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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Jan 15. 2024

알레르기 검사 두 개 30만 원

나를 사랑하기 위한 여정

몇 달 전쯤, 두피가 너무 간지러웠다. 간지러우니 손이 자꾸 머리 쪽으로 가게 되고 자고 일어나니 까만 베개에 눈이 내려있었다. 뭐가 문제인지 답답해서 두피용 샴푸를 이것저것 바꿔 써보았다. 머리카락도 점점 심하게 빠지는 것 같고 가려움은 낫지 않았다. 우연히 보게 된 SNS의 한 피드. 나와 똑같은 증상이었다.

머리가 너무 가려워 약, 미용실, 온갖 방법을 시도했지만 낫지 않았고 머리까지 밀어버렸지만 차도가 없었다.

식습관을 개선해야겠다고 자연식물식을 먹으며 가려움증이 나았다고 했다. 과일, 채소 등을 섭취하고 육류나 가공식품, 인스턴트 등을 멀리했다. 이거라고 생각한 나는 육류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야채, 과일을 먹으며 약속이 있을 때 빼고는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섭취를 제한했다.

신기하게 가려움증이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았다. 정말 평생 고기를 먹을 수 없는 걸까.


몇 년 전, 굴을 먹고 장이 심하게 뒤집어진 나는 그 뒤로 굴을 안 먹다가 엄마가 해주신 김장김치에 굴을 먹어봤는데 똑같이 속이 뒤집어졌다. 그래서 음식 알레르기 검사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알레르기 검사는 MAST라는 검사를 한다고 한다. 나는 음식에 관한 것을 하고 싶어 인터넷을 찾다 지연성 알레르기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지연성 알레르기 검사를 하는 곳이 없었고 어느 병원에 문의했을 땐, 그건 대학병원에 가야 된다고 했다. 인터넷을 찾고 찾다가 지연성 알레르기 검사하는 병원을 발견하고 다음날 아침부터 병원을 찾았다. 앞에 대기환자만 열명이 넘었다. 기다려도 괜찮았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와 의사 선생님께 증상과 굴에 대한 에피소드도 말씀드렸다. 피를 뽑고 결과까지 며칠 걸린다고 했다. 5일 뒤 문자가 왔다. 다음날, 첫 타임에 진료를 받고 싶어 오전 8시에 집을 나섰다.

결과는 나에게 충격이었다.


MAST 검사에서 나온 것은 집먼지와 고양이 알레르기 체질.

내가 궁금한 것은 지연성 알레르기.

결과는 우유와 계란이었다.

더 자세히 들어가면 우유, 계란(흰자, 노른자), 대두콩, 상추, 토마토, 보리, 겨자, 마늘이었다.

대두콩은 두부가 만들어지는 콩. 나의 주식은 계란과 두부였다. 그런데 그게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음식이라니. 며칠 전에도 계란 한 판을 사서 많으면 하루에 5개도 먹었던 게 계란이었다.

일단, 산 것을 버릴 순 없으니 사둔 것만 얼른 먹고 섭취를 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많은 음식에 두부와 우유, 계란이 들어가는 것은 어떡하고? 그건 가급적 최소한만 먹으려 한다.

이제 삶은 계란을 먹거나, 우유를 직접적으로 섭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남은 달걀을 처치하고자 계란을 매일 먹는데 이걸 알면서 남은 두부와 계란을 먹으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괜찮았던 머리가 다시 가려워짐을 느꼈다.


 



본가에서 나와 타지에서 자취를 시작하며 스트레스성 폭식 증상이 있었다. PT로 운동도 거의 매일 하고 다이어트를 해보겠다고 발버둥 쳤는데 혼자 있는 시간에 편의점 음식을 한가득 사 와서 한꺼번에 배가 터지도록 음식을 욱여넣었다. 음식에 지나친 제한을 두려고 한 것과 지나치게 마른 몸을 동경하고 음식 안에 갇혀 어떻게 나를 컨트롤해야 할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본가에서 온 지 얼마 안돼서 5킬로가 쪄버렸다.


다시 차근차근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려 노력해 왔다. 일주일을 굶은 적도 있었고 강박에 시달린 적도, 그로 인해 스트레스로 탈모나 면역력이 많이 약해져 가려운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를 사랑하고 나의 작은 성취를 인정해 주고 나아가는 내 모습을 사랑해주고 싶다.

직작생활하며 매일 도시락 싸다닌 내 모습, 아침 일찍 일어나 나를 위한 명상이나 요리를 한 모습,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자연 속에 힐링하는 내 모습, 매 끼니마다 사진을 찍어 내가 뭘 먹고 있는지, 먹기 싫은 것을 억지로 먹은 것은 아닌지, 나의 욕구는 무엇인지. 나를 위한 시간은 얼마나 쓰고 있는지. 나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만족스러운 내 모습은 어떤 게 있는지, 마주하기 싫지만 마주했던 나의 노력들과 눈물, 웃음, 성장과 변화가 분명 있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매일 불안하지만 해낼 수 있고 나를 믿고 있다. 그럭저럭 잘 해낼 거라는 걸 알고 있다.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려 하지 말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아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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