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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Nov 17. 2022

좋아하는 가수를 만났습니다

사실 도망가고 싶었지만요

언젠가 초연함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호들갑 떨거나 태풍이 치는 것처럼 요동하는 건 제게 어느 순간 사라진 모습이 되었습니다. 감정과 표현을 꾹꾹 눌러온 탓인지 무표정을 유지해야만 견딜 수 있는 삶이었을지요.


좋아하는 가수를 만났습니다. 1:1 팬 미팅이라면 그럴 수 있겠고, 명분은 정성스럽게 만든 책을 전달하는 일이었습니다. "가수님, 이번에 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책 선물드리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시작은 그랬습니다. 혹여나 선물하는 것조차 부담스럽거나 만나기를 꺼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꺼내지 못한 채로. 택배로 전해줄지, 가는 길에 들러 직접 전달을 할지, 무엇도 말하지 못하고 마무리를 합니다.


며칠  연락  통이 왔습니다. "책은 어떻게 받아요?"  안도했습니다. ',  전달해 드리는  부담스럽않구나.'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괜찮으시면 제가 근처로 전달드릴게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서 적당한 위치와 날짜를 골라 만나기로 합니다. 장소는 제가  오갔던 곳이었지만 주변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제게도 생소한 골목들이었습니다.  한잔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어색함을 견딜  없을  같아 조금은 걷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조금 걷다가 들어가고 싶은  발견하면 거기로 갈까요?" "좋아요." 그렇게 걷기를 한참. 몰랐는데, 2시간이 지나있었습니다. 무슨 얘기를 했냐고요?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주변의 풍경, 오고 가는 , 지나가는 사람들. 걷는 속도.  의미 없는 대화가   마디 오갔을까요. 자전거를 두고 너무 멀리 걸어와 버려서 다시 처음 만난 장소로 돌아가게 됩니다.  자전거를 나란히  거라고는 생각도  했지만요.


자전거를 타는 일은 아주 오래된 일, 누군가의 뒤에 타본 적이 없었습니다. 걸으면 20분 걸리는 공원을 2시간이 걸려 도착하다니. 그때부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저에게도 긴장이나 어색함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곡을 만드는 일, 홍보하는 것, MBTI, 이번 책은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등. 잠깐이었지만, 할 말이 더 많았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다음엔 식사대접이라도 하겠다며 제가 쓴 책과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에 오히려 제가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곡을 만들고 싶다는 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대화를 나누다 보니 먼저 작사에 관한 의견을 말씀해주셔서 참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언젠가, 그리 멀지 않은 날 좋은 책 혹은 좋은 곡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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