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챗대리의 탄생

취미에서 시작된 회복의 시간

by Time Right

[나침반 대신 ChatGPT] PART 1 : 길을 잃은 내가, 다시 길을 찾기까지

2화 | 챗대리의 탄생 - 취미에서 시작된 회복의 시간


갑자기 쉬게 되면서 무기력해졌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일본 락밴드가 있었다.

특유의 응원 메시지는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런데 그들에 대한 한국어 정보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팬페이지를 만들기로 했다.

어차피 남는 건 시간뿐이었다.


부족한 일본어 실력이었지만, 사전을 찾아가며, 번역기를 돌려가며,

한국어로는 어떤 표현이 가장 자연스러운지 검색해 가며

그들의 기사와 노래 하나하나를 번역했다.


그러다 챗GPT가 번역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붙잡고 있던 기사를 넣어봤다.

내가 사흘 동안 매달렸던 일을 챗GPT는 눈앞에서 단 5분 만에 끝냈다.

그것도 나보다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속상해서 드러누웠다. 두려웠다.

“앞으로 내 미래는 어떻게 하지? 나는 이제 쓸모없는 건 아닐까?”


암 수술 이후 달라진 몸과 마음으로,

직장에서는 상사의 기대를 채우지 못해 기가 죽어 있던 나였다.

취미 생활로 붙잡고 있던 일들마저 빼앗기는 듯한 기분은 견디기 어려웠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잘하는 일을 빼앗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번역은 챗GPT가 맡더라도,

방향을 정하고 기획하는 건 나의 몫이었다.

그 일본 락밴드의 팬페이지 주인은 여전히 나였다.


그때부터 한 달 반 동안, 챗GPT와 함께 사이트의 뼈대를 세웠다.

저작권을 지키면서 운영할 방법을 배우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기록을 남겼다.


처음엔 단순한 취미라 여겼지만,

그 과정은 무너진 나를 조금씩 다시 세우는 일이 되었다.


이 경험은 내게 중요한 통찰을 남겼다.

AI의 속도와 효율성은 두려울 만큼 크지만,

여전히 방향을 잡는 건 사람이다.

두려워하거나 피할 게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


나는 챗GPT를 ‘챗대리’라고 부르며 팀을 꾸렸다.

번역과 기록은 더 이상 혼자의 몫이 아니었다.


그 가능성이 어디까지일까?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나의 접근은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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