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가진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어마어마하다. 요즘은 홈 스타일링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어, 내가 머무는 공간을 내 취향에 맞춰 얼마나 멋지게 꾸미느냐에 모두가 몰입하고 있다.
그런데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사실 스타일링 보다는 배치일 것이다. 스타일링은 보는 즐거움, 심미적 만족감을 준다고 한다면, 공간 내 요소들의 배치는 내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집 혹은 방의 가구 배치에 대한 (말하자면) UX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꼭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다. 평소 의지박약 혹은 귀차니즘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의 원인이 의외로 공간의 구성 탓일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추천을 하는 이유는 얼마전 내가 몸소 체험했기 때문. 나의 예를 들어보자면 셀프 브랜딩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퇴근 후 혹은 주말에 내 방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와식 생활을 선호한다는 핑계로, 난 방에서 주로 누워서 생활했다. 반쯤 눕거나 엎드린 자세로, 스마트폰, 아이패드를 하고 책도 보고 컴퓨터도 했다. 심지어 야근도 침대에서 했다. (게을러지는 것도 문제지만, 사실 내 승모근이 가장 걱정됐다.)
그 때의 내 방 구조는 아래와 같다. 여유 공간을 최대한 한 군데로 몰아 넣어 방이 넓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한 것이 나의 의도였다. 가장자리로 모든 가구를 납작하게 붙이는 것은 가장 쉬운 배치이기도 하다.
방 배치를 바꾼 지금, 과거 방 구조를 다시 돌아 봤을 때 가장 문제는 침대의 위치였다. 뭐든지 제일 중요한 것이 중앙에 오게 되어있고 중앙에 있는 가구가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가구가 되는 점을 간과했던 것. 사실 알고 있었지만 와식 생활 중독자로서 진실을 외면했는지도 모르겠다.
'왜 이렇게 방에만 오면 눕게 되고, 책상에 도무지 앉는 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이 든 순간, 아 이건 침대의 위치 때문이라는 깨달음이 강하게 들이닥쳤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실행력, 둘째도 실행력이라 했던가. (누가?) 깨달음이 나를 찾아온 다음날 바로 방 배치를 변경했다.
책상을 중앙으로 배치함으로써 '이 방의 메인은 책상이다'라는 메시지를 나 스스로에게 주입시켰으며, 의외로 방을 더 넓게 쓰는 듯한 느낌 또한 덤으로 얻었다. 그리고 배치를 바꾼지 몇 주 지난 지금, 퇴근 후 부쩍 높아진 생산성을 자랑하고 있다. 고등학교 친구에 의하면, 나를 알게 된 이래 가장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듯 하다고. (고3 시절 보다도)
인테리어라는 것이 그저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산 증인이 되었듯 생각보다 삶과 일상에 매우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집이나 직장 어디든 상관 없다.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공간에서 뭔가 아쉬움이 느껴지거나 변화가 필요하다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지금 내 공간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Out of Sight, Out of Mind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