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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무 Jun 29. 2021

이번에는 무슨 당번일까

정체성 고민

코로나 이후 교사의 업무 중 방역이 추가되었다. 일어나자마자 자가진단을 했는지, 교실 사물과 책상을 소독용 티슈로 닦았는지 체크하는 것으로 담임의 하루가 시작된다.


비담임은 등교하는 학생들 한 명 한 명 손소독제로 소독을 시키고 열체크를 한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여유롭게 맞는 날은  언제쯤 올까.


평소에는 8시 40분까지 출근을 하면 되지만 방역 당번이 걸린 날은 8시부터 일과가 시작된다. 지각한 아이들이 뛰어 들어오더라도 손 소독은 시켜야 하기에 1초가 급한 아이를 불러 세워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이렇게 아침부터 방역 당번에 걸린 날은 숨도 고르지 못하고, 정신없이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 어떤 날은 점심시간 방역과 겹쳐서 4교시 점심을 부랴부랴 먹고 다시 급식실로 뛰어간다.


급식실도 혼잡하면 안 되기 때문에 아이들 줄을 세우고, 학급 순서대로 내려온 게 맞는지 바코드 확인을 하고, 식판을 들고 오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띄어 앉을 수 있도록 자리 안내를 한다.


이때도 4명, 6명씩 무리 지어 앉겠다는 아이들을 순서대로 안쪽부터 앉히느라 실랑이가 벌어진다. "어차피 말도 못 하는데 떨어져 먹으면 안 되니? 두 자리 남았는데 6명이 어떻게 같이 앉아먹냐~~ 제발 떨어져 앉아라!"


온갖 잔소리와 기싸움으로 진을 다 빼고 나면 오후 수업을 할 힘이 남아나지 않는다. 교사의 본업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누구도 주저 없이 "수업"이라고 말하지만, 현장의 사정은 다르다.


수업보다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행정 일을 잘하는 사람, 공문 보고일을 놓치지 않는 사람, 잡다한 업무에 구멍을 내지 않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평가하는 듯하다.


사실 교사가 수업을 잘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잡다한 행정일은 행정실이나 교무 실무사가, 방역은 방역 도우미가 지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공문을 기한 내에 제출하기 위해, 아이들 줄을 세우는 데 에너지를 소비하다가 수업 준비를 소홀히 했던 경험은 대한민국 모든 교사에게 있을 것이다. (오후에 온 공문의 보고 마감일은 내일이란다. 고3  전체와 교직원의 코로나 백신 희망 여부를 조사하라는데 이게 뚝딱 나오는 게 더 신기한 일 아닌가?)


학원 강사에 비해 초기 진입 장벽은 더 높지만 (중등 임용고사 경쟁률은 15년 전에도 20:1 이상인 과목이 많았다.) 갈수록 도태되는 이유를 개인의 노오력  부족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그나마 2학기부터는 방역 도우미 지원이 있을 거라는 희소식을 들었다. 예산을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해서 불필요하게 소진되는 에너지를 수업 연구, 학생 상담 등 본연의 업무에 더 쏟을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더 나은 수업을 듣고 더욱 세심하게 케어 받을 수 있도록 제발 예산을  아끼지 말고 효율적으로 사용했으면 한다. 교사의 본업이 수업임을 점점 망각하게 만드는 이런 현실에서 고교학점제 도입이라니.


할말하않! (국어교사가 신조어와 줄임말을 남발하는 것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이 많이도 일어난다.) 여기서 참 교육을 하느니 차라리 정치판에 뛰어드는 게 나을 수도....


(징징글 죄송, 그냥 요즘 마음이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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