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어제 머리 커트도 하고 염색도 할 겸 바버샵에 갔었다.
이전에도 바버샵을 갈 때 와이프가 남자 머리 하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는 민원을 했다.
오고 가는 시간 다 합치면 2시간 넘게 걸리니깐 충분히 민원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나도 좀 오래 걸린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 이번에도 역시나 머리를 다 하고 집에 오니깐 와이프가
"오빠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려? " 오늘 햇살이 데리고 외출하려고 했는데"라고 했다.
욱 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와이프한테 " 그냥 다음에 커트만 하고 염색은 집에서 할게"라고 답했다.
몇 분 뒤에 와이프가
아니 오빠 "다음에 염색을 집에서 할게라고 말하면 내가 뭐가 되냐면서, 그럴 때는 아 많이 기다렸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햇살이 본다고 힘들었지? 리고 말하면 된다고 했다."
듣고 나니깐 와이프가 원하는 대답은 나를 기다리면서 소비된 시간과 감정을 좀 봐달라는 건데 나는 감정은 배제하고 그냥 해결방법을 말하니 답답하고 서운했을 것 같다.
내가 즐겨 듣는 라디오에서 T와 F에 대한 썰을 들은 적이 있다.
어느 집에 다람쥐가 자주 찾아와서 놀다 가고 먹을거리도 주고 몇 번을 그렇게 하다가 가을이 되면 다람쥐가 그 은혜에 보답을 한다고 도토리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준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줬다는 것이다.
도토리가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뜬금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람쥐는 할 수 있는 최대한에서 보답을 해줬다.
T들이 가끔 F 랑 대화를 할 때 원하는 답을 못 들을 때 가 많다.
그럴 때 F 분들은 "아 얘가 나한테 도토리를 줬구나"라고 한 번쯤 생각을 해보는 게 어떨까..
나도 얼마나 많은 도토리를 와이프한테 줘야 될까
근데 나는 T 가 아닌데, 그럼 더 문제가 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