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의 교육이야기
제출 서류를 받고 나면 입학처에서는 즉각 지원 자격 심사 준비를 한다. 지원자들이 지원자격에 적절한 서류를 제출했는지 그리고 특이사항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는 기간이다. 이때는 사무실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서류에 파묻혀 서류만 보는 시기이다.
전형이 다양할수록 실무자들은 골치가 아프다. 경쟁률이 잘 나올수록 실무자들은 봐야 할 서류가 늘어난다. 관리자들 입장에서는 우리대학의 위상이 올라간 것이고, 상반기의 홍보에 대한 결과물이니 인근 대학끼리는 경쟁률에 대해 특히 예민하다.
대학에서는 모집요강만 읽으면 실수없게끔 해두었으나, 막상 지원 자격 심사를 하다보면 지원자들에게 전화를 돌릴 일이 많다. 전화를 돌리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발급 서류의 일자가 맞지 않거나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않았거나 전혀 엉뚱한 서류를 냈는 등 통일되지 않는 서류들을 보면서, 한숨이 나오기 일쑤다.
지원자들은 학교에 있을 시간이기에 특히 통화가 안 되면, 추가 연락처로 전화를 바로 이어서 시도한다. 부모님이면 다행인데, 친구 연락처를 적는 경우도 있다. 무슨 생각이냐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들린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인생이 걸린 중요한 전화가 갈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본인과 동일한 처지에 놓인 친구 연락처를 추가 연락처로 적는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학사정관들은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한다. 괜한 찝찝한 마음을 뒤로 하고 퇴근하는 것 자체가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지원 자격 서류가 덜 왔다고 다시 보내달라고 하면, 지원자는 분명 보냈다며 대학에서 분실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한다. 알 수 없는 일이기에 대답하기도 참 곤란하다. 이 시기에는 봉투 안에서 서류만 꺼내보고 다시 집어넣으면서 분실을 방지하고, 애당초 처음 서류가 오면 1차적으로 제출 서류 미비라고 작성을 해두어도 우리의 떳떳함을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부모님과 통화하면서 우리 아이가 그 대학에 지원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너무 많아도 좋지 않음을 느끼지만, 자녀 교육에 이렇게도 무관심할 수도 있구나라는 걱정도 든다. 아이가 자립심 강하게 성장했구나라며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이 일은 하면서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 특히 고민하게 되었다. 이혼을 하더라도 영향을 갈 수 있는 상황들을 알게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농어촌전형의 경우엔, 6년 과정과 12년 과정이 존재한다. 6년 과정은 농어촌 소재지 중, 고등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부모, 본인과 농어촌 소재지에 거주해야만 지원 가능한데, 대개 문제가 없지만서도 이혼 전 별거 상태인 경우 여러 상황들이 펼쳐진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들려드리면, 농어촌전형으로 합격한 지원자는 당시 O.T 까지 다녀와서 선배들과 인사도 나눴다. 그런데 농어촌전형의 경우 합격 후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다시 한 번 부모님의 주민등록 초본을 통해 이사 여부를 확인하는데, 아버지가 별거하는 동안 주소지를 잠깐 옮겼던 것이다. 결국에는 그 합격자는 최종적으로 탈락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듣고 사무실로 찾아와 눈물로 호소한들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올해도 여러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지원 자격이 되게끔 돕고자 드린 연락에 짜증을 내는 지원자, 그냥 탈락시켜달라고 이야기하는 지원자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지만, 과거에 연연할 여유가 없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p.s 스테이플러(지철기)는 쓰지 않는다면 실무자들은 좋아할 것이다. 심을 하나 하나 빼는 것도 일인데, 깔끔하게 빼기 위해선 시간이 많이 쓰인다. 가능하다면 순서대로 종이만, 그래도 찝찝하다면 클립을 사용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심을 빼다보면 손가락이 아플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