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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다 Nov 09. 2020

감정을 알려드립니다.

#브런치 소개 

저에게 얼굴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얼굴 없이 목소리로만 얘기하는 기분이었는데 참 기쁩니다. 



로고를 디자인한 친구는 자매입니다. 둘이 합작해서 본업 이외에 책의 삽화도 그리고, 전시도 하고, 플리마켓에서 엽서도 파는 멋있는 친구들입니다. 저와 알고 지낸 지 15년이 넘었는데 이런 종류의 의뢰를 하고 결과물을 받는 건 처음이라 신선했고, 무척 즐거웠습니다. 원하는 콘셉트를 몇 가지만 이야기하고 글을 보여줬을 뿐인데도 제 마음을 콕 집어 디자인으로 표현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혜다의 헤아리다는 의미를 사람들 각자의 내면 속 영혼의 새로운 탄생과 목소리를 통한 세상 속 교감의 시작을 상징화하여 디자인하였습니다." by 폴라 로지




상담사로서 제일 좋은 건, 내가 배운 모든 것이 내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여러 관점이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상담, 심리치료는 감정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겪는 희로애락을 모두 인정하고, 감정이 내게 일어나도록 허락하는 것. 한 마디로 감정을 수용하는 것입니다. 감정에 이름 붙이고 인정을 하면 현재 자신이 겪는 것에 맞게 반응합니다. 슬프다면 슬프게, 기쁘다면 기쁘게. 더한 것도 덜한 것도 없습니다. 왜곡하지 않고 현재 상태를 느낍니다. 감정을 바로 인식하면 우리에겐 좋은 일이 일어납니다. 



1. 나와의 관계가 좋아집니다. 


① 과거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저로 말하자면, 오랫동안 엄마에게 가슴 한 구석 원망을 품고 살았습니다. 몸이 약했고, 일하는 여성이었던 엄마는 저를 낳고 외가댁에 보냈습니다. 거기에서 4살까지 지내다가 동생이 태어난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내향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저는 감정 표현을 잘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엄마는 병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느라 스스로의 마음을 돌볼 여력도 없이 얌전한 딸이 속에서 어떤 원망을 켜켜이 쌓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는 병은 괜찮을 때는 자신을 공격하지 않지만, 스트레스가 많거나 큰 위기가 닥치면 고개를 쳐듭니다. '엄마는 어렸을 때 나를 버렸어.', '나는 엄마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은 아니었어.', '내가 힘들 때 위로해주지 않았어. 엄마라면 당연히 해줘야 했던 것 아니야?'와 같이 말입니다. 과거와 관련된 원망은 핵심감정을 형성하고 내가 느끼는 현재의 부정적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게 붙잡습니다. 상담과 심리치료, 감정에 관한 바른 인식은 제가 소중하고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납득하게 도왔습니다. 


② 자기 확신이 깊어집니다. 

감정을 잘 알고, 인정하면 자신이 느끼는 것에 확신이 있고, 자신감이 있습니다. 긍정적 감정뿐만 아니라 부정적 감정도 잘 느끼고 표현하며 조절할 수 있습니다. 흔히 '감정을 충실히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과 '감정대로 행동하는 것'을 같은 뜻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감정대로 행동하지 않기 위해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고 억압합니다. 혹은 반대편의 극단으로 가서 감정만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어느 편이든 실제 자신이 아니기 때문에 안정감은 느낄 수 없습니다. 자기 확신이 깊으면 스스로를 좋아합니다. 자신이 하는 선택도 만족스러워합니다. 



2. 남과의 관계가 좋아집니다. 


내 감정은 내가 책임지는 방법을 압니다. 

감정을 알고 표현하는 데에 자연스러우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상대가 받아들일만한 상태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카톡 읽씹(읽고 씹기), 혹은 안읽씹(1이 사라지지 않게 안 읽고 씹기), 잠수 이별 같은 소통 불가 상황을 만들지 않고, 혹은 이에 당하지 않고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소모적인 뒷담화, 편 가르기, 돌려가며 왕따 시키기 하지 않고도 조직에서 안정적인 소속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중학생이든 회사원이든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관계든 어느 곳에서나요.) 부부관계에서 생긴 불만족감을 자녀를 통해 보상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감정을 책임진다는 것은 관계에서 내 몫을 책임지겠다는 선언입니다.  





심(心)잘러가 됩시다! 


감정을 잘 인식, 수용, 조절하면 삶의 관계들이 매끄럽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을 일잘러라고 한다지요. 저는 우리 모두가 감정의 인식과 수용, 조절에 능한 심(心)잘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상담사로서 감정을 잘 다루는 방법을 배웠을 때 깊이 감춰진 보석 더미를 캐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학문을 제 삶에 적용할 때마다 희열과 평온을 느꼈습니다. 유쾌하기만 했던 경험은 아닙니다. 수치심과 죄책감, 외로움, 과한 자기 연민, 눌러놓았던 깊은 분노처럼 많은 부정적 감정을 똑바로 느껴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제 감정을 인정하고 다루는 것에서 자유로워질수록 내담자들의 것도 그만큼의 자유로운 태도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감정을 잘 다루는 법을 배웠다고 해서 당장 어떠한 것에도 동요가 없는 부처의 미소를 가지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또 어제 잘 됐다고 해서 오늘도 잘 되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러나 심잘러가 될 수 있는 무기가 있다는 것(감정 수용과 조절의 방법), 원한다면 그 무기를 쓸 수 있다는 것(감정은 우리의 의식적 선택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나누고 싶습니다. 





혜다라는 이름을 읽을 때 저는 두 가지를 떠올립니다.



하나는 이름의 뜻입니다. 순 우리말로 헤아리다, 생각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쓸 때면 템포를 늦춥니다. 어떻게 하면 일상의 문제를 '감정'의 관점에서 풀어낼 수 있을까, 좀 더 '쉽게' 감정을 이야기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면서요. 



두 번째는 혜다의 품사가 동사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동사 같은 태도로 글을 쓰고 싶습니다. 명사가 단정 짓고 변하지 않는 성격이라면 동사는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대상을 고정된 실체로 대하지 않습니다. 동사 같은 태도가 좋은 이유는 제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잘 다루는 법을 쓴다고는 하지만 그에 걸맞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엄마나 아빠, 남편한테 승질도 내구요, 미숙해서 상처 준 과거 인연들도 정말 많습니다. 아.. 현재 진행형인 것도 있네요. (윽..) 상담자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 감정을 다루는 법을 알고 나서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유연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자신의 마음에 관해, 관계에 관해 스스로를 고정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좋을 수 있다고 여지를 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 마음으로 씁니다. 

이 브런치에 들른 분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얼굴 도배 죄송합니다.. 너무 좋아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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