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국 갈비는 강화의 향토 음식이다. 갈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중의 하나여서 어느 고장을 가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이름부터 독특한 젓국 갈비를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여행할 때, 될 수 있으면 그 지방의 향토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지역의 향토 음식을 먹는 건 그 고장을 좀 더 깊이 있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늘 먹는 한 끼의 식사지만, 향토 음식을 찾아 먹으면 여행이 한층 더 풍요로워진다.
강화에 갈 때마다 젓국 갈비를 먹어보겠다고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때마다 까맣게 잊고 돌아와서 후회한 게 여러 번이다. 9월도 막바지에 접어든 주말, 여행작가학교 동기 동생들과 강화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친구가 가보고 싶은 곳이나,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이때다 싶어 점심으로 젓국 갈비를 먹자고 제안했다.
마침 다른 친구들도 먹어보지 못했다고 하는 바람에 젓국 갈비가 점심 메뉴로 결정되었다. “허영만의 백반 기행”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여행 일정을 준비하는 친구가 그 프로에 나왔던 식당을 용케 찾아내어 그곳에서 젓국 갈비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요즘은 어지간한 식당에 가면 TV 방송에 출연한 집이 정말 많다. 다들 방송에 나온 장면을 현수막이나 액자로 만들어서 자랑스럽게 걸어놓고 있다.
방송에 나왔다고 다 맛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렇게 해놓은 걸 보면 사람을 끌어들이는 효과는 있는가 보다. 음식은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입맛이 달라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도착한 식당도 TV에 나온 장면을 액자로 만들어 벽면에 걸어놓았다. 젓국 갈비가 어떤 모양일지 또 어떤 맛일지? 잔뜩 궁금해하면서 주문을 마쳤다. 점심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한 덕분에 식당은 한산했다.
식당에는 우리 말고 먼저 온 두 사람이 식사하고 있었다. 젓국 갈비로 이름난 식당이라 그분들도 젓국 갈비를 먹는지 나도 모르게 힐끔 살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젓국 갈비가 어떻게 강화의 향토 음식이 되었는지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분께 물었더니, 강화는 옛날부터 새우젓이 많이 잡혔고, 그나마 돼지고기가 흔하니까 이것들을 이용해서 젓국 갈비를 만들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들었다.
그것만으로는 나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보았다. 인터넷에는 내가 알고 싶었던 궁금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고려 무신정권 때, 집권 세력은 몽골군과 싸우기 위해 도성인 개경을 버리고 강화도로 천도한 건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강화도 현지인들은 왕과 집권 세력에게 먹을 걸 진상해야 했는데, 그때 젓국 갈비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강화도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다양한 음식 재료를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강화도에서 그나마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와 돼지고기와 새우젓을 넣고 끓여 만든 젓국 갈비를 진상했다고 한다. 그 후 고려는 다시 개경으로 돌아왔는데, 그 뒤로 젓국 갈비가 궁궐에 진상되었다는 기록이나 문헌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피난 가서 먹었던 묵어가 맛있어 은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는데, 나중에 궁궐로 돌아와 먹어보니 맛이 없어 도루묵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글쓴이는 이것처럼 젓국 갈비도 어렵던 시절에는 맛있게 먹었지만, 그 이후에는 도루묵 같은 신세가 되지 않았나 하는 말에 공감이 갔다. 그런 역사적 사실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젓국 갈비의 명맥은 오랫동안 끊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랬던 젓국 갈비는 강화읍에 있는 한식당이 복원했고, 그 레시피가 공개되어 강화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주문하고 얼마 안 있어 반찬들이 차려졌고, 이어서 젓국 갈비가 나왔다.
반찬들은 식당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인데, 그중의 눈길을 끈 건 작은 종지에 담긴 새우젓이었다. 그 새우젓의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갈비를 새우젓에 찍어 먹는 건가? 젓국 갈비는 깊이가 얕으면서 둥그스름한 전골냄비에 담겨 나왔다.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가? 솔직히 눈으로 보는 맛은 기대했던 것만큼이 아니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보이는 맛도 좋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맛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애써 기대감을 다시 끌어올렸다.
커다란 냄비에는 청경채를 비롯해 버섯과 배추 그리고 두부가 들어가 있었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갈비는 그 밑에 깔려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살짝 눈살을 찌푸리게 한 건 국물이었다. 아주 옅게 붉은 기를 보이는 국물에는 기름기처럼 보이는 것과 함께 뿌옇고 작은 가루가 둥둥 떠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젓국 갈비에 대한 기대감은 빠르게 의문으로 바뀌었다. 살짝 거슬렸던 그것들이 젓국 갈비의 맛을 내는 것이겠거니 생각하면서 일단 국물이 끓기를 기다렸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원래의 국물 모습이 사라지면서 맑고 먹음직스럽게 변했다. 처음 먹는 음식이라 최대한 맛있는 상태에서 먹고 싶어 주인이 먹으라고 할 때까지 끈기있게 기다렸다. 드디어 떨어진 주인의 말에 따라 조심스럽게 국물부터 맛을 보았다. 국물 맛은 내 입맛으로 볼 때 조금 심심했다. 잔뜩 기대했는데 이게 뭐지? 일단 주인이 이야기한 대로 채소부터 먹기 시작했다. 채소를 먹는 사이에 국물이 더 끓었고, 이때부터 젓국 갈비의 참모습이 드러났다.
그렇게 끓은 젓국 갈비의 국물은 정말 시원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처음에 심심했던 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맛에 딱 맞게 변했다. 젓국 갈비는 다른 양념을 사용하지 않고 새우젓으로만 간을 한다고 했다. 국물이 먹기 좋게 되었을 때 그 말이 이해됐다. 함께 한 일행들의 생각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별말이 없던 친구들이 그제야 다들 만족스러웠는지 국물 맛을 칭찬했다. 냄비 바닥에는 새우가 많이 가라앉아 있어 새우젓으로만 간을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국물 맛을 보았으니, 다음은 당연히 돼지갈비를 맛볼 차례다. 결론부터 말하면 돼지갈비는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레시피가 그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갈비의 크기가 너무 작았다. 갈비 하면 돼지고기든 소고기든 어느 정도 커야 제맛인데 너무 작았다. 하지만 이건 나의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좋게 생각하면 젓가락으로 집어 편하게 먹을 수 있어 장점일 수도 있다. 미리 이야기했지만, 이래서 음식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 일 수밖에 없다.
젓국 갈비는 갈비도 갈비지만 국물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국물 맛만 가지고도 젓국 갈비를 찾아 먹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젓국 갈비가 생겨난 역사와 지역의 특산물을 생각하면 강화의 향토 음식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조금도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젓국 갈비의 국물 맛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 맛 때문에 젓국 갈비는 최고의 해장 음식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시원한 국물 맛 때문에 해장으로 걸치는 한 잔의 술이 다시 술을 부르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었다.
일행들 모두 만족스럽게 식사를 끝냈다. 그때 상 위에 그대로 놓여 있는 새우젓에 다시 눈길이 갔다. 그 새우젓 종지를 보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에는 새우젓이 자주 올라왔던 게 생각났다. 그때의 새우젓은 식탁 위에 있는 새우보다 훨씬 더 굵고 통통했다. 너도나도 살기 어렵던 그 시절, 짭짤한 새우젓은 요긴한 반찬이었다.
그때 부모님은 그 짠 새우젓을 드시고는 고소하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로 ‘꼬시다’고 했다. 그 말씀에 새우젓을 먹어보면 꼬시기는커녕 짜기만 해서 인상을 잔뜩 찌푸렸던 어린 날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때는 부모님이 새우젓을 먹이려고 일부러 거짓말을 하신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 먹어보니 부모님 말씀처럼 새우젓의 끝맛이 꼬셨다. 그 사이에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나셨으니, 속절없이 세월이 참 많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