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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무 Jun 13. 2021

꿈꾸는 나무 도전기

마흔이 넘어도 꿈을 꾸나요~?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헉헉거리다가 딱 죽을 것 같던, 5월이 지났다. 일 벌이기 좋아하는 나는 수습을 힘들어하는 편이다.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일단 시작하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 탓에 겁 없이 자꾸 일을 저질렀다.


아무도 하지 않겠다는 생활기록부 업무를 덜컥 수락했으며 (그래도 3 지망이었는데ㅠ 아무도 지망하지 않았단 걸 알았을 때 물러설 걸 그랬나.) 겁 없이 책을 쓰겠다고 계약을 했으며, 대학원을 다녀보겠다고 원서를 넣었다.


그 모든 일정이 5월에 몰려서 난생처음 해보는 업무를 나 홀로 배워나가느라, 초보 작가로 첫 원고를 마감하느라, 대학원 시험을 치르느라, 고3과 고2 수업을 병행해 나가느라 번아웃(burn out)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 세 아이의 육아를 빼먹을 뻔했다. 이 와중에 퇴근하면 다둥이 엄마로서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막내를 재우고 나서야 수업 준비를 하는 삶을 세 달 동안 이어오다 보니 "브런치, 그건 먹는 거죠?"라고 할 만큼 정신이 없어 글 쓸 생각을 잊고 지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서 업무도 그럭저럭 익숙해지고, 부족한 원고도 넘기고, 대학원 시험도 무사히 치렀다. 20년 만에 대학(원) 합격증을 출력해 보는 순간, 울컥했다. 나는 왜 이런 삶을 선택하는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은 뒤로 하고, 이렇게 한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앞으로는 진로진학 상담을 공부해서 꿈이 없어 방황하는 친구들에게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상담 교사를 하고 싶다.


또 다른 꿈을 꾸는 지금은 국어 교사로 첫 발을 내딛을 때처럼 설레는 기분이다. (물론 5학기 과정을 마쳐야 하고, 다시 면접을 통과해야 해서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진로교사에 대한 꿈이 전혀 없었는데 우연히 떠오른 필명도 "꿈꾸는 나무"였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꿈이 뭐니? 진로가 뭐니?"에 대한 관심이 내 맘 깊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그 꿈을 찾아가려는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꿈을 나누어 주는 나무라니. 지금 생각해도 캬~ 너무 멋진 작명 센스가 아닌가.



아이들만 꿈을 꾸는 게 아니다. 마흔이 넘었지만 여전히 꿈을 꾸고 꿈을 위해 살아간다는 게 고달프면서도 감사한 일이다.


100세가 넘은 박사님은 은퇴 이후의 삶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말씀도 하셨다. 진로 공부를 하다 보니 Super라는 아주 유명한 학자는 평생에 걸쳐 진로를 설계해야 한다는 이론을 남겼다.


평생 교육 시대, 평생 진로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에 진로 교사로서 살아갈 남은 인생이 기대된다. 누군가를 꿈꾸게 하는 것만큼 보람된 일은 없을 것 같다. 


여전히 꿈꾸고 도전하는 모든 사람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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