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별 Aug 27. 2021

학창 시절계획표는 꿈이었다.

시험 일정에 맞춰 계획표를 만들던 시절

내 기억 속 계획표의 시작은 중학생 때부터였다.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다가올 때쯤이면 항상 시험 일정이 언제 나오나 기다렸다. 시험 일정이 발표되는 순간, 시험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고 그 시작은 항상 계획표와 함께였다. 


보통 시험 3주 정도 전에 날짜와 기간, 과목들이 나오고 일정이 발표되면 각 과목 시험 범위도 나오기 시작한다. 그럼 일정에 따라 공부할 분량을 나누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부를 할지를 정한다. 


시험 전날은 당연히 다음 날 시험 과목 공부를 하지만 그전에 어떤 과목을 어느 날 얼마나 할지 정하는 건 꽤 머리 아픈 일이다. 


시험 전날 총정리부터 전체 범위 총정리를 몇 번 반복할 건지, 시험 범위까지 공부가 끝나는 첫날은 언제로 할지, 시험 범위 내 공부 분량을 얼마나 쪼개서 언제 어떻게 할지 등등을 정하는 건 아무것도 아닌 듯 하지만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범위가 적고 단순 암기만 하면 되는 과목들과 국, 영, 수처럼 양이 많고 중요한 과목, 사회나 과학처럼 암기할 것이 많은 과목 등 각 과목의 특성과 내가 잘하는 과목인지 부족한 과목인지에 따라 반복 횟수가 공부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정표 짜는데만 시간이 꽤 필요하다. 




20일 뒤 중간고사를 본다고 해 보면


시험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체육


첫날 수학, 자습시간, 미술

둘째 날 국어, 자습시간, 사회

셋째 날 과학, 자습시간, 체육

넷째 날 영어, 자습시간, 음악


그럼 수학, 국어, 과학, 영어, 총정리는 전날 하고 미술, 체육, 음악 총정리는 자습 시간이 되고 사회는 전날 + 자습 시간에 하기로 한다. 


보통 주요 과목과 서브 과목이 섞여서 배치가 되고 중간에 자습 시간이 있거나 없을 수도 있고 1교시 시험이면 등교해서 시험 전까지 시간이 있어서 그때 마지막으로 볼 것들을 미리 준비해 두기도 한다. 


학창 시절 생각하며 만들어 본시험 계획표_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아무튼 이 날부터 거꾸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오면서 20일간 언제 무슨 공부를 할지 정하는 이 시간이 시험 기간 통틀어 제일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될성부른 수포자였던 나는 수학 공부 시간을 정하는 게 제일 괴로웠다. 공부를 안 할 수는 없는데 공부하는 그 시간을 만드는 게 제일 싫고 일정 짜는데 시간이 정말 많이 들었다. 반대로 영어나 국어는 좋아해서 언제 공부할지 분량은 어느 정도로 할지 몇 회독을 할지 정할 때는 금방 금방 계획표의 빈칸을 채워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계획표를 만들어 놓고 나면 마음이 든든했다.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가 좋은 무기와 갑옷을 든든히 챙겨 나가는 기분이랄까? 이대로만 하면 올 백도 맞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 




물론, 시험공부를 하면서 이 계획표는 수시로 바뀌게 된다. 어떤 날은 공부가 잘 안돼서 땡땡이치고 친구랑 놀러 나가기도 하고, 생각보다 공부할 양이 많았거나 아무리 책을 들여다봐도 진도가 안 나가기도 한다.(주로 수학이 내 발목을 그렇게나 잡았다는..)


그럴 때면 첫날 만들어 둔 계획표를 다시 꺼내 수정을 한다. 수정하며 또 계획하고 생각하는 동안 공부 안돼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좀 풀리고 또 앞으로 수정한 계획으로 잘해 보자며 의욕이 생기기도 한다. 계획표는 시험을 잘 보고 싶은 나의 의지이자 시험 준비 메이트,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학창 시절을 지나 어른이 돼서도 어떤 목표가 생기면 항상 계획표를 만들었다. 언제부터 어떤 준비를 얼마큼 나눠서 해야 할지.

쪼개고 나눠서 시간별 날짜별로 채워 넣다 보면 멀게만 보였던 꿈도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럴 때 나에게 계획표는 꿈이자 희망이었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하루는 내 생각과는 다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