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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문화재단 Jan 24. 2022

vol.20 스타일을 찾아

부산문화재단 

창의예술교육 랩 


vol.20 스타일을 찾아



  부산문화재단의 2021년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예술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콘텐츠 모델을 연구‧개발‧실행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작년 AI(인공지능) 기반의 과학기술과 지역문화예술인 부산농악을 접목하여 빚어내어 <AI 농악>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면 올해는 이를 교육 현장에 접목, 확산시킬 것입니다. 이에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하여 모였습니다. 브런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에듀테크(edutech)를 구현하는 지난한 과정이 어떻게 나아가고 기록되는지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부산문화재단은 시민 여러분의 새로운 사고를 일깨우고 행복을 제공하는 데 보탬이 되겠습니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Las Meninas>과 이를 오마쥬한 피카소의 <시녀들>



나는 열다섯에 벨라스케스처럼 그리려고 했다.
내가 아이처럼 그림을 그리는 데는 그로부터 80년이 걸렸다.     


  벨라스케스(Velázquez, 1599~1660))는 바로크시대 최고의 화가입니다. 클림트는 “이 세상에 화가는 두 명만 있다. 벨라스케스와 나”라고 할 정도였지요. 전 세계 많은 화가들이 그의 화풍(Style)을 공부하고 때로는 모방했습니다. 같은 스페인에서 나고 자란 까마득한 후배 피카소 또한 벨라스케스의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요. 다만 피카소는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나섰고, 마침내 소위 ‘청색시대’라고 하는 음울한 시기를 극복하고 큐비즘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확립합니다. 바로 ‘아비뇽의 연인들’이라는 그림으로요.


  큐비즘은 그를 완성된 화가의 반열로 올려놓았습니다. 그럼에도 피카소는 큐비즘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점과 면, 선을 끊임없이 파헤쳤고 구체적인 사물을 추상으로 몰아붙였습니다.     



구상에서 추상으로 가는 피카소의 황소 연작



  피카소가 일흔여섯이 되었을 때, 그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무려 58점에 걸쳐 오마쥬합니다. 다섯 달이 걸린 제작 기간은 노년이 몰두하기에는 강도 높은 과정이었습니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자로부터 회피하기보다는 존경하는 마음을 담는 동시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이어나감으로써 그는 진정한 ‘오마쥬’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부산문화재단 창의예술교육 랩(이하 창의랩)이 연구‧개발하는 <AI 농악> 회의 현장을 오늘도 보고 계십니다. 기성 로봇을 사용할 것인지, 새로운 로봇을 개발할 것인지를 두고 연구진이 긴 토의를 거치는 모습을 지난 브런치들에서 확인하셨을 텐데요. 창의랩은 <AI 농악>을 보편적인 교육 모델로 보급하는 한편, <AI 농악>만의 스타일을 잃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제 그간의 노고를 <예술교육 온종일파티>에 선보일 순간이 머지 않았습니다. 오늘 회의에서는 <AI 농악>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정수들, 각 스테이지의 콘텐츠들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최종적으로 조율합니다.         




예술교육 온종일파티 포스터


 

김태희    먼저 보고서 작성부터 말씀드리자면, 최종 검수 및 제작은 제가 해야 할 것 같고요. 교육 프로그램은 최윤정 연구원과 김덕희 연구원이 내용을 덧붙여주시기 바랍니다. 이론적‧교육적 배경은 이지훈 연구원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전체 내용을 취합하고 구성하는 역할은 김보람 연구보조원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연구진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김태희    그리고 제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이번 <예술교육 온종일파티>에서 한 번 활용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바로 모션 인식 기술입니다. 서클(Circle), 웨이(Way), 턴(Turn), 크로싱(Crossing), 위치(which), 시팅(Sitting)이라는 여섯 가지 공정이 있는데요. 이걸 미리 AI에게 학습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AI도 똑같이 흉내내는 것이지요.     


최윤정    혹시 구글에서 다운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일까요? 구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사람 코 위치를 인식해서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더라고요.     


김태희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은 이 로봇이 인간의 움직임을 인식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만들어보았습니다.      


이지훈    좋네요. 우리 콘텐츠가 시각적으로 심심한 것은 아닐까 걱정했거든요.     


남서아    저희가 지난 회의에서 <오징어게임> 형태로 하겠다고 했잖아요. 얼마큼 컨셉을 가져올 것인지 정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홍보물이나 옷차림을 확실하게 정할 수 있으니까요.      


최윤정    출입구는 하나인가요?     


남서아    네. 다른 존과 달리 별도의 공간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출입구 하나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김덕희    한 타임당 인원이 15-16명이라고 하였는데, 네 명씩 한 팀이 되어, 네 팀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떤가요? 세 팀이 스테이지를 진행하고, 다른 한 팀은 김태희 책임연구원이 만든 모션 인식 로봇과 어울리며 대기하는 것이지요.     


이지훈    그러면 한 팀당 소요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요?     


김덕희    삼십 분이면 적당할 듯합니다.     


이지훈    학부모들이 같이 오시진 않겠지요?     


남서아    게임에 직접 참여하진 않으시지요. 다만 아이들과 같이 오시지 않을까 합니다.      


김덕희    <AI 농악> 무대가 오징어 형태를 유지해야 하잖아요. 오징어 배치도가 뚱뚱한데, 스테이지를 배치하다 보니 좀 공간이 좁은 듯한 느낌이 들어요. 상모 로봇을 입구 가까이에 두나요?     


김태희    네. 그렇게 갑시다.         



이 투박한 단면도가 어떤 공간으로 탈바꿈할지는 다음 브런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지훈    4팀이 아니라 차라리 3팀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떨까요? 한 팀만 모션 인식 로봇과 어울리면 이상할 것 같기도 한데요.     


김덕희  작년 <AI 농악>을 떠올려보면, 인원이 5명이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스테이지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겉도는 아이가 생긴다는 얘길 들었어요.     


남서아    음, 제가 보기에는 특별히 누구 하나 배제된다는 느낌까진 아니었어요.     


정만영    지금 만들고 있는 퍼즐을 보면 다섯 가지로 나뉘어져 있거든요.     


김덕희    퍼즐 열쇠의 비밀번호 자리수를 5자리로 하다 보니, 퍼즐도 5개로 분리한 건데, 크게 상관은 없을 거예요.     


김  정    굳이 15명에 딱 맞춰 계산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리고 공간을 미리 답사해보시고 큰 그림을 그려도 좋을 듯해요. 저희 재단 직원이야 미리 봤지만 아직 연구진은 살펴보지 못하셔서 머릿속에 명확히 그려지지 않을 테니까요.     


이지훈    말씀 종합해보면 4명이 딱 좋을 것 같네요. 한 팀당 30분씩 소요된다고 치면 네 팀이니까 딱 2시간 걸리니까 한 스테이지씩 번갈아서 하면 되지 않겠어요.     


정만영    작년도 꽤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김덕희    학생이 상모를 돌리면 거기에 맞춰 상모를 돌리는 로봇도 저희 하기로 하지 않았나요?      


김태희    모터의 각도를 돌리기가 쉽지 않아요. 회전용 모터를 따로 넣어보겠습니다. 아이디어는 참 좋은데 이제 어떻게 기울게 할 것이냐가 관건이겠습니다. 모션 센싱을 해서 팔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게 한다든지...   

  

정만영    상모에다가 센서를 달아, 상모를 돌리면 로봇이 함께 움직이는 방식도 있겠습니다.     


김태희    네. 모자 안에 기울기 센서를 부착해서, 모자를 기울이면 로봇도 기우는 그런 식이 가능하겠어요. 그런데 로봇을 네 대나 만들긴 공간적으로 어려울 것 같고요.     


김덕희    네. 어쨌든 상모를 주제로 한 체험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정리해놓겠습니다.     


김태희    로봇과 상모를 주제로 인터렉션(Interaction)하는 것이지요.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컨퍼런스홀의 너른 공간을 으로 채우려는 창의랩 연구진들


     

남서아    공간에 대해 더 말씀드리자면, 벽에 현수막을 달아 <오징어게임> 컨셉을 표방할 것이고요. 이지훈 연구원이 의견 주신 것처럼 힌트가 들어간 포스터를 곳곳에 붙여둘 예정입니다. 


            투입되는 로봇을 정리하자면 캔디 로봇, 상모 체험 로봇, 연주 로봇이 있겠습니다.     


이지훈    캔디 로봇이 무엇입니까?     


김태희    아까 얘기한 사람 동작을 따라한다는, 제가 개발한 로봇입니다. 농악 복장을 입혀 분위기를 띄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서아    그럼 그룹은 네 그룹으로 나누고요. 한 그룹당 4명이 들어가니까 총 16명이 한 타임으로 운영되겠습니다. 선착순 마감이고요. 시간은 오전 10시, 오후 1시, 3시 이렇게 구성하겠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간 진행하고요. 콘텐츠는 저희가 연구한 ‘시작의 아이’, ‘농부의 땅’, ‘상쇠의 방’, ‘장단의 마을’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메타버스 콘텐츠를 한번 활용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그래서 베리테 정진리 대표가 작년 <AI 농악>을 메타버스 게임인 ‘로블록스’로 아카이빙 제작하였더라고요. 아이들이 ‘시작의 아이’에서 대기하는 동안 로봇도 체험하면서, 이 ‘로블록스’도 즐기면 좋을 듯합니다.     


정진리    네. 작년 <AI 농악>을 메타버스로 재현해보는 것도 하나의 아카이빙 방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게임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작년 내용을 완전히 옮기지는 못했지만, 스테이지를 탈출하기 위해 농악에서 힌트를 얻는 식으로 구현해보았습니다. 다만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사양이 되는 노트북이 구비되어야 할 듯합니다.     


남서아  네. 그래서 짧게나마 ‘로블록스’ 게임을 즐기면서 작년에 우리 연구진이 이런 콘텐츠를 기획, 연구했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일러주어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요.       


  

<AI 농악>을 로블록스 게임으로 아카이빙한 베리테 정진리 대표가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지훈  실제 게임 시간을 감안해 시간 배치를 잘 해야겠습니다. 미리 목각인형을 만들어보거나 하는 예전 아이디어는 어떻게 됐을까요?     


남서아    네, 그 아이디어를 공유했었는데요. 그냥 노트북만 설치하면 바로 체험할 수 있는 ‘로블록스’ 게임이 더 낫지 않을까 합니다.     


최윤정    진행요원 복장은 <오징어게임>처럼 분장하나요?     


남서아    농악 의상을 입히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와서요. 너무 따라하기보다는 저희 색깔을 조금이라도 살리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입니다.     


정만영    공간 바닥이 전체적으로 회색이어서 청색 테이프로 라인을 구분하면 좋겠습니다. 필요하면 화살표도 만들겠습니다. ‘상쇠의 방’을 보면 여기서 퍼즐과 진법을 맞추고 악기채를 꽂아서 힌트 카드를 찾는데요. 뿐만 아니라 색깔띠를 맞추는 콘텐츠도 준비돼 있습니다. 사실상 이 한 공간 안에 작년 <AI 농악> 콘텐츠가 다 몰려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바닥에 테이프를 붙여 구획을 분명하게 나누는 편이 좋겠습니다.     


김덕희    네, 어쩌면 좀 좁을 수도 있겠습니다.     


정만영    그리고 작년에 활용한 상모 로봇은 기울기 센서를 부착해 아이들이 상모를 쓰고 돌리면 같이 돌아가는 원리지 않습니까? 아이들 동작을 따라하는 캔디 로봇도 이곳 ‘시작의 아이’ 공간에 있어서 충분히 체험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남서아    네. 진행요원이 확인할 수 있는 가이드북도 만들어야겠습니다. 그래야 소요시간을 저희가 좀 배분할 수 있을 테고요.     


김덕희    큐시트는 김보람 연구보조원과 제가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리고 보드게임을 오늘 한 번 더 시연해볼 텐데요.


            게임 방법을 제가 보완했어요. 악기채까지 가는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오리팀은 가장 빨리 가는 길을 만들면 되고요. 가뭄의 신 팀은 이 오리가 멀리 가도록 방해하면 됩니다. 경로 타일은 여섯 가지로 늘려보았습니다. 타일은 한 번에 세 장씩 나눠줍니다. 한 장 소모할 때마다 새로 한 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유의할 점은, 상대방이 가장자리에 막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뭄의 신 팀이 아무리 오리 팀을 방해하고 싶어도, 적어도 항상 길이 나도록 타일을 놓아야 합니다. 일종의 핸디캡입니다. 만약 갈 수 있는 카드가 없다면 기권해도 됩니다.     


강정훈    재밌네요. 그런데 스토리상 오리 팀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 아닌가요?     


김덕희    그렇지 않아요. 그 다음 게임인 미로 탈출 게임에서 말을 바꾸면 됩니다. 오리팀이 지면, 가뭄의 신이 가진 악기채를 다시 찾으러 가야한다고 설명하는 거지요. 미로를 통과해서 나아가자고요. 반대로 오리가 이겼다면, 획득한 악기를 연주하며 이 가뭄이 든 땅을 탈출해, 생명의 땅으로 나아가자고 안내하면 됩니다.


            그리고 미로 게임은 아시다시피 징, 북, 장구, 꽹과리를 발음하면 해당 악기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오리 로봇을 조종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각 악기들 이름보다는 그림으로 표시하는 게 나을 듯한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만영    둘 다 들어가면 되겠네요.      


김덕희    네, 그렇게 고쳐보겠습니다.          



장애물이 놓인 미로게임.‘징’, ‘장구’, ‘꽹과리’, ‘북’을 발음하여 오리로봇을 이동시킬 수 있다.



남서아    그러면 모쪼록 마지막까지 힘내주시기 바랍니다!             


       

  피카소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 아니라 나의 시녀들을 그리고 싶다”고 선언했습니다. 올해 <AI 농악>은 기성로봇을 비롯하여, 분명 세간에 이미 존재하는 수단과 방식을 참고해 만든 교육 모델입니다. 그럼에도 <AI 농악>은 부산문화재단 창의랩만의 스타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이제 <예술교육 온종일파티>에서 모습을 드러낼 일만 남았습니다. 다음 브런치에서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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