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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Jan 31. 2022

그날

그날

나는 매주 월요일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밤 10시에 KBS TV '가요무대'를 본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즐겨보는 그 프로그램을 30대 중반부터 봤으니 누구는 내가 성숙했다고 하나, 남달리 노래를 좋아하고, 잔잔한 추억이 담긴 전통가요를 즐기는 애늙은이였음은 부인하고 싶지 않다.


지난주 월요일은 시청자들의 신청곡을 받았는데, 얼마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애창곡이라며, 또 30년 전에 멀리 미국으로 이민 가신 형님이 생각나서 청한다며 각자 사연이 간절했지만, 그중에 유독 내 가슴을 울리는 엽서가 있어 적어본다.


신청곡은 가수 김연숙의 '그날'이었는데, 이토록 아픈 사랑의 노래였는지 처음 알았고, 지금까지 무심히 흘려들었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


"언덕 위에 손잡고

거닐던 길목도 아스라이

멀어져 간 소중했던 옛 생각을

돌이켜 그려보네


나래 치는 가슴이

서러워 아파와 한숨 지며

그려보는 그 사람을 기억하나요

지금 잠시라도


달의 미소를 보면서

내 너의 두 손을 잡고

두나 별들의 눈물을 보았지

고요한 세상을 우우우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한아름에 꽃처럼

보이며 던진 내 사랑에

웃음 지며 님의 소식 전한 마음

한없이 보내본다."


~~~


10년 전에 이혼한  '그날' 신청자는 현재 유방암을 치료 중인 전처가 안쓰러워 병문안을 가고 싶지만, 본인도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라서 지난날 행복했던 그 시절 아내와 즐겨 불렀던 이 노래를 함께 듣고 싶다고 하였다.


"언덕 위에 손잡고 거닐던 길목도 아스라이

멀어져 간 소중했던 옛 생각을 돌이켜 그려보네."


무슨 이유로 그들은 이혼했을까!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지만 이 정도로 애틋한 노래를 좋아했다면 아마 피치 못할 사연이 있을 것이다


이 노래가 무려 40년 전인 1983년도에 나왔는데, 과거를 회상하는  한 편의 시와 같은 가사 그리고 사람의 감정을 밑바닥부터 잔잔히 흔들어 놓는 부드러운 멜로디 등을 볼 때 요즘 젊은이들보다는 우리 같은 50~60대가 좋아하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나래 치는 가슴이 서러워 아파와 한숨 지며

그려보는 그 사람을 기억하나요 지금 잠시라도"


이혼한 후에 땅을 치며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그들이 그 당시 이 노래를 함께 불렀을 때, 이런 기막힌 의미가 있는 노래인 줄 알았을까!  


남자는 오래전에 헤어진 전처를 하루도 잊지 못했고, 본인도 아픈데 최근에 암에 걸렸다는 소식까지 접했으니 그 애련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랴!


"달의 미소를 보면서 내 너의 두 손을 잡고

두나 별들의 눈물을 보았지

고요한 세상을 우우우우우 우우우 우우우우


한아름에 꽃처럼 보이며 던진 내 사랑에

웃음 지며 님의 소식 전한 마음 한없이 보내본다."


내가(신청자)가 더구나(두나) 별들의 눈물(이혼, 병환)을 보았지만, 내 사랑에 웃음 지며 님(전처)의 소식 전하는 심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영원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 노래에서 남자가 그들 부부의 행복했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고, 또 이별을 후회하는 마음이 구구절절 스며든 가사도 애잔하지만, 중년 가수 김연숙의 음미하듯 나지막하게 한편 호소력 있는 노래가 나를 감동시킨다.


그런데, 그날 그들 부부에게 무슨 사건이 있었을까!  해후하는 그날은 언제인가?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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