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할수록 더 겁이 난다

5. 게임 운전 연습

by 옥상희

운전 연수를 받고 한 달이 지났다. 내게 운전을 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대답은, '운전이란 과연 무엇인가'란 심오한 대답을 할 밖에. 내가 발딛고 있는 현실 세상에서의 운전만이 운전인가, 가상 세계를 바탕으로 실제 핸들과 페달을 밟으면서 하는 행위도 운전이라 볼 수 있는 것인가.


운전 연수를 받은 후에도 주차장에서 주차 연습은 잠깐씩 했다. 아침마다 남편이 출근하기 전 5~10분 정도 일찍 나가서 주차장에서 자리를 빼고, 다른 자리에 주차해 보는 연습을 했다. 2주일쯤 반복하니 조금 익숙해졌다. 남편이 나아졌다고 칭찬을 해서,

"1년 정도 이렇게 하면 운전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죠?"

라고 해맑게 말했는데, 남편은 무서웠다고 한다. 진짜 1년 동안 아침마다 이렇게 자기를 데리고 연습할까봐.


남편은 당*마켓에서 '시티카'라는 게임을 하는데 필요한 부속물인 페달과 핸들을 구입했다. 낑낑대면서 본인의 책상에 설치를 하더니 이제는 이걸로 연습을 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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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은 실제 핸들보다 작고, 페달은 발이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남편이 신경 써서 설치해 준(핸들 때문에 자신의 책상을 편하게 쓸 수도 없다) 게임을 해보기로 했다. 역시, 게임 속에서의 내 운전 실력은 엉망이었다. 중앙선도 잘 못 지키고, 후진 주차도 잘 못해서 한 번 주차하는데 몇 분이 걸렸다. 남편은 실제로 내가 운전하는 스타일처럼 게임 속에서도 운전을 요상하게 한다며 신기해했다.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열심히 하라고 했다. 나는 하루 30분씩 꼬박꼬박 게임 속에서 운전하고 있다. 이제 게임 속에서는 후진 주차를 잘한다.


게임 내에서는 운전을 이상하게 하는 NPC도 있어서 가만히 내 갈 길 가고 있는데 와서 박는 차들도 있다. 멀쩡하게 인도를 걷다가 갑자기 자세를 잡고 차도를 가로질러 달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별 수 없다. 박는다. 사고가 나고, 한숨을 쉬고 후진했다가 뺑소니를 친다. 아니, 뭐, 게임 안에서는 신고를 할 수도 없고, 뭐, 방법이 없다. 나는 찌그러진 차를 끌고 내 길을 가야 한다. 그래도 오늘! 한 번은 재빠르게 피해서 사고를 막았다. 한 번은. 아쉽지만 두 번은 피하지 못했다.

게임 설정에서 이상 행위 NPC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0%로 만들 수도 있지만 우리 삶에도 이상 행위를 하는 인구가 10%는 있기 때문에 나는 30%로 설정하고 게임을 한다. 삶보다 게임이 더 가혹하도록.


게임이 끝나면 항상 내 차는 어딘가 찌그러져 있다. 한 번도 처음 시작했던 대로 온전한 차 모양을 유지하면서 끝낸 적이 없다. 게임을 계속 하니 처음 게임을 할 때보다는 게임 속 운전이 능숙해졌지만, 실제로 운전을 하려고 하니 겁은 더 난다. 이게 과연 이득일까...


Image by Victoria_Watercolo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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