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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희 Aug 01. 2023

남편이 화를 냈다

6. 게임을 한다고 운전을 잘하진 않았다

게임으로만 운전연습을 한 지 어언 2개월이 넘었다. 남편을 태우고 근교로 나가보기로 했다. 그간 운전 실력이 늘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남편은 좀 피곤하다고 했지만, 나간 김에 냉면도 먹자고 꼬드겼다. 


차 후면에 초보운전 스티커를 두 개나 붙였다. 하나는 약간 빼뚜름하기까지 하다. 이 정도면 운전자들이 심각성을 알고 잘 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주차장에서 차를 뺄 때부터 남편은 말투에 짜증을 싣기 시작했다. 

 

"아니, ... 그럼 안 되지. ... 아니, 그렇게 하면, ... 아유, 그냥 해 봐요. ... 부딪치겠어요! ... 빨리 나가야죠!"


주차된 차를 피해서 코너를 도는 데 넓게 돌지 못해서 차가 닿일 것 같았다. 왼쪽으로 차를 피하면 오른 쪽으로 화단의 나무와 닿을 것 같았다. 천천히 돌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택배 차가 '짜잔'하고 등장한다. 시속 4km로 가고 있던 나는 벌벌 떨면서 액셀을 밟는다. 밟아도 8. 


아파트 단지를 나와서 도로에 들어섰다. 학교 앞이라 시속 30km이하로 달려야 한다. 천천히 가도 되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곧 어린이 보호구역을 벗어났고, 주변의 차들이 빨라졌다. 내 앞으로 계속 차들이 끼어들었다. 너무 천천히 달려서인지 교차로에 들어설 때 초록불에서 노란불로 바뀌었는데, 교차로를 벗어날 때쯤 노란불이 빨간불로 바뀌었다. 이런 건 신호 위반에 안 걸리겠지? 그 사이에도 남편은 빨리 차를 빼야 한다며 교차로에서 브레이크 밟지 말고 빨리 나가라고 했다. 


차는 계속 오른쪽 차선에 붙었다. 남편은 계속 차가 기운다면서 야단을 쳤다. 남편 나름으로는 3번 정도 참다가 한 번쯤 화낸 것이겠지만, -그럴 거라 믿는다- 그러면 나는 얼마나 차선을 제대로 못 지킨 거지?  


냉면 집을 찾아가는 길은 도로 양쪽으로 주차된 차가 좀 있었다. 오른쪽에 택배 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내가 빨리 지나가주어야 할 것 같아 액셀을 밟고 지나가는데 남편이 야단을 쳤다. 택배차 운전석에서 사람이 내리면 어떡하려고 그렇게 빨리 달리냐고. 남편 말이 일리가 있었다. 남편은 왜 빨리 달려야 할 때는 천천히 달리고, 천천히 달려야 할 때는 빨리 달리냐면서 그 동안 운전 연습한 게 맞냐고 물었다. 


게임으로는 했다. 게임이 도움이 되긴 했지만 실제와는 달랐다. 게임 운전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지만, 실제 운전은 여전히 무섭다. 게임에서는 코너를 돌다가 연석 정도야 가볍게 밟고 지나가도 되지만 실제로는 그러면 안 됐다. 남편은 예전보다 운전을 더 못하는 것 같다면서 화를 냈다. 나는 게임으로만 운전 연습을 하고 실제로는 연습을 못하니까 그렇다고 하니 남편은 왜 실제로 연습을 안 하냐며 답답해 했다. 무서우니까. 무서우니까 안 하지. 그 육중한 자동차를 끌고 내가 도로에 나가는 게 무서우니까. 누구라도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의지할 데라고는 남편밖에 없는데 남편은 일하느라 항상 바쁘다, 피곤하다 하니까. 


남편은 내가 스스로 해보려고는 하지 않고 자신에게만 의지하는 게 답답했나 보다. 


게임 운전은 그만해야겠다. 운전을 오히려 험하게 하는 기분이다. 아파트 단지라도 천천히 혼자서 돌아봐야겠다.    



사진: UnsplashSiavash Ghanb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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