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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믈리에 Apr 05. 2022

영어 시터, 영어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었어

영어시터 알바 이야기

귀국 후 쏠쏠한 알바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F-1 비자로는 합법적인 알바는 캠퍼스 내의 알바밖에 없다. 그러니 알바는 하늘에 별따기이고 내가 원하는 형태의 알바는 찾을 수 없었다. 튜터도 생각해보았지만 버벅거리는 바람에 개념 설명도 하지 못한 채로 면접에서 빛의 속도로 탈락했다.


그리고 한국에 귀국 후 내가 가장 먼저 눈독 들인 알바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영어시터 알바였다. 내 논리는 단순했다. '영어 활용 능력도 유지하고', '돈까지 벌 수 있는' 아주 좋은 아르바이트 형태였다. 그래서 영어시터를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 


1. 시터 앱


시터를 구하는 사람과 시터를 하고 싶은 사람을 연결해주는 중개 앱들이 꽤 되었다. 무료로 사용하기에는 제한이 조금 있었지만 어차피 급한 것은 아니었기에 천천히 모집공고를 올리고 신청하기도 했다. 매칭이 한번 되어 방문했으나 당시 너무 어린아이여서 내가 케어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 하루만 하고 그만두었다.


2. 카페 이용


인터넷 카페를 이용하면 매칭이 조금 더 쉬웠던 것 같다. 나의 스펙이나 가능한 능력 정도를 올리면 쪽지가 오고 가능한 지역일 경우 시터를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주로 간단한 숙제 봐주기와 영어로 놀아주는 형식의 업무를 했었다. 


느낀 점

1. 결국 영어시터는 semi-영어 과외 느낌이다.


단순히 영어로 놀아주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시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시터보다는 시급이 높을 텐데 아마도 영어 과외 효과의 반은 얻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있으셨던 것 같다. 하지만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는 자꾸 영어보다는 한국어를 쓰려고 한다. 억지로 내가 영어를 쓴다 해도 내가 이미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는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영어로만 소통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 지나치게 활발한 아이를 맡다 보면 그 아이에게 내가 이끌려갈 수도 있다. 


숙제를 봐주는 것 역시 쉽지 않은데 아이가 틀렸을 때 얼마나 고쳐줘야 하는지 애매한 경우가 많다. 객관식 문제는 명확하기 때문에 해석해주고 왜 답이 아닌지를 설명해주면 아이는 금방 정답을 찾아나가지만 작문 같은 경우는 얼마큼 내가 고쳐줘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다. 고쳐주다 보면 내가 글을 쓰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숙제를 봐주는 것 역시 쉽지가 않았다.


2. 요즘 초등학생들은 참 어려운 영어를 배우는 것 같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을 하기는 정말 싫지만 날이 갈수록 아이들이 배우는 영어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느낌이다. 한국어로도 잘 사용하지 않은 생소한 단어들을 영어단어로 암기해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얼마나 영어를 잘해야 하는 걸까? 


아무튼 영어시터는 생각보다 쉽게 볼 알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세상에 쉬운 것은 없는 법. 역시나 나에게는 단순 노동뿐인가? 하는 생각을 해준 계기가 되었다. 4-5개월 정도 하고 이후로는 하지 않았던 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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