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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May 14. 2022

내 기억 속 엄마의 뜨거웠던 눈물

이십 년 전 서랍 속에 넣어둔 기억을 꺼내다.

강렬하게 남는 기억들을 보면 



나를 찾고 싶어 떠난 여정길에서 나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필수 코스였다.    기억도 가물한데, 유년시절, 사춘기 시절의 기억들은  흐릿하게 남는다.


강렬하게 남는 기억, 정확히 말하면  컷의 사진 같은 것들인데 떠올려 보면 전반적으로 전엔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거나 매우 기뻤거나 슬펐거나 잔잔하게 행복했던 장면들이다.



엄마



그중에서도 엄마를 떠올리면 참 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엄마는 가장 소중한 존재였으며,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엄마를 생각할 때 늘 웃음,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 가족을 향한 성의와 사랑이 함께 떠오른다.


그녀의 유쾌함은 우리 가족만 느끼고 좋아한 것이 아니다. 대학 시절엔 '해피 엔절'이란 애칭으로 불리었고, 늘 주변엔 사람들이 많은 사람이다. 무엇이든 대수롭게 여기지 아니하고 훌훌 털어버리는데 선수이자, 상대방의 장점을 극대화해주고,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이다.


그런 엄마가 늘 자랑스러웠고, 마음 한편엔 열등감이 있기도 했다. '나는 왜 엄마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은연중에 엄마를 벤치마킹하기도 했고, 못난 나의 부분들과 비교하기도 했다.


삼십 대 중반 정도 나이를 먹었는데도 여전히 엄마에게 물리적, 정신적 의지를 하는 내가 불편할 때도 있다.


모든 면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 잘하는 사람인 엄마이지만 이젠 내가 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멈추어 버린 시간 



'동경하지만 엄마도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홀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엄마와 공항에 갔다. 헤어지는 순간까지 혼자 눈물바다가 되어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는데, 엄마는 씩씩하게 나와 헤어지고 있었다.


탑승 수속을 위해 눈앞에 눈물범벅인 얼굴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앞으로 나아가다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봤는데. 내가 처음으로 본 엄마의 아주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가볍지 않은 아주 묵직한 울음, 새빨간 얼굴로 내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의 순간이었을 텐데, 그 순간 공항은 멈춘 것 같았다. 여전히 내 기억에서도 말이다.


그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과 코가 뜨거워진다.



엄마는 그저 눈물을 삼킬 뿐 



엄마가 되어보니 알 것 같다. 아이를 양육하며 많은 순간 다양한 감정이 몰아쳐도 단단해야 한다는 것을. 불안한 엄마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마음이 여리고 약한 나를 보살피며, 엄마는 얼마나 많은 순간 단단해지려고 자신을 돌보았을지 이제야 알 것 같다. 행여라도 약한 내가 더 흔들릴까 봐 얼마나 엄마 스스로 강하게 서있으려고 노력했을지 말이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가끔은 엄마가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안식처가 되고 싶다.


조금은 더 든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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