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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Aug 11. 2023

끝까지 걸어서,

이름에는 인생의 정의가 있다

남편을 잃고, 두 아들을 잃고,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과 깊은 상실이 그녀의 영혼을 삼켜버렸다. 먹고살기 위해 남편을 따라 고향을 떠나 이국 생활을 한다. 아들 둘에 며느리까지, 여기까지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삶이었을 것 같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나오미라는 여인의 이야기다.    


잘 살기 위해 떠난 곳에서 남편과 자식을 잃었다. 그런 그녀의 이름의 뜻이 “기쁨”이라는 사실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내가 본 그녀의 삶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그녀의 결말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 결국 그녀는 마지막에 웃는다. 다만 사는 내내 그녀가 겪어 온 이 기막힌 운명이 반전의 서사였다는 사실이 놀라웠을 뿐이다.      


하지만 그 세월을 견디며 사는 동안 그녀는 알지 못했다. 다시 웃을 수 있을 거라는 걸, 남은 인생에 신의 은총과 계획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그녀는 몰랐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딱 한 발짝, 걸음을 내딛는 것뿐. 아직 살아 있으니까. 모든 것이 사라졌지만 마지막 호흡이 그녀를 붙들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내 이름에는 어떤 정의가 있을까. 한 사람의 인생이 시작되고 끝나는 섭리는 오직 신의 주권이다. 시작과 끝 사이에는 흐르는 세월이 있다. 그 길 위에서 이 땅에 온 목적을 향해 걷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나는 인생의 끝자락에 섰을 때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올여름 무섭게 퍼부었던 비가 그쳤다. 숨 막히는 무더위도 끝이 다가온다. 한없이 흔들리는 나의 마흔은 그럭저럭 잘 지나가고 있다. 무던히 견디고 있다. 이 땅에 사는 동안에는 영원한 슬픔도, 영원한 기쁨도 없다. 지금 어떤 일을 겪고 있고, 또 어떤 순간을 살고 있든지, 반드시 끝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아는 삶의 서사는 오늘까지이다. 나는 끝을 알 수 없다. 나오미가 자신의 결말을 알 수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여전히 나는 오늘을 산다. 아직 삶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의 진심을 담은 순결한 호흡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 삶의 시작과 끝 사이를 오늘도 부지런히 걷고 있다. 가끔 자리를 잡고 머물기도 하지만 곧 길을 나설 채비를 한다. 내가 끝까지 걸어야 끝이 나는 나만의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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