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바코 소셜과는 다른
회사 옥상에 흡연 공간이 있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담배를 피우러 올라온다. 한숨 돌리러, 식후땡을 하러, 복잡한 일이 있어서, 업무상 중요한 이야기를 하러, 갑갑해서, 시간을 때우러, 조용하게 통화를 하기 위해서. 저마다의 이유는 다르지만 공통의 매개인 담배가 없다면 나를 포함한 그 사람들은 옥상에 한 번에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때로는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몰려 있을 때가 있다. 답답한 마음만을 한가득 담고 올라온 사람들끼리만 모여 있을 때는 기류가 무겁다. 뿜어지는 담배 연기가 창살처럼 느껴질 때가 있으니. 그럴 때는 서로의 감정을 톡 하고 털어놓으면 어떨까 싶어지는 때가 있다. 당신과 나는 서로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왜 우리는 서로 통하지 못할까. 이런 환상적인 망상들. 삭막한 직장인으로서 살면서 때때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익명의 위로 같은 것들.
물론 담배를 피우러 모인 사람들은 그런 익명의 위로를 담배를 통해 얻는다. 하지만 인간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체온과 어긋난 마음을 이어 줄 수 있는 말, 비뚤어진 시각을 바로 잡고 나아가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이다. 일상에 그런 것들이 가득하다면 담배공동체 일원에게 담배가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올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말초 신경을 이완해 몸을 중독시키는 이 강력한 마약은 쉽게 끊어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적어도 이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어떠한 우울감, 무력감, 박탈감은 끊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종종 해본다.
담배를 피우지 않았을 때는 날이 아무리 추워도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을 보며 '담배를 피우면 몸이 따뜻해지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26살에 담배를 처음 배우고는 알았다.
아, 내가 담배를 일찍 배웠다면 인생을 좀 덜 빡쳐가며 살았을 텐데.
(만으로) 33살이 된 지금은 담배를 한 모금 빨 때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미 담배를 빨 때는 빡쳐 있거나 갑갑하거나 무력감이 들 때니까. 언제나 그렇듯 담배공동체가 느끼는 감정을 유사 텔레파시로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