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무 다이어리 3 - 대리의 라떼
5년 만의 변화
송대리와 윤주임은 대학교 동기이자 직장 선후배 사이다. 같은 역이 아니고 코로나19 시국이라 만나지는 못했지만, 회사 메신저나 카카오톡으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곤 한다.
윤주임은 자영업을 하다가 그만두고 뒤늦게 학교에 돌아와 졸업한 특이한 이력이 있다. 그래서 취업이 늦어져 동기인 송대리와 입사가 5년 정도 차이 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5년 만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송대리 - 윤주임 뭐해
윤주임 - 어이 송대리~ 이제 수입금 마감하고 한숨 돌리고 있지. 오늘따라 역에 사람이 많네...
9시 영업 제한하니까 오히려 역에 더 몰리는 느낌이야. 예전 같으면 새벽까지 마시고 택시 타고 갈 사람들이 빨리 마셔서 더 취한 상태로 역으로 와...
송대리 - 아 그럴 수도 있겠네. 에휴 술 좀 적당히 마실 수 없는 건가. 예전 생각나네 너도 한 꽐라 했잖아 ㅋㅋ
윤주임 - 그땐 너무 어렸지 ㅋㅋㅋ 요즘은 매일 조금씩 마시고 있어. 오늘도 퇴근 후 무슨 주종을 마실까 생각하며 행복해하고 있다~
송대리 - 매일 마시는 게 더 위험하지 않나? 조심해 우리 이제 30대야.
윤주임 - 그러게 어쩌다 30대냐
이 말을 남기고 한참 메시지가 안 오자 송대리는 바쁜가 보다 생각했다. 윤주임이 근무하는 역은 환승역에다가 주요 상권이라 유동인구가 많고 취객도 많다.
윤주임 - 아오 진짜! 참치김치주먹밥 봤어! 역무실에 젊은 학생이 들어와서는 남친한테 차였다고 울면서 엎드렸는데 갑자기 토하네...? 아버지가 데리러 오셨는데도 계속 토해서 서로 난감해했어.
송대리 - 그거 들으니까 생각나네. 전 역에서 어떤 승객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길래 과장님이 나가셨는데 욕하면서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해서 나한테 SOS 요청하시더라고. 그래서 나가봤는데 갑자기 품에 안겨 울더라고 남친한테 차였다면서 ㅎㅎ 토닥토닥 해 드리니 진정돼서 가더라
윤주임 - 나도 외로운데 말이야. 내가 누굴 위로할 입장이 아니라고 ㅋㅋㅋㅋㅋ
송대리 - 이제 연애할 때가 되었다..!
윤주임 - 이젠 희미하다.. 자신감도 없다 ㅜㅜ
송대리 - 무슨 아직 한창인데! 아 맞다 나 새로운 역에 발령받아서 갔는데 거기 있는 1년 된 주임이 나보고 몇 년 차냐고 묻더라고. 7년 차라고 하니까 놀라면서 제 또래인 줄 알았다며 ㅎㅎ 사회생활 잘하는 친구야 ㅋㅋㅋ
윤주임 - 7년? 오래되긴 했네~
송대리 - 동기들도 하나둘씩 휴직하고 나도 좀 지겹긴 하다.. 인간에게 일은 안 맞다는데 그런 것 같아 하
윤주임 - 국내여행이라도 다녀와. 리프레시해야지.
송대리 - 잠깐 그 주임이랑 대화 나눴는데 확실히 생기가 있더라고 ㅎㅎ 요즘 신입들 보면 왜케 귀엽냐
윤주임 - 저는요? 대리님?
송대리 - ...
그건 그렇고 우리 회사도 나 처음 입사할 때보단 많이 나아지긴 했지. 그땐 기기 마감하고 나오는 전표 일일이 펴서 한 땀 한 땀 풀발라서 종이에 붙인 거 알아?ㅋㅋ 2010년대 일어난 일이다.
윤주임 - 정말? 그런 걸 왜 하는데
송대리 - 나도 그때 궁금해서 여쭤봤는데 다들 이유는 모르고 하던 거라 계속하는 느낌? ㅎㅎ
이건 약과야. 초반에 몇 개월은 현금출납부랑 카드 재고를 장부에 손으로 썼어 ㅋㅋㅋ
너무 센세이션이었어서 친구들한테 말하니까 다들 지어낸 얘기인 줄 알더라. 2010년대 중반에 일어난 일이야 알파고가 나왔던 시기지 ^^
윤주임 - 뭐? 현금출납부를 손으로 썼다고? 옆에 과장님이 5-8호선 출신이신데 물어보니까 쓴 적 없다는데?
송대리 - 어. 5-8은 2000년대에 없앴고 1-4는 돌고 돌아 2010년대 중반에 없앤 거지~
그때도 궁금해서 손으로 쓰는 곳 우리 회사 밖에 없지 않냐고 전산화 안 하냐니까 감사 나올 때 수정할 수 있어서 손으로 쓰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고 하셨어... 수기로 팩스로 하는 업무를 놓치를 못하나 봐...
윤주임 - 대박이네.
송대리 - 나 그래 봤자 입사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라떼가 있네 ㅋㅋㅋ 윤주임 라떼는 말이야~
윤주임 - 예 송대리님 말씀하세요 ㅋㅋㅋ
송대리 - 암튼 재밌는 회사야 우리 회사는
윤주임 - 난 그래도 낮에 개인 시간 쓰는 건 좋더라고 피부는 다 뒤집어졌지만 ㅎㅎ
송대리 - 그래 개인 시간을 즐겨야지. 우리 건강관리 잘하면서 버티자!
송대리와 윤주임은 서로를 위로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