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기억이 가득했던 마을
코로나가 좀 느슨해졌던 시기에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지하철 노선도를 들여다보던 아이는 광화문역에 가고 싶다고 해서, 검색해보니 주변에 박물관도 다양하게 있었다. 잘 되었다, 하며 숙소를 예약했고, 오랜만에 지하철을 실컷 탔다.
숙소가 있는 532 서대문역에 도착했다.
역 근처에 스테이크에 불쇼를 보여주는 맛있는 곳도, 호텔도 다 있어서 편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 깨끗한 호텔 침구에서 뒹굴뒹굴 잠깐 휴식을 취했다.
지난번 묵었을 때보다 고층을 배정받았더니 저 멀리 청와대가 보인다. 다음엔 저길 가보자...:)
막상 호텔에 들어가 좀 더 검색해보니 농협에서 운영하는 사설 박물관들은 코로나로 휴관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분단위 계획을 세우던 나였는데,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후로는 느슨해져도 너무 느슨해져 버렸다.
이런 것조차 확인하지 않고 오다니..... (이런 이유로 서대문역은 다시 한번 오기로...)
뒤늦게 자책하며, 그나마 문을 열었다는 돈의문 박물관 마을로 향했다.
마을 안내소에 먼저 들러, 방문자 등록을 하고 열 체크를 마치면 스티커를 하나씩 주신다.
그럼 마을을 둘러볼 때 따로 체크 없이 입장할 수 있어서 편했다.
돈의문 박문관 마을의 옛 모습부터 시작해서 현대의 모습까지의 변화를 보여주는 전시물부터..
활과 화살 전시, 한국 최초의 여의사 박에스더 기념관, 과거의 '구락부'의 모습..
독립운동을 한 분들의 벽화와 그 시대의 총도 눈길을 끌었다.
한참 헤매서 찾아간 생활사 전시관의 예전 집의 모습까지..
내 시대보다는 이전 시대의 전시물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남아있는 추억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 아빠가 참 좋아하시던 레코드판과 내가 어릴 적 사모으던 을지 악보들..
어린 시절 우리 집에 있었던 자개 옷장과 할머니 방에 있었던 한 장씩 뜯는 달력까지..
내 추억이 떠오르는 전시물들을 내 아이와 본다는 건 참 묘한 기분이었다.
나와 남편은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는 신기한 전시물들을 구경하며 돈의문 박물관 마을의 열려있는 부분들을 둘러보았다.
다음에 전부 다 열었을 때, 한번 더 와보고 싶은 곳.
검색해보니 코로나 이전에는 플리마켓도 하고, 더 재미있었던 곳 같다.
과거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골목길을 지나, 이전의 추억을 안고 있는 옛 건물들을 둘러볼 수 있는 곳.
서대문역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