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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무 Nov 24. 2021

환상의 나라가 환장의 나라로~

이제 그만 갈까?

<최근 아님. 코로나 주춤할 때 다녀왔어요~ 

서랍 속 글을 꺼내보는 중^^>


롯데월드가 생긴 건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실내 놀이동산이라니!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도 크게 느껴질 때였는데, 롯데월드 어드벤쳐는 말 그대로 "모험과 환상"의 나라였다.


특히, 신밧드의 모험은 지하에서 배를 타며 둘러보는 시설인데, 너무 재밌어서 배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입구로 달려가 몇 번이고 탑승을 반복하던 기억이 난다.


스페인 해적선(바이킹)은 무조건 맨 뒷자리를 맡아서 두 손을 들고 소리 지르며 타야 했고, 후렌치 레볼루션(청룡열차)은 맨 앞자리를 사수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줄을 서기 위해 뜀박질을 하고,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다 보면 집에 돌아갈 때는 한 걸음 발을 떼어 걸어갈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당시 멤버는 주로 사촌 동생들이었다. 막내 동생이 다리가 아프다고 울면서 길바닥에 주저앉을 때쯤엔 오빠와 번갈아가며 막둥이를 업고 집에 돌아오던 기억이 난다. (LA 막둥이 보고 있나?^^)


그래 봐야 우리가 3학년, 동생이 7살쯤 되었을까.  그러고 보니 휴대폰도 없이 아이들끼리 버스를 타고 다녔다는 말도 안 되는 사실, 우리 엄마랑 이모는 엄청나게 용감했다!


환상의 나라는 진즉 잊고 현실 세계에서 치열한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롯데월드에 다녀왔다는 직장 동료의 말을 들었다. 당시 나보다 살쯤 많은 분이라서  이미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육아맘이었다.


그때 나눈 대화가 당시에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됐지만,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걸 보면 많이 신선하고 궁금했던 것 같다.


 "난 이제 스릴 있는 거 재미없어. 그냥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보는 게 더 좋아서 회전목마 타. 그게 억울하고 힘든 게 아니라 진짜 좋아."

 

'아! 그런 거였구나~'라고 느낀 게 나도 첫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다. 아이가 회전목마를 좋아한다면 그 모습을 보는 게 덩달아 좋았다. 목마에 탄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 때마다 행복한 감정이 올라왔다. 



코로나로 한참 못 다니던 롯데월드를 오랜만에 다녀왔다.


회전목마를 타면서 기쁨을 만끽했던 첫째는 스릴 있는 놀이기구로 달려간다. 이제 막내 조차 회전목마 따위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막내가 다리가 아프다고 징징거리자 엄마가 힘들어 보인다며 첫째가 동생을 업고 걷기 시작했다.  뒷모습을 보면서 큰아이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생각났다.


본인도 다리가 아플 텐데 동생을 업어주는 고운 마음이 고맙고, 사춘기 성장통에 가려진 아들의  착한 모습을 잊고 지냈다는 게 살짝 미안하기도 했다.  


'이제 다 자랐구나!'라는 대견함과 뿌듯함, 아쉬움의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동시에 피곤함과 온몸의 통증도 몰려왔다.(줄 서 있는 게 이렇게까지 체력소모가 되는 일이었나ㅠ)


이제 더 이상 나에게 롯데월드는 환상의 나라가 아니다. 큰 맘을 먹고 극기훈련의 각오로 다녀와야만 하는 환장의 나라다. 오늘 밤은 다자녀 육아의 경험상 모 아니면 도다. 기절해서 내일 아침까지 늦잠을 자거나, 새벽에 다리가 아프다며 깨서 울거나. 나는 꿀잠을 잘 것인가 밤새 다리를 주무를 것인가.


모험과 환상의 나라는 언제쯤 다시 나와 상관없는 나라가 될까? 너희가 즐겁다면 엄마도 좋은데....(제발) 이제 그만 가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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