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에 있는 화학 제조업체의 대표인 고교동기 J가 헤어질 때 가슴이 벅찬 듯 흥분하며 내뱉은 말이다.
그때 우리 모두 오랜 우정을 과시하며 아이들처럼 어깨동무를 하였고, J의 제안대로 노래방에 가서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었지만 서울까지 그리고 각자 집까지 가기에 갈 길이 멀어 아쉬웠다.
서울 마포에 있는 코스닥 상장사인 유명 환경시설 제조회사에서 수년간 영업 부사장으로 근무하다가, 작년 이맘때 공주로 내려가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를 격려하기 위해 나는 친구들을 섭외했다.
말하자면,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혈혈단신 고생하고 있는 친구를 위해 비교적 한가하고, 친근한 친구 4명이 위문공연(?) 차 방문한 것이다.
오후 5시 퇴근시간에 맞춰 J의 회사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일찍 서둘러 도착하니 3시 30분이어서 과거 백제의 수도(웅진)로서 문화의 꽃을 피운 이곳에 처음 왔다는 친구들이 많아 언제 또 오겠냐며 세계유산 백제역사 유적지 '공산성'을 찾았다.
공산성은 내가 가본 국내 산성 중에서 가장 예쁘고, 멋있었다
병자호란의 슬픈 역사를 지닌 남한산성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고창읍성의 성곽 밟기 하듯이 금강이 감싸 흐르는 고풍스러운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백제의 찬란했던 향취가 가슴속 깊이 다가오고, 또 공주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은 말할 것도 없고 남녀노소 트래킹 하기에 전혀 부담이 없는 코스가 마음에 들었다.
더구나 금서루, 공북루 등 모양과 크기가 다른 역사유적지와 난간이 없어 아찔해 보이는 성곽은 어디든지 포토존이라 우리 3학년 7반 안경잡이 4인방은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코미디언 백남봉처럼 생긴 K는 낚시, 당구, 노래(기타), 자전거 등 잡기에 능한데 이번에 문화재 홍보대사 인양 휴대폰으로 유적지는 물론 안내판까지 수십 장을 찍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1500년 전 백제의 숨결이 서려있는 공산성을 1시간가량 산책한 후에, 우리는 J가 대표로 있는 M사를 찾았다.
가을이면 밤이 주렁주렁 열리는 산을 병풍 삼아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넓은 잔디 정원과 건물은 마치 대학 캠퍼스 같아 여기가 화학 제조공장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직원들이 퇴근한 뒤라 조용한 접견실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부임한 지 1년밖에 안되었지만 산학협동체제를 구축하며 5개년 사업계획을 브리핑하는 J의 진지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뿌듯했다.
그리고 우리는 야경도 아름다운 공산성으로 되돌아와 인근 한식당에서 식사하며 학창 시절 에피소드부터 최근 소식까지 줄줄이 꺼내며 웃느라 배꼽을 잡았다.
아직 몸과 마음이 청춘이라 일하고 싶지만 여건이 안되어 놀고 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인생 제2막을 힘차게 달리는 J의 자산이 일본을 100번 넘게 오가며 쌓은 어학실력뿐이겠는가!
전기공학도로서 정보, 철강, 환경, 화학회사를 다니며 얻은 지식과 경험, 해병대 출신 특유의 근성과 체력, 그리고 폭넓은 인간관계에다 뛰어난 추진력과 영업력까지 두루 갖추었으니 보기 드문 전문경영인이 아닌가!
영어로 이니셜 J라 쓰니, 오래전에 가수 이선희가 히트했던 노래 'J에게'가 생각나서 개사해 본다.
J 그 유명한 공주산 밤으로 만든 왕율주를 나눠 마시며 J 오랜만에 옛날 얘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헤어질 때, 그대의 눈에 비친 아쉬움을 보았네.
J 엊그제 만남이 이제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고 J 멀리 떨어져 자주 못 만나 허전하고 쓸쓸하지만 우리 SNS로 소식 전하며, 건강하고 재미있게 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