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1
목요일 밤 뱀집에서 차린 게 쥐뿔도 없어도
요리조리 노빠꾸 냉터뷰
"조현아 목밤에 수지 나왔다!" "차쥐뿔 카리나 대박" "꼰대희 엔믹스 진짜 웃기다"
차쥐뿔, 피식대학, 조현아의 목밤, 뱀집, 냉터뷰, 꼰대희 등등.. 이 중에 즐겨보는 인터뷰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어느 순간부터 인터뷰 콘텐츠는 유튜브에 깔릴 대로 깔렸습니다. 저는 주기적으로 보기보단 특정 인터뷰이가 이슈 되면 하나씩 챙겨보는 편인데요. 이번에 글을 쓰려고 대부분의 콘텐츠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해 보니 다 비슷비슷한데..저마다의 재미가 있고..그렇습니다.
이렇게 유튜브에서 기획된 포맷으로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온 시발점은 무엇일까요? 정확히 언제부터라고 특정하긴 어렵지만 아무래도 팬데믹 전후로 인력의 이동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방송국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제작을 중단하거나 방송의 노출기회를 상실한 연예인들이 유튜브로 진출했습니다.
비단 인력의 이동이 생긴 건 연예인 뿐만은 아닙니다. TV보단 스마트폰으로 시청환경이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방송국 프로그램들은 대중의 관심을 잃었습니다. 폴인에서 김태호PD의 강연을 라이브로 들었는데요, 그때 당시 많은 PD들이 사람들이 봐주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며 유튜브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가장 성공사례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차린 건 없지만(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이전 콘텐츠)' 역시 KBS의 예능 프로그램 '컴백홈'을 제작한 CP와 작가가 제작사와 공동 투자해 개설된 채널입니다.
트렌디하고 재치있는 인터뷰 콘텐츠가 많이 나오다보니 사내이벤트로 콘텐츠를 기획하시는 분들께서도 이러한 것들을 제작하고자 하는 문의를 종종 받았는데요. 스내커 1화로 요즘 나오는 인터뷰 콘텐츠들의 기획제작 포인트들을 짚어볼까 합니다.
대부분 공통점으로 가져가는 포맷은 아무래도 음식과 음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스타들의 술자리, 식사자리 등 사석 모습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방송 프로그램보다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입니다. 방송국에서도 밥 먹고 술 마시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사석'의 느낌을 내는 게 쉽지가 않죠.
보통 이러한 접대 토크쇼는 엠씨와 출연진이 1:1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정적인 공간에서 단둘이 대화하다 보니 연출적으로 심심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MC와 인터뷰이가 초면이라면 어색한 기운이 감돌고 마가 뜰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밥이나 술을 활용하는 것이죠.
MC가 두명 이상인 노빠꾸 탁재훈, 유퀴즈, 피식대학 등만 봐도 토크만으로 시청각을 알차게 채울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밥술을 활용하진 않습니다.
방송가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인터뷰&토크쇼가 현재 유튜브 시장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유는 만들기 (비교적)쉬워서 입니다. 소비자의 니즈와 수요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닌, 제작 과정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에 공급이 많이 되는 것입니다.
1. PPL받기 용이
광고는 방송가 수익의 원천입니다. 유튜브 역시도 조회수 수익보다 광고를 받거나 넣을 수 있는 채널로 만들면 수익구조가 훨씬 좋아집니다. 몇년 전 크리에이터들의 뒷광고가 대중들에게 강한 거부감을 남겼고 현재는 광고를 보지 않기위해 요금을 지불하는 시대이지만 유튜브 시청자들은 PPL에 관대합니다.
오히려 광고주를 향해 구애를 하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살리는 게 코너처럼 느껴지죠.
2. 촬영 간단
촬영이 간단합니다. 예를 들어 맛집을 찾아가는 등 야외에서 촬영을 해야 하거나 다양한 장소가 나와야 하는 웹드라마보다 비교적 훨씬 간단합니다. 인터뷰 콘텐츠는 보통 MC의 집이나 스튜디오 등 정해진 장소에서 고정캠으로 촬영됩니다. 사운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실내에서 촬영할 경우 바깥 잡음이 비교적 덜 섞입니다.
촬영할 땐 언제나 예측불가능한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지만 장소가 정해져 있다면 돌발상황 경우의 수가 적어집니다.
3. 치트키
무엇보다 인터뷰 콘텐츠엔 무조건 필승 치트키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캐스팅 .. 캐스팅이 중요하다는 건 캐스팅만 잘 되면 !! 화제성이 보장된다는 것
4. 꾸준히 할 수 있는 거
유튜브라는 건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필요합니다. 매회 특별한 기획이나 기발한 연출 필요 없이, 하나의 포맷으로 쭉 유지할 수 있게 가장 만만한 것이 인터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콘텐츠 과잉 시대에 이러한 인터뷰 콘텐츠 업계는 과연 레드오션 경쟁 포화 상태일까요? 그건 아닐겁니다.
유튜브는 방송국처럼 동시간대에 방영되어 시청률과 대중의 관심을 빼앗지 않습니다. 시청자들은 시간이 남고 흥미롭다면 몇개가 되었든 시청할 의향이 있습니다.
알고리즘으로 인해서 비슷한 콘텐츠들을 추천받게 되면 덩달아 보게 되기 때문에 경쟁이라기보단 상생이라 보는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포지셔닝 전략에서 POP(point of parity)-POD(point of difference)가 있습니다. 유사점이 있는 카테고리 안에서 다른 점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인터뷰라는 포맷에서 획기적인 기획점을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기획하실 때 약간의 차별성만 주어도 특색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추천을 드린다면 ..
이것저것 봐본 결과 뱀집과 조현아의 목밤이 가장 취향이었습니다.
뱀집은 뱀뱀의 차분하고 사려 깊은 진행과 톤이 좋았습니다. 처음으로 게스트 때문이 아닌 MC때문에 계속 보고 싶은 콘텐츠 였습니다.
조현아의 목요일 밤은 정말 특별한 코너 없이 프리한 사석 느낌이 나서 좋았습니다. 술 먹다가 피아노 치다가 술먹다가 가장 이유없고 맥락없이 웃겼습니다..
금요일 밤 마라탕 시켜놓고 맥주에 킬링타임으로 인터뷰 하나 틀어두시는 건 어떨까요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