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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양 Dec 13. 2021

고마워요, 광희님

나는 휴양지에 있다.

인생이 게임처럼 순간순간마다 이루어야 하는 퀘스트가 있다면, 올해 나에게 주어진 퀘스트는 "작별"이었나 보다. 곁을 스쳐 지나가 작별을 고해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조금만 더 머물러 주면 안 되나. 조금만 더 나랑 놀다 가면 안 되나. 사람들과의 작별이 다소 야속하다.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떠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나도 누군가를 떠나왔구나. 


우리는 서로를 떠난다. 마치 교차하는 무한한 선 같다. 나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것에 들떠 길을 나섰다. 그런데 이 말은 다른 말로 바꾸면, 많은 사람들과 많은 작별을 고해야 하기도 했던 것이다. 


또다시 나에게 작별을 고한다. 나는 남겨진 사람이다. 


남겨지는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한다. 곧 내가 남겨두고 온 사람들이 떠오른다. 나는 그곳을 떠날 때 기뻤는데, 후련했는데. 내가 떠나온 자리는 어땠을까. 속이 좁은 나는 남들이 떠나간 자리에 허탈하게 서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이 빈자리가 나를 공허하게 만든다. 이곳은 무인도이다. 


한없이 우울해하고 있는데,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광희가 외국 영화에 더빙을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두 번씩이나 이 거지 같은 섬에 버려지다니.


그 장면이 떠올라 어두운 우울감에서 한 번에 끌어올려졌다. 아아. 산통이 깨졌다. 한없이 우울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하찮고 가냘픈 목소리가 이겼다. 모르겠다. 나를 이 거지 같은 섬에 버려놔도 잘 놀다 갈 거다. 내 마음을 바꾸자 무인도였던 섬이 휴양지가 되었다. 고마워요, 광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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