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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ieQ Sep 14. 2020

LG DIOS 인덕션 광고> 화력=요리실력? 아니거든요

주말 오전, 느지막이 일어나 커피 한잔을 들고 소파에 털썩 앉아 TV를 켰다. LG DIOS 인덕션 광고가 나온다. 무심결에 보다 깜짝 놀랐다. 글쎄 요리를 못하는 게 화력이 약해서란다! 고화력이 요리 실력이란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정성스럽게 하는지 모르겠다.  


▲‘LG DIOS 인덕션-내게 필요한 것은 초고화력’편 광고 (출처:유튜브 캡처)


나의 심기를 건드린 광고는 ‘LG DIOS 인덕션-내게 필요한 것은 초고화력’ 편이다. 

요리가 오래 걸릴 땐 경력이 부족해서 

레시피대로 해도 맛이 없을 땐 실력이 부족해서 

하지만 

나에게 부족한 건 초고화력

초고화력이 실력이다


카피를 쓴 카피라이터나 광고를 지휘한 CD나 요리를 전혀 안 해본 사람들인가 의심스러웠다. 

라면 정도로는 안 되고... 내손으로 밥을 지어보고, 김치찌개라도 끓여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요리 실력은 8할이 감이고, 손맛이란 것을. 

맛이 없는 요리는 경력이 부족하고 실력이 부족해서가 맞다. 


화력은 요리를 하기 위한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하다. 우리가 집에서 매 끼니 불맛 살린 중화요리나 숯불구이를 해 먹는 것도 아니고, 화력이 좋으면 이야 몇 분 내지는 몇 십분 시간 단축은 되겠으나 맛의 차이를 내는 결정적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실 화력보다는 강 중 약 불 조절이 요리의 더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화력이 요리 실력이라니... 국내 최고 화력 3300와트(W)를 소비자들이 알기나 할까? 전혀 공감할 수 없다.


단언컨대 요리는 손맛이다. 또 경력에 비례해 실력도 는다. 우리가 어머니의 손맛을 왜 좋아하는가? 20년 넘게 길들여진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우리 어머니들은 요리를 잘하신다. 평생 식구들 삼시 세 끼를 매일매일 마련하셨는데 오죽하겠는가. (집밥을 매일 차리지 않고, 반찬도 사 먹는 젊은 주부님들은 예외입니다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매일 같은 일을 하루도 어김없이 10년 이상 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도가 트는 법이다. 


1975년 탄생해 45년간 조미료계의 양대 산맥으로 (다른 하나는 미원)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 ‘다시다’의 장수 비결은 뭘까? ‘고향의 맛 다시다’에 ‘어머니 같은 배우 김혜자’가 오버랩되면서 ‘다시다=어머니의 맛’이 연상되기 때문 아닐까? 왠지 이거 한 스푼만 넣으면 죽어가던 맛없는 찌개도 기적처럼 되살릴 수 있을 것 같고, 구수한 소고기 향이 짙게 풍기면서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깊은 손맛이 배어 나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억지스러운 주장이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그냥 좋은 거... 제품의 이미지, 브랜드의 이미지란 그런 것이다. 


▲‘CJ제일제당 다시다’ 광고 (출처:유튜브 캡처)


하면 할수록, 자주 할수록 느는 게 요리 실력이다. 하다 보면 시간도 단축되고, 자신만의 맛 내기 비법도 생기기 마련이다. 반대로 한동안 요리를 안 하면 순서도 까먹고,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린다. 눈대중으로 대충 넣던 양념도 레시피를 보고, 계량스푼을 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요리 실력에 있어 화력은 부수적 요소지 메인은 아니다. 그것보다 요리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는 신선한 재료, 정성, 애정, 경험, 아이디어 등이 아닌가 한다. 


수년간 SNS 상에서 자주 회자되던 말이 있다. 

“LG는 참 좋은 기업이고 제품도 일등 제품인데, 마케팅을 못한다. 잘난 것을 알리는 게 PR이고 마케팅인데, LG는 제품은 좋은데 광고를 못해 만년 2등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카피가 골수에 깊이 박혀, 집안의 모든 백색가전은 LG를 고집하고 있는 나로서는 참으로 뼈아픈 얘기다. (불현듯 삼성에 근무 중인 나의 절친들이 생각나는군요! 친구들아, 컴퓨터, 노트북, 핸드폰, 태블릿은 다 삼성이란다!)

차라리 LG Objet 광고처럼 인덕션의 멋지고 유려한 디자인을 앞세워 감성 마케팅을 하던가, 14종의 안전장치를 강조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이전 광고인 ‘당신의 주방은 어떤가요’ 편이 훨씬 직관적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LG DIOS 인덕션-당신의 주방은 어떤가요’편 광고 (출처: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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