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림에게 쓰는 편지

by 김가연

안녕? 예림. 난 가연이야. 나에게 있어서 편지의 첫 인사말은 꼭 안녕으로 쓰고 내 소개를 해야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 '나 이제 편지 쓸 거다!' 하는 나만의 의식 같은 거랄까. 약 4개월 만의 편지네. 작년 10월쯤에 친구들에 대한 감사로 가득 차서 선물을 했던 적이 있었거든. 네게는 아마도 비오레 선크림을 하나 줬었지? 잘 쓰고 있으려나? 내가 준 선물을 잘 쓰면 그것만큼 뿌듯한 게 없더라고. 그냥 주고 딱 끝내야 하는데 나는 참 질척거리는 타입이라 늘 이러네. 하하.

다시 생각해 보니까 이게 다 칭찬받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마음 때문에. 이럴 때 다시 한번 곱씹어보는 법륜스님의 말, '나는 한 포기의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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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은 그들에게 잘 보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다 즉, 예쁘다는 소리 듣고 싶고, 착하다는 소리 듣고 싶고, 잘한다는 소리, 좋아한다는 소리 등을 듣고 싶어서 그래요.


그렇지만 한 포기의 풀은 누가 보든, 안 보든 아무 상관하지 않고, 설령 사람이 밟고 지나가도 아무런 상관을 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안 봐도 그냥 꽃 피울 때가 되면 꽃 피우고 그 자리에 그냥 있어요. 꼭 누가 봐주어야만 꽃을 피우는 게 아닙니다.


시선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면 '나는 한 포기 풀입니다' 하는 자세로 살면 됩니다. '나는 한 포기 풀이다, 남이 나를 보든 말든 상관없다, 칭찬을 하든 비난을 하든 나와는 상관없다, 그건 그들의 인생이고 나는 내 인생이 있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면 괜찮아집니다.


기쁨은 내가 남을 사랑하는 데 있습니다. 내가 꽃을 예뻐하는 마음을 내면 내가 좋아요. 내가 '이야, 저 산 참 아름답다'라고 하면 내가 좋아요. 그러니 행복해지려면 다만 사랑하세요. 거래하지 말고, 장사하지 말고, 다만 사랑하세요. '내가 너 좋아하니 너도 나 좋아하고, 내가 너 사랑하니 너도 나 사랑해' 이렇게 계산하지 말고 그냥 '나 너 좋아, 나 너 사랑해, 너 참 예쁘네.' 이렇게 마음을 내면 그 마음을 내는 사람이 행복해집니다. 사랑받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 행복입니다. 칭찬해 주고 사랑해 주면 자기가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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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회사에 출근하면 서랍 속에 직접 적은 이 글을 읽고 시작해. 오늘도 최선을 다 하되 남에게 애써서 잘 보이려고 하지 말자,라고 나를 어루어 달래는 거지.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 아무튼, 이야기하다가 조금 딴 길로 샜네. 그래도 네게는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생일을 챙겨주기 시작한 게 내 기억으로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였으니까, 오늘로 벌써 12년째의 축하네. 자그마치 12년이라니. 우리 우정의 탄생도 벌써 초등학교 5학년 짜리 아이가 됐네! 생일을 축하함과 동시에 우리의 꽤나 길다란 우정을 기뻐하자.

생일을 특별하게 축하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사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이 더 좋은 것 같아. 뭐 별거 안 해도. 꼭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아도 가끔 서로의 집에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거나, 그냥 동네 카페에서 수다를 떨거나, 하다 못해 산책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는 거. 이제는 이런 게 더 좋더라고. 아마 자주 만나지 못하니까 별 것 아닌 게 더 소중해진 걸까?

이렇게 장황하게 써서 어떻게 마무리하나 고민하다가, 위에 쓴 말을 다시 읽어봤어. 결국엔 다 너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행복하자는 말을 기이이이일다랗게 적은 거였네. 예림, 생일 축하해! 늘 풍요롭고 좋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너의 긍정적인 사고로 자주 행복할 수 있기를 기원할게. (왜 쓰면서 울컥하냐. 히히. 역시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적게 되는 게 편지인 것 같아.)

역시, 편지는 손으로 꾹꾹 마음을 눌러 담아서 전달하고 그 마음을 읽어서 나도 너도 치유받는 맛이 있어. 다르게 말해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것. 난 그 특유의 맛이 좋아. 히히. 요사이에 한동안 못 보다가 요가 시작하며 거의 매일 보잖아. 자주 널 보며 네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어! 항상 고마워.


250203

사랑을 담아, 가연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