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Go-Girl>, <Allergy+Queencard>뮤직비디오 비교
믿고 듣는 I-DLE 컴백.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같은 티저를 선공개 한 바 있다.
핫한 남자들에게 주목을 받거나 자유롭고 당당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하이틴 노래이려나 했는데 웬걸 진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한편 나왔다.
알러지와 퀸카로 이어지는 뮤직비디오 서사가 인상 깊었는데 다 보고 난 후 <U-GO-GIRL> 뮤직비디오를 생각 안할 수 없었다. 뮤직비디오 속 너드걸이 이성애적 관계든, 사회적 관계든 셀러브리티를 꿈 꾼 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비슷한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별 볼 일 없는 인물이 체인지업 하는 건 마법소녀물처럼 하이틴 고유 클리셰이기도 하고 그 자체로 유년의 로망이다.
어릴 적 유고걸의 뮤직비디오를 질리지도 않고 수회 돌려본 나로써는 유고걸 뮤직비디오가 분명 알러지+퀸카 기획의 레퍼런스 중 하나였음을 확신(망상) 했다.
그런 점에서 장면 비교분석을 해보고자 한다.
* 유고걸의 효리와 SY의 서사를 말하고자 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이어지는 I-DLE의 알러지와 퀸카는 구분없이 섞어 이야기 한다.
- 소심한 성격에 촌스러운 외모, 좋아하는 남자에게 말도 못 거는 효리
- 화려한 퀸카, 셀럽 친구들 사이에 평범하고 찌질한 소연.
- 옷가게 마네킹을 보며 '나도 변할 수 있을까' 꿈 꾸는 효리
- 속옷가게 마네킹을 보며 '나도 변할 수 있을까' 꿈 꾸는 소연
- 거울을 보며 자신의 평범한(혹은 그 이하인) 외모를 뜯어보는 효리
- 거울을 보며 자신의 외모를 원망하는 SY
- 성형외과에 찾아가는 효리
- 성형외과에 찾아가는 SY
- 수술대에 누운 효리
- 수술대에 누운 SY
- 상상 속 화려한 파티걸이 되는 효리
- 상상 속 화려한 파티걸이 되는 SY
- 아름다운 모습으로 좋아하는 남자가 속한 무리와 댄스배틀 하며 노는 효리
- 클럽에서 모두가 주목하는 퀸카가 된 SY
- 효리 상상 마무리
- 성형외과 수술대에서 수술직전 마취가 깨 벌떡 일어나는 소연. 수술을 하지 않고 병원을 나온다.
- 자신의 안경을 벗으며 주저없이 행동하기를 마음 먹는 효리 엔딩
- SY는 외모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사랑해주는 친구들의 메시지를 확인하며 엔딩
내용정리를 간단히 해보면 유고걸은 매력적이지 않은 외모를 가진 효리가 좋아하는 이성에게 말 한마디 붙이지 못하다가 외모를 ‘변신’시켜 좋아하는 남자를 차지하는 내용, 알러지+퀸카는 핫한 친구들 사이에서 자존감 낮고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SY가 성형수술을 하고자 하지만 결론적으로 자신의 외모와 상관없이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는 내용이다.
외모 콤플렉스, 자신감, 너드, 셀러브리티(퀸카) 메인이 되는 키워드는 같다. 기왕 분석을 해본 김에 둘은 뭐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두 가지의 관점으로 설명하겠다.
먼저 <U-Go-Girl>이 발매된 멜론 차트를 살펴보자. 나르시시즘 원조 <SO HOT>이 1위인게 인상 깊은데
아무튼 시기적으로 따지면 한류의 발달단계 중 2단계에 해당한다. 2단계가 어떤 단계냐, 소위 2세대 아이돌로 구분되는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2NE1, 동반신기 등 아이돌 시장의 전성기, 지상파 사업자의 방송콘텐츠 전성기, 가구 인터넷 보급률이 2000년 49,8%에서 2008년 81%로 급성장한 시기이다. 한마디로 대중들이 시청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콘텐츠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대부분의 가구에서 수용환경까지 마련된 시기라는 것이다.
다시 뮤직비디오 이야기로 돌아가서, <U-Go-Girl> 속 효리에겐 사랑뿐만 아니라 '아름다움' 그 자체가 목적이자 도전이었을 수 있다. '저렇게 꾸미면 나도 예쁠까? 잘어울린다는 소리 들을 수 있을까?'. 아름다움에 대한 호기심과 주저하는 마음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는 낮은 자존감으로 촉발된 상상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2008년은 대중들이 더 많은 아름다움을 접하고 갈망하게 된 시기였으며, 그 시도를 고민하지말라고 이야기 하는 듯 하다.
그럼 2023년의 알러지+퀸카 속 SY는 어떨까? SY는 자존감을 채우기 위한 해결책으로 '아름다움'을 갈망했다. 예뻐지고 싶다라는 욕망이 촉발된 계기가 낮은 자존감이었기 때문에, 성형외과 수술대에 눕기까지 했지만 이게 해결책이 되진 않구나를 깨달은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지금 대중가요 문화가 소비시장과 어떻게 맞물리고 있는가? 뷰티, 패션 등 아이돌의 무대의상과 스케줄 의상을 빠르게 쫓아간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콘텐츠, 연예인, 각종 광고 등과 같은 미디어에선 섹시한 몸과 아름다운 얼굴을 소유하는 것이 인간의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인 것처럼 표상하곤 한다. 특히 ‘자기만족’이라는 메시지를 흔하게 활용한다.
하지만 이는 콘텐츠를 만든 사람들의 결과론적인 입장일 뿐, 수용하는 사람들은 왜 내가 이 시술과 수술을 선택하는지, 외모에 무리한 소비와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정신적인 피로를 호소하는지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 외모 가꾸기를 통해 자아를 발전시키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된다 해도 그 중심에 자기애가 없으면 이는 전혀 주체적인 선택이 아니다. 이를 SY라는 캐릭터가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는 감상이다.
유고걸은 3집 <It’s Hyorish> 효리스럽다 라는 앨범 제목의 타이틀 곡이다. 남자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여성이 먼저 리드하는 당당하고 멋진 여성이 되라고 독려하는 노래.
가사 中 ‘고민고민하지마’라는 구절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여성이 남성의 시선에 혼란스러워 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따라 당당하게 나아가라고 격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뮤직비디오에선 그 메시지를 아름다워지는 변신으로 표현한다.
리더 전소연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무언가를 가르치는 노래가 아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나의 감상으론 ‘아름다워야 함’을 미루고 쌓인 숙제처럼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게 과연 너의 숙제일까를 넌지시 질문 하는 느낌이었다.
이와 더불어 전소연은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컨셉이 하이틴스럽게 보이는 것을 알고, 실제로 관련 미디어를 많이 참고하긴 했지만 20대가 할 수 있는 고민들을 표현했으며 하이틴이 아닌 트웬티라 표현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 자체는 하이틴스럽고(U-Go-Girl) 실제 10대들이 하는 고민이다. 하지만 예뻐지고 싶다는 그 욕망의 근본적인 부분까지(Queencard) 고민하는건 트웬티스럽다.
여담으로 열정과 애정으로 멋진 작품 만든 수많은 참여진들 최고 왕따봉
효리와 SY의 인생네컷을 만들어보는걸로 마무리
*참고자료
[이효리를 통해 본 한국의 셀러브리티 문화와 여성성] - 정혜란, 2018
[한류의 발전단계와 향후 전망] - KOCCA F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