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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Nov 21. 2022

25. 오오사카라고 발음합니다

서울 방향으로 절합시다

 *지난 글(24. 교토에 있습니다)에서 이어집니다.


 11/13(일)에 청수사를 둘러보고, 14(월) 오전에 일찍 은각사에 들렸습니다. 금각사와 은각사 중 하나를 고민하다가, 오늘의 기분은 금칠보다 은칠이란 결심을 했어요. 은각사를 나와 걷는 철학의 길 사진을 본 것도 주요했습니다. 수로를 따라 걷는 좁은 길 양쪽으로 예쁘고 정갈한 집들과 나무가 가득하더라고요. 은각사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원래 오픈 시간에 딱 맞춰 가려고 했는데 여행에서의 아침 역시 조금 늘어지더라고요. 예정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은각사에 도착했습니다.


 은각사는 일본 사찰과 정원의 좋은 모습을 가득 담고 있었어요. 어제 간 청수사의 크기와 다르게 작고 구불게 펼쳐진 길들에서 일본의 집착이 느껴졌습니다. 나뭇가지 하나 이끼 하나까지 허투루 두지 않은 광기는 결과를 보장합니다. 은각사 방문의 숨은 중요점은 소리예요. 은각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모랫길에 발자국을 따라 사박사박 소리를 냅니다. 고요한 공기 아래 깔리는 모래소리가 사람들을 더 고개 숙이게 하고 소리를 낮추게 만듭니다. 모양 따라 늘어진 것 같은, 그러나 가지 방향 하나하나가 틀어진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자연스러움은 우리의 미적 기준을 매끄럽게 통과해 들어왔습니다. 오전에 맞춰 가서 사람이 많진 않았지만 다음에는 꼭 오픈에 맞춰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은각사를 나와 바로 이어지는 길 옆의 집들과 거리는 너무나 깨끗했습니다. 어쩜 이리 깔끔하냐는 엄마의 감탄 뒤로, 자기 집 담장 너머로 가지를 뻗지 않는 나무가 보였어요. 수령이 꽤나 오래된 나무라 무성하게 자랄 수 있었을 텐데, 본가지를 잘라 두꺼운 본나무 뒤로 옅은 가지만 남겨둔 절제가 좋았습니다. 한국은 마당을 생활의 공간이라 보고 나무나 풀을 심기보다 비워서 빨래를 널고 잔치를 한다던데, 일본은 마당을 관람의 공간이라 생각해서 정원을 만든다는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엄마는 중국 장가계를 5년 전에 다녀왔어요. 중국의 자연은 다듬지 않고 통째로 내놓는 자신감이에요. 그 아래로 거대한 권력이 발길마다 에스컬레이터를 깔고 높이를 엘리베이터로 정복해 나갔답니다. 일본의 자연은 작은 권력들의 합으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은각사를 나와 바로 이어진 철학의 길을 따라 천천히 한 시간가량을 걸었습니다. 저는 그 옆 일본의 편집샵에서 하등 쓸모없고 가벼운 서류봉투 비슷한 가방을, 엄마는 꽃무늬 모자를 샀어요. 소비는 추억을 기억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이제 단추도, 자석도, 어디서 접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파란 서류봉투를 불편하게 들고 다닐 때마다 교토를 소비하겠지요. 유한하지만 달콤한 사탕같은 겁니다. 난젠지의 수로에 도착한 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찾고 오사카로 돌아왔습니다. 그 길에 어제 호텔 바에서 환영해주셨던 분이 준비한 초콜릿을 받았어요. 간사이는 정이 있다더니 정말인가 싶었습니다.


 교토에서 오사카 숙소까지는 1시간가량 걸렸습니다. 오사카에 도착해 주유패스를 구매하고 호텔에 체크인한 뒤 친구와 합류했습니다. 친구가 합류한 거군요. 아직 본격적이진 않지만 크리스마스 장식이 된 거리를 지나 헵파이브에서 대관람차를 타고, 스시야 가서 스시를 먹고 도톤보리를 걷고 계란 샌드위치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오사카에서는 천연온천수를 쓰는 대욕장이 있는 호텔을 예약했어요. 엄마는 대욕장으로, 저는 친구와 도톤보리의 작은 스시야에서 초밥과 맥주를 한잔 더하고 돌아왔습니다.


 교토의 단풍은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오사카에 도착해 역에서 내리니 도시가 너무 좋았어요. 도톤보리도 우라난바도 우메다도 세 번째지만 좋았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지난번들에 비해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교토에 비해서는 훨씬 북적였거든요. 골목골목 가게들이 얼마나 궁금한지 단출하게 왔다면 여러 곳을 시도했을 것 같지만 여행의 목적을 잊지 않고 안전한 곳에서 잘 치렀습니다. 아, 엄마가 호텔로 돌아간 뒤에 간 사카에 스시는 적당히 위험해서 좋았어요. 카운터석에 앉아 멋모르고 시켜 먹는 그게 또 관광 아닌 척하는 관광 느낌 아니겠습니까.


* 다음 글까지 엄마와의 교토-오사카 N차 환갑잔치를 이어갑니다.


 오사카시는 이번이 세 번째인데, 관광으로 볼 건 크게 없긴 해요. 도톤보리로 대표되는 미나미 지역은 도시도시한 곳이고, 헵파이브 관람차와 공중정원이 있는 우메다도 도시도시 하거든요. 가이유칸이라는 아쿠아리움과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베이 지역은 저 두 곳을 좋아하지 않으면 갈 일이 없고, 동물원과 텐노지가 있는 신세카이 지역은 도시 역사나 일본의 절에 관심이 많아야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사카성은 꼭 가봐야 하는 곳이지만, 교토를 보고 나니 이번에는 그냥 그랬습니다. (주변을 산책하는 게 더 좋았어요.) 엄마도 교토를 더 좋아하셔서, 교토에서 2박, 오사카에서 1박 할 걸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타코야끼는 오사카 지역의 명물이에요. 오사카식은 속이 반숙 느낌이고, 긴다코식은 속도 다 익혀먹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긴다코식을 더 좋아하지만 오사카에 가신다면 타코야끼 원조의 맛을 느껴보시기를 추천해요. 맥주와 먹어도 참 좋습니다. 오코노미야끼 역시 지역 명물이라 대부분 가게에서 꽤나 괜찮게 하니 도전해보시길 추천드려요.


 저는 이번에도 관광지를 도느라 오사카 어메이징 패스를 구매했습니다. 이제 온라인 구매가 안되어서 오사카 시영철도역의 역장실에서 구매할 수 있어요. 역장실이 개찰구 안에 있어서, 개찰구 쪽 직원에게 말해서 통과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관광지(공중정원, 관람차, 도톤보리 크루즈 등)를 충분히 보셨고, 오사카에서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으시면 간사이에서 이코카&하루카 세트를 구매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이코카는 티머니 교통카드 같은 거라서 일본 주요 도시의 버스나 전철에서 사용할 수 있고, 하루카는 간사이공항에서 오사카나 교토로 가는 급행열차인데 가격은 비싸지만 세트로 구매하면 이코카 교통카드에 1,500엔을 충전해줘서 교통카드 보증금과 충전금을 할인받는 느낌입니다. 저는 도쿄에서 산 스이카 카드로 다녔는데, 교토에서도 오사카에서도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일본 여행을 종종 가신다면 대도시에서 교통카드를 하나 구매하시면 좋아요. 꽤나 오래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4. 교토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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