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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문화재단 Dec 17. 2021

vol.16  사람이 만드는 지능

부산문화재단 

창의예술교육 랩 


vol.16 사람이 만드는 지능



  부산문화재단의 2021년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예술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콘텐츠 모델을 연구‧개발‧실행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작년 AI(인공지능) 기반의 과학기술과 지역문화예술인 부산농악을 접목하여 빚어내어 <AI 농악>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면 올해는 이를 교육 현장에 접목, 확산시킬 것입니다. 이에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하여 모였습니다. 브런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에듀테크(edutech)를 구현하는 지난한 과정이 어떻게 나아가고 기록되는지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부산문화재단은 시민 여러분의 새로운 사고를 일깨우고 행복을 제공하는 데 보탬이 되겠습니다.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가 올해 『클라라와 태양』을 발표했습니다. 인공지능 로봇과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냅니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인간다울 때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는가?”      


  로봇 기계와 인공지능이 발달한 미래를 상상해보라고 하면, 흔히들 주권이나 일자리를 빼앗기는 풍경을 떠올립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처럼요. 한참 거론되는 4차 산업혁명 또한 발달한 초지능으로 인해 많은 직군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안고 있는데요. 이러한 전망 속에서 많은 기관과 기업이 앞다투어 AI 물결을 대비하거나 관련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I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리킬까요? 단순히 인공지능의 원리가 무엇인지 알면 그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AI(Artificial Intelligence)란 인공지능(人工知能), 인간의 지능을 인공적으로 구현함을 뜻합니다. 인간의 지능을 모방함으로써 우리는 사람의 머릿속이 어떠한지 보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를 대신할 로봇을 만들어 각종 노동을 아웃소싱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닌 것입니다.      


  사람의 지적 영역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의 지적 능력과 그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그릴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인간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가즈오 이시구로 또한 소설에서 인공지능을 세밀하게 다룸으로써 인간의 본질을 반추합니다. 권력이나 직장만이 아닌 ‘인간다움’을 인공지능에게 넘겨준다는,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로봇을 작중설정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사람이란 존재는 과연 무엇으로 이루어지고 결정되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하여 『클라라와 태양』은 분명 AI를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우리 인간을 다루는 소설로 거듭납니다.     


  부산문화재단 창의예술교육 랩(이하 창의랩)의 포부 또한 위와 문제의식을 공유합니다. 부산농악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려는 발상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인공지능의 개념을 환기하는 한편 그러한 새물결 앞에서 사람이 어떠한 존재인지, 무슨 가치를 획득하고 상실하는지를 함께 논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창의랩 회의에는 수 년간 인공지능 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는 이지은 자문위원(현 지니코딩스쿨학원 원장)과 함께 합니다.         




각종 기성 로봇 제품을 설명하는 이지은 자문위원



이지은    안녕하세요. 이지은입니다. 저는 20년 넘게 교육 현장에 있었고 4년 전부터 코딩 교육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작년 <AI 농악>에서 북을 치면 앞으로 가고 장구를 치면 옆으로 가는 오리로봇을 만들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저희 학원에서도 아두이노를 활용해 소리를 감지하는 인공지능을 만든 적 있는데요. 사실 AI에게 음악을 학습시키고 싶었는데 아무리 조용한 곡이라도 쉽지 않더라고요.    

 

연구진    어째서 그럴까요?     


이지은    대개 음악은 클라이막스 부분이 있는데요. 그 낙차를 조율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특정한 소리만 티처블 머신러닝을 활용해 학습시켜야 했어요. <AI 농악>도 북과 장구 소리가 비슷하니까 되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잘 진행하신 것 같아요.     


연구진    저희가 오조봇, 햄스터와 같은 기성 제품을 사용하려고 하는데 조언해주실 점 있으실지요.     


이지은    오조봇은 코드를 인식하는 로봇이에요. 특정 색상의 코드마다 고유한 명령어가 있어서, 느리게 가거나 아니면 2배속으로 빠르게 가는 식이에요. 그래서 일테면 오조봇끼리 달리기 시합을 시킬 수도 있겠지요.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커리큘럼이 상세히 나와있어요.


             햄스터는 컴퓨터가 따로 준비돼 있어야 해요. 코딩 작업이 더해지고요. 그래서 초등학교 1-2학년은 대상으로 삼기 힘들고요. 적어도 3학년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5-6학년이 보통 충분히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게다가 한 학급이 20명 이상이라면 선생님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요. 노트북이나 기계를 쉽게 다루지 못하는 학생이 도움을 요청할 때 바로잡아주기가 힘듭니다. 어렵다는 건 그만큼 깊이가 더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코딩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가짓수가 무궁무진합니다. 



작은 햄스터 로봇과 이를 설명하는 이지은 자문위원



연구진    그러면 한 번에 몇 명 정도가 적당한가요?     


이지은    제가 볼 때는 다섯 명이에요. 아두이노는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이 있는 수업이 가능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워요. 교사 선생님들도 배우기 까다롭고요.     


연구진    고장 문제는 어떤가요?     


이지은    이런 조그만 로봇이 학생들 손에 가면 실제로 고장이 많이 납니다. AS를 맡겨보았는데요. 1-2년은 무상 보증기간입니다. 또 수업이 끝나면 무조건 전원을 꺼줘야 하는데 깜빡하는 경우가 많아요. 5핀짜리 케이블로 충전을 해야 하는데 그저 고장났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오조봇은 외국에서 수입하는 거라 전반적으로 약간 비쌉니다. (웃음) 많은 선진국에서 코딩 교육할 때 이 오조봇을 씁니다.      


김덕희    햄스터는 소리를 인식해서 엔트리를 짤 수 있는 기능이 있더라고요.      


이지은    네. 그런 딥러닝 때문에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는데요. 핑퐁도 가능한 지점입니다.      


   

핑퐁 로봇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켜보는 연구진들



이지훈    아까 말씀하신 바로는 소리 인식이 좀 어렵다고 들었는데요.     


이지은    정확한 문장은 오히려 쉬워요. ‘가’, ‘돌아’ 이런 명령어는 쉽게 인지합니다. 그런데 음악이란 정말 소리의 결이 다양하잖아요. 이런 지점을 일일이 캐치해내기란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쉽지 않을 거예요.    

 

김덕희    사람 한 명의 목소리만 인지할 수 있는 건가요?     


이지은    아녜요. 여러 명이 같이 하는 게 제일 좋죠. 본디 학습이란 것이 그렇잖아요. 많은 데이터를 입력시킬수록 인공지능이 똑똑해지겠지요.         


김태희 책임연구원



김태희    티처블 머신을 말씀해주셨는데요. 녹음할 때 아무 소리를 들려주지 않아도 반드시 들리는 소리가 있습니다. 배경 소리인데요. 장구 소리를 녹음한다면 인공지능은 배경 소리와 이 장구 소리를 구분할 줄 알아야겠지요. 그러면 인공지능이 그 소리들을 구획화해서 분류합니다. 일종의 가상 차원을, 그것도 아주 수학적인 다차원 공간을 만드는 겁니다. 여기에다 데이터들의 음악적인 특성을 추출해 나열합니다. 그러다 보면 평균적인 분포도가 나오겠지요? 소리 지점이 어디에 위치하는가에 따라 소리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런 원리를 어떤 교육으로 이해시킬 것인가 따져봐야 합니다. 티처블 머신을 이용해 아이들이 직접 소리를 분류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도 재밌겠지요. 그래서 이러한 개념을 확실하게 일러줄 필요가 있습니다.          



창의랩 연구진들



김태희    로봇을 활용하니까 물리세계에 컴퓨테이션(컴퓨터 계산)을 이끌어내는 피지컬 컴퓨팅도 함께 얘기해보고 싶네요. 일테면 바퀴를 몸통 어디에 붙이냐에 따라 해당 물체의 정체성은 달라지게 됩니다. 같은 구조를 갖고도 다른 기능과 의미를 띠는 것이지요. 여기에 정해진 정답이 없으므로 창의적인 발상을 견인할 수 있습니다. 


             사물 인터넷도 하나의 예입니다. 의자에다 센서를 달아 몸무게를 재거나 그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때 의자는 다른 정체성을 획득합니다. 이런 창의성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원리를 파악하고 학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맥락을 이해하고 생각을 틔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겠습니다.     


연구진    키워드를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김태희    맞습니다. 첫 번째는 센서입니다. 반응이지요. 두 번째는 프로세스, 절차입니다. 세 번째는 반복입니다. 파라미터를 설정해 매번 반복해 값을 구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인식입니다. 가장 쉬운 인식으로는 분류가 있겠지요. 이 네 가지 키워드가 우리 <AI 농악>을 구성하는 테마 후보로 삼으면 어떨까요? 여기에다 스토리텔링을 입히면 재밌을 듯합니다.     


이지훈    좋습니다. 분명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아요. (일동 웃음) 정리해주신 네 가지를 4차시 교육과정에 맞춘다고 할 때 내용이 분명해지는 장점이 생기겠네요. 다만 각각의 키워드대로 딱 잘라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참 쉽지 않을 듯합니다.     


김태희    네. 이미 저희 <AI 농악>에 이러한 키워드들이 고루 스며들어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들고요. 교육의 핵심이 무엇이냐를 거듭 살펴봐야한다는 점에서 말씀드려보았습니다.      




  김태희 책임연구원이 강조하는 교육의 핵심은 표면적인 현상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지능이 어떤 알고리즘을 띠는지 그 구체적인 맥락을 이해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수학 공식을 외워도, 응용할 수 없다면 반쪽짜리 학습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과거와 다를 바 없이 여전히 정답만을 요구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AI 농악>은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야 할 것입니다. 교육을 위한 교육이 아닌, 사물의 본질을 짚는 진정한 학습을 위해 연구진 일동은 오전부터 시작한 회의를 멈추지 않고 오후까지 이어가자고 한 데 입을 모았습니다. 그리하여 이지은 자문위원이 떠나고도 연구진은 올해 선보일 새로운 <AI 농악>에 구체성을 더하고자 합심하였는데요. 오후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다음 브런치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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