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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수시모집 제출 서류를 받으며

입학사정관의 교육 이야기

원서 접수가 끝나면 외부에서는 입학과의 고비가 넘어갔다고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원 자격에 해당되는 관련 서류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가 되면 우체국 집배원님과 원활한 통화는 필수다. 오늘 하루 몇 백건의 서류가 올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경쟁률이 높으면 응당 좋은 일이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집배원 역시 몇 번을 확인하고 서류를 전달하지만, 오배송이나 바코드가 읽히지 않아 민원 연락도 종종 받는다고 하는데, 나와 만날 때마다 서로 고생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며 찰나의 순간동안 위로 받게 된다. 


이 시기를 위해 아르바이트 학생 모집 공고를 내고, 면접을 본 후 단기로 고용한다. 아르바이트 학생을 선발하는데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데, 한 사람의 사소한 실수가 퇴근을 늦추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총명한 학생을 선발하는데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이번에 함께 할 학생들은 입학과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학생, 노무사 1차를 합격한 학생 등 3명과 함께 하게 되었다. 모집요강을 주며, 지원자격을 잘 살펴볼 것 그리고 단과대학별 학과를 파악할 것을 요청했다. 사실 일만 보면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한 번 삐걱거리면 미궁으로 빠지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기에 유의 사항 등을 안내하고 첫 날을 맞이한다.


첫 날을 맞이한 뒤엔 학생들이 이정도면 이란 표정을 짓는다. 왜 그렇게 겁을 줬냐는 반박인 것이다. 그러나 이 표정은 오래 가지 않는다. 아니, 이틀 날부터 "선생님. 저희 제때 퇴근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과 함께 "그런 말 할 시간에 그냥 해."라고 서로를 독려한다. 퇴근할 때가 되면 네 사람은 누구보다 행복하다. 문제가 없기 때문에 퇴근한다는 것 자체가 기쁜 것이다. 


올해 가장 많은 서류를 받은 날은 1,500건 정도였다. 7년간 수시모집 철에 우리 대학 배달을 한 경험이 있는 분도 놀랐다. 이 업무를 한 지 다섯 번인 나 역시 놀랐다. 당일 도착한 서류는 당일날 우리대학 사이트에서 "도착"으로 변경해줘야 하기에 한정된 시간과의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문득 2018년 처음으로 이 업무를 하며 중심되는 선생님과 상의하여 다음 날 도착 바코드를 찍었더니 학교의 전화가 하염없이 울려다. 우체국에서는 도착이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왜 학교에서는 도착 표시가 안 되냐는 것이었다. 그 뒤부터는 당일 도착 당일 처리라는 내부적인 지침으로 운영하고 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불과 이주일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 친밀도는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밖에 없다. 역시나 어려움을 함께 해야 조직은 끈끈해지나라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된다. 또 한 가지는 여전히 80년대, 90년대로 일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참 변화가 없는 곳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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