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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희 Apr 14. 2023

연습할수록 더 겁이 난다

5. 게임 운전 연습

 운전 연수를 받고 한 달이 지났다. 내게 운전을 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대답은, '운전이란 과연 무엇인가'란 심오한 대답을 할 밖에. 내가 발딛고 있는 현실 세상에서의 운전만이 운전인가, 가상 세계를 바탕으로 실제 핸들과 페달을 밟으면서 하는 행위도 운전이라 볼 수 있는 것인가.  


 운전 연수를 받은 후에도 주차장에서 주차 연습은 잠깐씩 했다. 아침마다 남편이 출근하기 전 5~10분 정도 일찍 나가서 주차장에서 자리를 빼고, 다른 자리에 주차해 보는 연습을 했다. 2주일쯤 반복하니 조금 익숙해졌다. 남편이 나아졌다고 칭찬을 해서, 

 "1년 정도 이렇게 하면 운전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죠?"

 라고 해맑게 말했는데, 남편은 무서웠다고 한다. 진짜 1년 동안 아침마다 이렇게 자기를 데리고 연습할까봐. 


 남편은 당*마켓에서 '시티카'라는 게임을 하는데 필요한 부속물인 페달과 핸들을 구입했다. 낑낑대면서 본인의 책상에 설치를 하더니 이제는 이걸로 연습을 하라고 했다. 

  핸들은 실제 핸들보다 작고, 페달은 발이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남편이 신경 써서 설치해 준(핸들 때문에 자신의 책상을 편하게 쓸 수도 없다) 게임을 해보기로 했다. 역시, 게임 속에서의 내 운전 실력은 엉망이었다. 중앙선도 잘 못 지키고, 후진 주차도 잘 못해서 한 번 주차하는데 몇 분이 걸렸다. 남편은 실제로 내가 운전하는 스타일처럼 게임 속에서도 운전을 요상하게 한다며 신기해했다.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열심히 하라고 했다. 나는 하루 30분씩 꼬박꼬박 게임 속에서 운전하고 있다. 이제 게임 속에서는 후진 주차를 잘한다. 


  게임 내에서는 운전을 이상하게 하는 NPC도 있어서 가만히 내 갈 길 가고 있는데 와서 박는 차들도 있다. 멀쩡하게 인도를  걷다가 갑자기 자세를 잡고 차도를 가로질러 달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별 수 없다. 박는다. 사고가 나고, 한숨을 쉬고 후진했다가 뺑소니를 친다. 아니, 뭐, 게임 안에서는 신고를 할 수도 없고, 뭐, 방법이 없다. 나는 찌그러진 차를 끌고 내 길을 가야 한다. 그래도 오늘! 한 번은 재빠르게 피해서 사고를 막았다. 한 번은. 아쉽지만 두 번은 피하지 못했다. 

 게임 설정에서 이상 행위 NPC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0%로 만들 수도 있지만 우리 삶에도 이상 행위를 하는 인구가 10%는 있기 때문에 나는 30%로 설정하고 게임을 한다. 삶보다 게임이 더 가혹하도록. 


 게임이 끝나면 항상 내 차는 어딘가 찌그러져 있다. 한 번도 처음 시작했던 대로 온전한 차 모양을 유지하면서 끝낸 적이 없다. 게임을 계속 하니 처음 게임을 할 때보다는 게임 속 운전이 능숙해졌지만, 실제로 운전을 하려고 하니 겁은 더 난다. 이게 과연 이득일까...


Image by Victoria_Watercolo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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