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태어난 목적이 있다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며칠을 누워지냈다. 처음엔 잠이 쏟아졌고, 이틀이 지나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삶에서 죽음으로 옮겨가는 시간이 불과 10초에 지나지 않았다. 당신의 죽음 앞에 나는 넋을 놓았다.
한시적인 삶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고 살았다. 그렇다고 대충 살자는 말은 아니다. 이 하루를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 오늘은, 신이 허락하신 선물이다. 그러나 영원한 세계로 들어가는 문턱에서 이 세상은 아주 잠시 머무는 자리일 뿐이다. 목숨 걸고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일지라도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을 다 했을 때 생을 마감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땅에서의 죽음은 할 일을 다 마친 사람들이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했다. 생사의 주권이 사람에게 있지 않으므로 스스로 납득할 이유를 찾았던 모양이다. 아버지 같았던 스승의 죽음은 많은 의구심을 남겼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어쩌면 평생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다 알 수 없는 신의 뜻을 품고 나는 다시 오늘을 산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