 요점정리이건 아니면 필사이건 간에 읽은 책에 대한 글을 쓰는 게 의무가 되면 책을 읽는 재미를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책은 읽는 그 자체가 행복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B라는 저자는 필사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글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읽었으면 반드시 써보도록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책을 읽는 것 자체로 완결된 행위니 필사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인가? 아니면 필사를 꼭 해야 하는 것인가? 이 역시 정답은 없다. 앞의 책만 읽은 독자는 평생 필사나 감상문 따위는 쓰지 않을 확률이 높고, 뒤의 책만 읽은 독자는 평생 감상문이나 필사만 하다가 나중에는 필사가 힘들어 독서를 그만둘지도 모르고 반대로 필사를 통해 크게 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둘 중 무엇이 옳다고 할 수 없으니 이런 경우 독서법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어보고 나에게 맞는 독서법을 찾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서 일반적인 독자들보다 그 분야에 대해 사전조사를 하고 공부를 하며 더 많은 숙고(熟考)의 시간을 거쳐 그것을 글로 나타낸 것일 뿐 100% 정답이 아닐 경우가 많다. (어떤 의미로 보자면 세상에 100%라는 것은 없으니 그저 '조금은 불완전하다' 또는 '완전한 것은 아니다' 로 이해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책을 통해 '정답'을 찾으려 하는 노력이 어찌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것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 정답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그저 '힌트'를 얻고자 한다면 책을 받아들이는 너의 마음이 조금은 더 너그럽고 편안해 질 수가 있을 것이다. 다양한 책을 읽으며 다양한 저자의 생각을 종합하여 스스로의 방식으로 '나만의 해석'을 해보기를 바란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책은 지나치게 고정되어있고 사람들이 그것을 너무 신뢰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새롭게 등장한 '책 문화'를 반대하고 경계했다. 사람들이 책에 쓰여있는 내용을 무턱대고 진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려했을 것이다. 그는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나누는 대화와 서로가 의견을 주고 받으며 토론하는 것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것을 참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은 풍경을 감상하거나 생각을 하며 산책을 하지만 그는 산책을 하면서도 오고가는 사람들과 한참을 서서 토론을 했으니 그의 산책 시간은 참으로 바빴을 듯 싶구나.)
서삼독(書三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늘 이야기를 하였다. 책은 반드시 세 번 읽어야 한다.
먼저 책에 있는 글자를 읽고
다음으로 책을 쓴 필자를 읽고
최종적으로는 그것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으며 행간의 문맥을 정확히 파악하도록 노력하거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이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곧 '어떤' 책을 읽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책을 읽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책이 인간의 사고를 끊임없이 확장시킨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서삼독'을 하지 않으면 책을 읽는 의미가 없다.
텍스트를 읽으며 깊이 생각을 하고 책을 쓴 저자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어라.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머릿속을 맴돌며 떠돌아다니고 있는 생각을 하나씩 당겨와 글이라는 흔적으로 남기는 것이다. 쉽게 잊힐 수 있는 생각을 제각각의 크기를 가진 사람들이 제각각의 글을 써내려가 유형의 형태로 남기는 것이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지 않으면 경험으로 얻은 것을 오래 간직하지 못하고 때로는 실수로 잃은 것을 되찾지도 못하게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가장 고도의 사고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고도의 사고활동을 하며 책을 쓴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행복한 일이겠느냐?
독서를 통해 저자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저 쫓아가기에 급급해서는 안된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곰곰히 생각을 해봐야 한다. 저자가 하는 말에도 분명 모순이 있을지 모른다. 또한 중요한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부분이 있을지 모른다. 저자가 쓴 글에 당연히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책은 독자가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는 소크라테스의 경고를 떠올리며 책과 함께 하는 시간동안 늘 탐구하고 의심하고 질문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고 하여 저자가 쓴 글에 다짜고짜 무조건 반기를 들 필요는 없다.
근거와 대안조차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세상에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네 생각과 다를 경우에는 언제든 저자에게 물어보아라.
"작가님. 이건 제 생각과 다릅니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그 부분은 제가 놓쳤네요. 미안합니다." 또는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말이죠..."
서삼독을 통해 책을 읽으며 저자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추천한다.
추가로 이메일이나 SNS를 통해 저자와 실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적잖게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답을 찾기위해 많이 노력한다. 하지만 인생에 정답이란 그리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답이란 것이 과연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모든 것이 그때마다의 상황과 시기에 따라서 달라지고 그것 또한 사람에 따라서 또 달라지는 것이니 말이다. 다른 이에게 정답이라고 하여 나에게는 정답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저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책을 통해서 '정답'이나 정답에 가까운 '답'은 얻기 힘들 수 있지만 '힌트'는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라. 힌트를 얻었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책에서 얻은 힌트를 통해 내가 찾고자 하는 정답을 스스로 도출(導出)해내도록 하여라. 나만의 정답 또는 정답에 가까운 것을 말이다. 스스로 이룬 것만큼 보람된 일도 없다.
사랑하는 아들 딸아.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힌트를 줄 뿐이다. 그 힌트를 통해 정답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늘 책을 가까이 하여라.
'책이란 무엇인가?' 를 생각해 보고 '무엇이 책인가?'도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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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아버지의 시간>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문학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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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품격>
완성된 부부가 되기 위한 필독서
부부가 함께하는 삶 속에서 얻는 인생의 지혜를 담은 《부부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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