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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문화재단 Feb 13. 2022

vol.21 예술교육 온종일파티

부산문화재단 

창의예술교육 랩 


vol.21 예술교육 온종일파티



  부산문화재단의 2021년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예술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콘텐츠 모델을 연구‧개발‧실행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작년 AI(인공지능) 기반의 과학기술과 지역문화예술인 부산농악을 접목하여 빚어내어 <AI 농악>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면 올해는 이를 교육 현장에 접목, 확산시킬 것입니다. 이에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하여 모였습니다. 브런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에듀테크(edutech)를 구현하는 지난한 과정이 어떻게 나아가고 기록되는지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부산문화재단은 시민 여러분의 새로운 사고를 일깨우고 행복을 제공하는 데 보탬이 되겠습니다.


<예술교육 온종일파티> 무대를 설치 중인 연구진



  마침내 <아이(AI)농악>이 부산문화재단에서 주관하고 개최하는 <예술교육 온종일파티>(이하 온종일파티)라는 시험대에 오릅니다.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온종일파티는 아이들이 직접 문화예술교육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총 4개의 존(Zone)입니다. 이 중 하나가 바로 부산농악과 인공지능의 만남을 <오징어게임> 형태로 풀어낸 ‘창의예술교육(Art Education for creativity) 존, <아이농악>인 것입니다. 구체적인 행사 일정은 이렇습니다.








  행사 전날, 연구진은 로봇을 비롯한 준비물을 창의예술교육 존으로 옮겨놓습니다. 각종 로봇과 키트를 단순화, 모듈화하였지만 여전히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아래 보시는 것처럼 벽면에 현수막을 배치하고 프로젝터 영상을 틀어야 하고요. 벽 한편에는 농악깃발도 배치해야 합니다. 노트북도 무려 8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간마다 전기 배선을 적절하게 깔아주어야 합니다. 


  또, <오징어게임> 컨셉에 맞게 공간을 도형으로 구획해야 하므로 카펫 바닥에 색깔별로 시트를 부착해야 합니다. 덕분에 평면성과 개방성이 강조됩니다. 스테이지를 즐기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매우 직관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아직 설치가 덜 된 창의예술교육 존
출력이 끝난 <아이농악> 팸플릿
‘장단의 마을’에서 압력센서를 손보는 김덕희 공동연구원


농악을 스스로 연주하는 로봇을 설치하는 정만영 연구원 & 강정훈 연구보조원



  1회차당 참여 인원은 최대 16명으로, 4명씩 팀을 나누고 색깔 이름 스티커로 팀원을 구분합니다. 모든 참여자가 모이면 진행요원이 게임의 흐름을 간단히 설명하는데요.     


  창의예술교육 존에서 꽃피게 될 <아이농악>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작의 아이’에서 시작해서 ‘장단의 마을’, ‘상쇠의 방’, ‘농부의 땅’을 번갈아 체험하고 마지막에 ‘농악의 신’에서 모여, 농악 로봇이 자진모리 장단을 연주할 수 있게끔 징을 울리는 것입니다.     





  이윽고 날이 밝았습니다. 미리 예약한 참가자들이 하나둘 입장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만연한 시기이므로 발열 체크를 하고, 마스크도 올바르게 썼는지 일일이 점검합니다. 또 직접 만지는 키트가 많으므로 손 소독을 반드시 합니다. 그러고 나면 팸플릿을 받을 수 있습니다. 팸플릿은 게임을 어디까지 진행하는지 알 수 있는 척도이므로 끝날 때까지 소지해야겠지요?         



입구 부스에서 참여자는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철저히 하고 입장합니다



팸플릿을 꼼꼼하게 읽어보는 아이


  

  자, 참여하기로 한 아이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4팀으로 나뉜 참여자들은 진행요원이 이끄는 대로 각각 4가지 공간에 입장합니다. 한 스테이지를 완료하면 팸플릿에 도장을 찍을 수 있습니다. 도장을 모두 모아야 탈출할 수 있다는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입니다.   



각 구역을 통과하면 이렇게 팸플릿에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창의예술교육 랩 존 ‘아이농악’입니다. ‘아이농악’은 인공지능의 AI와 여러분들과 같은 아이들이 체험한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에요.

오늘은 여기 보시는 것처럼 각 도형을 이동하면서 부산농악와 인공지능이 합쳐진 다양하고 재밌는 게임을 체험하게 될 거예요.”     



그러면 아이들을 따라 각 공간마다 어떤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는지 살펴볼까요?     




① 시작의 아이    



  ‘시작의 아이’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건 역시 갈매기 로봇입니다. 김태희 책임연구원이 직접 개발한 이 귀여운 로봇은 신기하게도 눈앞에 선 사람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는데요. 내가 건넨 의미를 로봇이 받아들여 작동한다는 점에서, 기계와 인간의 대화를 전제하는 ‘전산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을 자연스레 연상케합니다. 아이가 왼쪽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아니면 몸을 숙이거나 들 때마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갈매기도 따라 움직이는데요. 정말 서로 대화하듯 보이지 않나요?            



상모 로봇과 이를 직접 설계한 김태희 책임연구원


      

  그다음 눈길을 끄는 로봇은 상모 로봇입니다. 진행요원이 상모가 농악할 때 쓰는 모자임을 알려주네요. 날렵하고 꼿꼿한 뼈대로 구성된 로봇은 센서가 달려있어, 학생들이 상모를 쓰고 돌리면 똑같은 방향으로 돌아간답니다. 도대체 어떻게 자신의 행동을 따라하는 건지, 아이들은 오랫동안 의문을 품을 것이고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의 본질이 될지도 모릅니다.             



로블록스 게임으로 재탄생한 <아이농악>을 플레이하는 아이들


 

  갈매기와 상모 로봇을 모두 체험한 아이들은, 작년 <아이농악>을 메타버스로 아카이빙한 로블록스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요. 이곳 아이들처럼 AI와 부산농악이 생경했던 아카이빙 전문가가 작년 <아이농악>을 직접 경험한 후 만든 프로그램이랍니다. 진행요원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일러줍니다. 이런, 단숨에 클리어해버린 학생이 있는가 하면, 메타버스 게임 조작이 어려워 우물쭈물하는 친구들도 보이네요.     




② 장단의 마을      



  다음으로 이동해볼까요? 장단의 마을에서 장단(長短)이란 농악과 같은 전통음악에서 박자‧빠르기‧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리듬 형태를 말해요. 여기에서는 테이블 위에 설치된 압력 패드를 두드려 장단을 맞추거나 연주할 수 있답니다. 


  패드마다 그림이 그려져있고, 커다란 모니터 화면에는 각각의 그림이 연속적으로 나열됩니다. 그림이 나열된 순서에 따라 패드를 누르다 보면 어느새 덧배기 장단이나 자지모리 장단을 이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처음에는 미심쩍게 패드를 만지던 아이들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난타하듯 패드를 두드리는 모습이 참 흥미롭습니다.             



③ 상쇠의 방    


    상쇠란 단어가 생소하지요. 상쇠란 농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레패나 농악대에서 꽹과리를 치며 전체를 지휘하는 사람을 가리켜요. 그래서 이 방에는 농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숨겨져 있답니다. 4가지 문제를 차례대로 풀면 농악 연주에 쓰이는 4가지 악기채를 모을 수 있는데요. 악기채를 다 모아야 다음 도형으로 넘어갈 수 있겠지요?     


  그런데 게임이 4가지나 되다 보니 어느 것부터 시작해야할지 아이들이 가끔 헤맬 때가 있네요. 그럴 때마다 최윤정 공동연구원이 나서서 아이들을 안내합니다. “여기 퍼즐이 있네요! 이것부터 맞춰보면 좋을 듯한데요?”         


힌트를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최윤정 공동연구원과 직접 퍼즐을 맞추는 아이들



  이윽고 퍼즐을 모두 맞췄더니 각 퍼즐마다 알파벳과 숫자가 보입니다. 그것들을 한 데 모았더니, 보물상자의 자물쇠를 열 수 있는 힌트가 되네요. 자, 상자에서 악기채를 얻고 다음으로 넘어가봅시다!         



하나씩 찾은 힌트를 모아 자물쇠를 여는 아이들



  그 다음은 삼색띠를 맞추는 게임입니다. 농악의 의상이 무슨 색으로 구성되는지, 그리고 그 색깔이 각각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다들 아시나요? 땅은 노랑, 사람은 파랑, 하늘은 빨강이랍니다. 각 색깔에 해당하는 천을 센서에 갖다대면, 고유한 색깔 코드를 인식하고 불이 켜지는 것이지요! 세 곳에 불이 다 들어오면 열쇠를 얻어 악기채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진행요원의 도움을 받아 삼색띠의 색깔을 찾는 아이들


 

  상쇠의 방 세 번째 게임은 진법 맞추기 게임입니다. 농악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어떤 방향으로 다 같이 줄지어 걷는 형태를 진법이라고 해요. 그 형태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이 있지요. 원 모양의 기본진, 소용돌이 모양의 방울진, 한자 을(乙)을 닮았다고 해서 을자진, 태극 형태 모양의 태극진 등…. 모양과 이름이 일치하도록 바퀴를 돌려 맞춰볼까요?         


 

바퀴를 돌려 네 가지 진법 모양과 이름을 맞춰보는 아이들



  정확히 맞췄더니 딸칵- 소리와 함께 악기채가 나타납니다. 세 가지 악기채를 모은 아이는 이제 마지막 문제로 넘어갑니다. 마지막은 깃발 게임입니다. 농악에 등장하는 깃발의 끝 부분에는 어떤 장식이 달려있다고 하는데요. 이 깃털 장식은 하늘과 수신하는 안테나 역할을 한답니다. 각각 다른 장식물이 달린 깃봉 중 진짜 농악기는 무엇일까요?             



각각의 깃봉을 넣을 때마다 박스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연구진들



  네, 정답은 오리 깃털이었습니다. 오리나 꿩 같은 물새는 땅에서 걷는가 하면 물속을 헤엄치고 하늘을 난다고 해서, 여러 세계를 아우르는 동물로 여겨졌다 해요. 맞는 깃봉을 꽂았더니 사각 상자에 불이 들어오네요.   


  그러면 이번에는 지금까지 모은 4가지 악기채를 알맞은 모양에 꽂아볼까요? 각각 꽂았더니 DUCK이라는 글자가 나타납니다. 네, 오리입니다. 오리는 오늘 아이농악에서 제법 등장하는 새니까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그러고보니 아이농악 미션을 완료한 아이들에게 나눠줄 선물도 오리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④ 농부의 땅   


  네 번째 공간은 농부의 땅입니다. 원래 농악은 농사의 고됨을 달래고 한 해 풍요로운 농사를 위해 흥겹게 벌이는 판이었다고 하지요. 농악이 농악대로 신명 나고, 농부가 농사를 잘 지으려면 날씨가 좋아야겠지요? 이번 농부의 땅에서는 농악을 대표하는 오리와 이를 가로막는 가뭄의 신이 한바탕 대결합니다.      



각각 오리와 가뭄의 신 팀으로 나뉘어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


  

  먼저 살펴볼 프로그램은 피지컬 컴퓨팅인 햄스터 로봇을 사용한 보드게임입니다. 보드 게임 가운데 작은 악기채가 보이지요? 오리와 가뭄의 신은 각각의 땅에서 악기채를 획득하는가 하면, 반대편이 악기채를 최대한 늦게 획득하도록 방해해야 합니다! 어떻게 획득하고 방해하냐고요? 진행요원이 나눠주는 경로타일을 번갈아 보드에 한 장씩 놓아 길을 만드는 것이지요. 처음에 3장을 갖고, 한 장씩 소진할 때마다 추가로 한 장씩 받는 규칙입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벽에 부딪히게 만드는 경로를 만들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너무 게임이 재미없겠지요?         



보드게임을 즐기는 아이들과 진행요원, 그리고 대결을 관람하는 이지훈 공동연구원


     

  다음 게임은 메마른 땅에서 탈출하는 게임입니다. 오리와 가뭄의 신 팀으로 잠깐 갈라섰던 아이들은 이제 다시 한 팀으로 뭉쳐야 합니다. 이 게임의 말은 머신러닝 기능을 탑재한 오리로, 수많은 음성을 학습하여 악기 이름을 알아듣는 신기한 로봇입니다. 농악의 악기인 장구, 징, 북, 꽹과리를 발음할 때마다 오리가 알아듣는다고 설명하니 아이들을 너나할 것 없이 악기 이름을 소리칩니다. 이제 보니 장구를 외치면 오리로봇이 앞으로, 징을 외치면 뒤로 가고요, 북을 외치면 왼쪽으로, 꽹과리를 외치면 오른쪽으로 90도 회전하는군요! 그러면 장애물을 피해 앞으로 나아가봅시다.           



농부의 땅에서 펼치는 메마른 땅 탈출하기. 장애물을 피해 오리로봇을 움직여 풍요의 땅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침내 장애물을 뚫고 풍요의 땅에 도착하였습니다. 가끔(?) 오리가 발음을 다르게 인식하고 멋대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모든 시행착오 또한 머신러닝 기능의 일부일 테지요. 우리도 반복 숙달한 만큼 능숙해지듯, 오리 로봇도 많이 알아들을수록 더 똑똑해진달까요.     


  자, 팸플릿에 모든 도장을 받아낸 아이들은 이제 농악의 신 앞에 섭니다. 로봇 형체의 농악의 신이 아이들을, 아이들 또한 이 낯설고 신비로운 형태의 로봇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이 로봇을 움직이려면 징 소리를 울려야 합니다. 보통 농악에서 연주의 시작을 알리는, 바로 그 징 소리를요.         




 

  나서기 좋아하는 한 친구가 악기채를 듭니다. 그러고는 힘차게 징을 울립니다. 댕- 하는 소리가 공간 전체에 울려퍼지자 농악의 신 로봇도 그에 맞춰 악기를 연주합니다. 마치 사람처럼요. 연주를 듣자하니, 상당히 익숙한 장단입니다. 아, 아까 배웠던 자진모리 장단이군요.    



로봇이 각각의 팔을 이용해 네 가지 악기를 연주하는 한편 머리로 상모를 돌리고 있다



  로봇이 선사하는 근사한 농악 연주를 끝으로, 2시간 분량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채로운 경험이 마침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윽고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요원이 안내하네요. 상당한 자극이 되었는지 모두가 허투루 쓰지 않고 신중하게 한 자 한 자 적어 냅니다.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적는 아이들과 오리 쿠키

         

 

  조사지를 제출한 아이는 귀여운 오리 쿠키를 받아갈 수 있는데요. 귀여운 걸로 끝이 아니라 아이들 모두 맛있다며 미소를 짓습니다. 쿠키 시식을 마지막으로 이틀간의 아이농악이 종료됩니다. 마치 한 해가 끝난 것처럼 연구진 모두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낍니다. 이제 설치했던 것처럼 이 공간을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아야겠지요. 과연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지적 자극을 얻어갔을지, 설문조사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연구진 모두 아이들이 행복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확신을 마음 한편에 품습니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온종일파티 이후 모인 연구진들이 한 해 동안 분투한 소감을 밝힙니다.  2021년 아이농악이 어떤 결과물로 매듭지어졌으며 얼마나 유익한 교육 모델인지,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이날 회의에서 소회를 주고받으며 알 수 있겠지요. 마지막까지 아이농악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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