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Dec 22. 2022

결핍은 대물림되지 않는다.

결핍은 한 세대를 거른다.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가 다시 일하러 가면 어떨 것 같아?"


"절대 안 돼. 난 엄마랑 계속 있고 싶은데, 유치원 갈 때 이럴 때만 참는 거야. 그것 말고는 안돼"


결론적으로 아이의 등하원은 엄마가  해야 한다는 . 적어도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가족 사람이 해야지 모르는 사람은 절대  된다고 말했다. 해도 되겠다 싶은 일자리를 마음에서 접었다. 아홉 시라면 모를까 아침 일곱   출근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이다. 남편의 도움을 받는 것도 상황적으로 보나 무리이며, 주변 부모님도  계시니.



결핍 때문일까?



수많은 육아 프로그램, 유튜브, 서적으로 우리는 유년기 시절의 가정환경, 부모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그리고 그 시절 겪었던 결핍이 언.젠.가.는. 밖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도. 구멍의 크기가 작냐 크냐일 뿐 부작용이든 방향 전환이든 살아가면서 영향을 준다는 것.



유년시절 엄마는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었다.  시절 0교시가 있었고, 집에서  시간이나 떨어진 학교로 출근했기에 엄마는  새벽부터 출근하느라 분주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시기별로  자리를 메꿔 주셨지만 '엄마가 집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느낀 공허함은 아직기억이 난다.


"남의 아이들 열심히 가르친다고  아이들 이렇게 방치할 수는 없다"  결심과 함께 엄마는 내가 11 무렵에 사표를 내고 집으로 복귀했다. 그날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여전히 또렷한 기억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얼마나 좋았으면 그랬을까 싶다. 좋은 날로는 뭔가 부족하고 '불안에서 해방 '  적절한 표현 같다.)




 시절 너무나 갈망해서일까. “아이는  손으로 직접 키운다" 어렸을 때부터 뇌리에 박혔다. 남편의 이직과 이사로 인한 퇴사가  좋은 핑계였지만, 아이를 기관에 오래 두는 것이  편치 않았다. 아니 너무 괴롭고 가슴이 찢어지듯 아려 왔다. 집안의 온기, , 향까지 바뀌었던 그날을 아이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고 싶었던  같다. (반대로, 엄마가 전업주부였던 지인들은 "엄마가 일을 하러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결핍은 한 세대를 거른다.



가난의 대물림, 부의 대물림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익숙하다. 그리고 부인할 수 없는 영역이 있기도 한 것 같다. 하지만 결핍만큼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어떤 경향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는 게 좋겠다.




스스로 공부에 전념했던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자녀가 너무 학업에만 매진하기를 바라지 않을 수 있다. 본인이 경험하지 못한 예체능을 많이 시킨다든지,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자주 할 것이다. 반대로 학업에 대한 결핍이 있는 부모는 자녀의 교육에 열을 올린다. 조금 더 좋은 기회가 자녀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다음 세대가 나의 결핍을 해소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뭐 여러 마음이 모여서.


과거 나의 영어 공부와 방향에 대해서도 보면 그렇다. 엄마는 영어를 사용하는 현지인과의 대화, 회화에 대한 갈증이 크셨고, 그 결과 나는 문법보다 회화에 집중하는 영어 교육을 받기도 했다. (엄마의 교육 방향성은 이렇게 영향력이 크다.) 오히려 나는 문법의 중요성을 결핍을 통해 느끼고, 나의 자녀에게는 문법도 회화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줄 것 같다. 무엇이든 기초 공사가 튼튼해야 함을 삶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 ‘결핍' 대해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모아 보았어요. 글쓰기는 정말 생각들을  곳에 모으는데 탁월한 방법인  같습니다. 결핍이 없으면 좋겠지만 결핍을 통해 성장하기도 하고요. 나쁘기만  것은 아니네요. 결핍을 뛰어넘고 다음 세대에게는   나은 것들 물려줄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서울이 왜 마냥 좋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