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노래추천을 좀 하려고 한다. 이번엔 어떤 큰 주제를 정하기보다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노래 몇 곡을 랜덤으로 소개해보려 한다.
1. Reunion - 크루시픽스 크릭
2009년에 발매된 시간이 좀 된 노래지만 작년 내 친구 인스타 스토리에 이 노래가 삽입돼 있던 걸 듣고 처음 알게 되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노래는 재회에 관한 이야기다. 세명의 각기 다른 재회 스토리를 내레이션 하듯이 노래가 진행되고 잔잔한 비트가 깔려있어 편안하게 듣기 좋다. 몇 년 만에 만나보는 옛 친구와의 대화를 노래하는 스토리에 나를 대입해서 듣다 보면 왠지 모르게 내 옛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느낌이 든다. 워낙에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이 곡이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우린 앞으로 점점 더 변해가겠지
정신없이 움직이는 시곗바늘 탓에
넌 멋지다 말하지만 삶이 너무 빡세
지칠 때 너의 생각이 나
너와의 추억들 몇 번씩 되감지 난
이런 내 맘 너도 이해할 수 있겠니"
"그때 그곳 그 향기 나일 먹고 시간이 흘러간대도 지워지진 않을 거야 하나도"
2. 타이밍- 쿤타
이 노래는 내가 첫 의대 도전에 실패하고 좌절해 있을 때 아주 큰 응원이 되어주었던 곡이다. 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내 첫 의대도전 때 나와 같이 준비하던 선배, 동기, 그리고 몇몇 후배들까지 나를 제외하고 모두 합격했기 때문에 내 좌절감은 극에 달했었다. 그런 내게 다시 일어나서 달릴 수 있는 힘을 준 곡이기에 나는 이 음악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비록 쿤타의 스토리와 내 스토리는 아주 다르지만 후렴구에 나오는 “너도 분명히 올 거야 타이밍”이란 가사는 그 누구에게나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실패만 겪고 있다고, 빛 한줄기 보이지 않는 칠흑의 터널 속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본인은 대기만성형 인재라고, 아직 그저 타이밍이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여기며 계속 달려가길 바란다. 포기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인생은 타이밍 온다고 말했잖아 좋은 타이밍 언제야 우리 손을 잡을 타이밍 결국 나에게도 오는 타이밍 타이밍 인생은 타이밍 Ring Ring 아하 하는 타이밍 언제야 우리 손잡을 타이밍 너도 분명히 올 거야 타이밍 타이밍"
3. 그대의 봄과 함께 - 알레그로
이 곡을 좋아하게 된 에피소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 곡이 출시 됐을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는데 당시의 나는 여전히 아이돌 노래를 많이 듣고 있을 시기였다. 그런데 보통 아이돌 노래와 분위기가 많이 다른 이 곡을 들었을 때 생각보다 취향에 잘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때 이래로 내 플리에 항상 자리 잡고 있던 곡이다. 아마 이때부터 내 음악 취향이 아이돌 노래에서 인디/밴드음악으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내 카톡 상태메세지에 이 노래를 오랫동안 올려놨던 건 뚜렷하게 기억난다. 예전에도 언급했듯이 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늘 힘겨웠던 세상 속 날 잡아 주던 너 따스한 향길 전해준 날들 늘 웃어주던 그댄 나의 겨울 속을
환하게 비춰주곤 했었어"
이 앨범엔 한 개의 곡이 더 들어있는데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에 여자보컬이 부른 "여전히 그대라는 걸"이라는 곡이다. 가사를 읽어보면 "그대의 봄과 함께"의 답가 같은 느낌도 난다.
4. 윤하 - 바람
나는 윤하의 오랜 팬이다. 이미 언급한 적이 있지만 여러 번이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윤하의 곡을 추천하려 한다. 이 곡은 사건의 지평선이나 태양물고기처럼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곡이다. 그렇기에 난 이 곡에 훨씬 더 정이 간다. 본래 이 곡은 윤하가 일본에서 활동할 적에 일본어로 먼저 ‘카제’란 제목으로 출시가 되었던 곡인데 본인의 곡을 본인이 리메이크한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리지널 곡보다 편곡된 이 버전을 훨씬 더 좋아한다. 인트로의 그 셰이커와 기타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정말 가을바람이 내게 솔솔 불어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 곡은 어느 한 부분의 가사를 집어 올 수 없을 만큼 전 가사가 참 시적이라 생각한다. 바람이란 단어는 공기의 흐름인 ‘바람’과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란 뜻을 모두 가지고 있다. 가사를 되새기며 음악을 듣다 보면 이 두 의미가 모두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비록 5분이나 되는 곡이지만 듣는 내내 전혀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곡인 것 같다.
"하루가 시작된 거리 그 틈 속에서
바람이 불어들 때 가슴 아팠던 날들 기억을 타고 와 스르르 미소가 되지"
"어깨가 닿도록 걷는 저 많은 사람들 모두 어디로 향해 가고 있을까 멈춘 계절은 언제쯤 널 데려올까"
"눈물을 배우고 아픔을 알고서 미소 짓는 법도 알게 됐지"
"바쁜 하루하루에 널 잊었다가도 그런 매일매일에 순간 웃어봐도 잠깐 밀려온 기억은 한순간도 날 그대로 두질 않아"
"시간이 흐르면 내게 다 하지 못했던 그 한마디도 너를 향하던 마음도 잊혀 질 줄 알았는데 그대로인걸"
5. 희한한 시대 - 옥상달빛
이 노래를 알기 전까지 나는 옥상달빛의 노래는 "수고했어, 오늘도" 밖에 몰랐었다. 그런데 우연히 이 곡을 알게 된 후로 옥상달빛의 노래들을 쭉 훑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항상 사랑얘기로 뒤덮여있는 노래들과는 다르게 뭔가 인생관념에 대한 가사가 써져 있고 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곡인 것 같다. 현대인의 생활을 생각하면 정말 자기 할 일만 딱 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신경 쓰지 않고 피해 주지 않고 맘 편하게 사는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은데, 이 곡의 마지막 부분의 가사는 새로운 관념에 눈을 뜨게 해주는 느낌이다. 어차피 혼자 사는 외로운 인생, 주변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며 관심을 가지다 보면 무료한 삶에 새로운 색깔을 조금 더해주는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제 만난 친구가 그런 말을 했어 눈과 귀를 닫고 입을 막으면 행복할 거야 너는 톱니바퀴 속 작고 작은 부품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는 희한한 시대에서 열심히 사는구나"
"울지 마 그냥 그림자처럼 살아가 가만히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그럼 지금보다 행복할 거래"
"그래도 세상 한가운데 어차피 혼자 걸어가야만 한다면 눈 뜨고 잘 듣고 목소릴 내보면 그럼 지금보다 나아지겠지 그리고는 천천히 살아가는 거지"
6. Hope - 윤하
마지막은 역시 윤하의 곡으로 장식하겠다. 이 곡은 윤하가 팬들을 향해 하고싶은 말을 담은 곡이다. 난 인트로의 기타 소리가 너무 내 스타일이어서 금방 빠지게 되었지만 가사 역시 "우리"라는 개념을 강조하며 희망찬 내용을 담고 있어 듣고 있다 보면 스르르 기분이 좋아진다. 무엇이든지 혼자가 아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격려하고 조언하며 나아가는 동반자가 있다면 언제나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풍부한 사운드의 소프트 락 느낌의 곡은 좋아한다면 주저 않고 추천할 만한 곡이다.
"When we hope together 나 너와 함께 하고 싶어 힘에 겨울 땐 우리 함께 너와 난 함께 하는 거야 난 같은 꿈을 꾸고 싶어 우린 닮아갈 뿐야 함께 너와 난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