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의 약속
선생님과 나는 약속했다. 200명 앞에서 손들고 발표하기로. 이게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 어떤 의미가 되는지 짚어본다. 발표는 내게 공포다. 수치심으로 가득 찬 나는 손을 들어본 적 없는 학생이었다. 이건 성인이 되어서도 그랬는데 한 강연에서 발표자의 지목으로 울어버린 일이 있었다.
발표뿐 아니라 여러 일에 대입해볼 수 있다. 막상 해보면 별 거 아닌데 공포감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하다 포기하는 일. 그건 내성이 돼서 자꾸 마음의 힘을 잃게 만들었다. 한 번만. 한 번만 이걸 뚫으면 그다음도 할 수 있는데. 해보니 별거 아니었어. 이것도 할 수 있어. 몸속에 할 수 있어 세포로 가득 차게 된다. 증명해내야지. 시간이 짧게 걸리거나 오래 걸리는 일의 차이일 뿐. 할 수 있다.
간절함은 강력한 동기가 되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설령 원하는 결과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들 분명 또 다른 가치를 얻었을 것이다. 인생이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건 대부분 알고 있다.
타인에 초점을 맞춰 살면 언젠가 현타가 온다. 질질 끌려가다 원치 않는 방향을 맞닥뜨리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난 그런 삶을 살았다. 이건 차츰 비참해지는 것인데 나중엔 타성에 젖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불안에 삼켜지는 것이다.
나를 부정적으로 끌고 가는 것들을 끊어내기로 마음먹은 것도 더는 그러기 싫었다. 나만의 행복을 찾고 싶었기에. 사람마다 자신이 어려워하는 조각이 있을 것이다. 난 나를 드러내는 것이었고 이젠 뚫고 나가버렸다. 나를 예쁘게 바라봐주고 싶다. 거기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