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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do Oct 22. 2020

꿈을 이루는 사람

건물주가 되고 싶다고 말해봐

남편은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 IMF 시절에 그가 미국에 있었으니 남들이 보면 있는 집 자식이었나 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집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미국행을 선택했다고 한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해야 하는데 집안 형편 때문에 복학이 어려웠고 아르바이트만 전전했다고 한다. 한국에 있다가는 이렇게 계속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복학도 못하고 시간을 보내게 될까 봐 두려웠다고 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 비를 모아 정말 비행기표 한 장 끊어서 지인이 있는 미국으로 갔다.  그곳에서도 생활을 해야 하니 지인 슈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에 진학했다. 방학 내내 주유소에서 일하고 학교에서 야간 경비 근로 장학도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고 한다.


그렇게 어렵게 미국에서 6년 반 만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취업이 어려워서 취업 준비하는 동안 다시 지인 슈퍼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부푼 꿈을 가지고 택한 미국행의 끝이 처음과 같으니 얼마나 좌절스러웠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다가 미국에서 만난 홍콩 친구의 조언으로 상하이에 건나가 어학연수 1년을 했다. 어학연수를 하며 주재원 한국 부인들을 알게 되었는데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한국 청년인 남편에게 자녀들 영어 과외를 부탁했다고 한다. 미래가 불확실한 청년의 눈에 주재원의 삶은 동경의 대상이었고 언제고 나도 저렇게 가족을 데리고 해외 주재원으로 나오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그런 꿈을 꾼 10년 뒤쯤 남편은 정말 상하이 주재원으로 발령이 나서 큰아이 6살, 작은 아이 23개월에 우리 가족은 상하이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상하이에 있는 동안 한국 본사에서 동말레이시아의 한 공장을 인수했다. 그래서 남편은 말레이시아 출장을 종종 가게 되었다. 그때마다 그는  “우리 가족이 가서 살면 너무 좋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상하이 주재원이 끝나면 말레이시아 발령 나는 거 아니냐는 나의 말에 그건 거의 불가능하지만 정말 가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편의 바람과는 달리 재작년 말에 남편은 한국으로 복귀 발령이 났다. 남편 먼저 한국에 들어가고 나는 남아 아이들 학교와 집 정리를 하고 있는 중에 남편이 갑자기 말레이시아로 발령이 날 것 같다 말했다. 그렇게 남편은 두 달 만에 다시 말레이시아 주재원으로 발령이 났다. 그가 꿈꾸는 대로 된 것이다.


“자기야! 자기는 꿈꾸는 대로 이루는 사람 같아. 너무 감사하고 놀라워.”

“그러게 나도 이게 무슨 일이지 모르겠어.”

“자... 그럼 이제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져봐. 자긴 바라는 대로 이루는 사람이잖아. 어서 말해봐.”

“...”

“아니 왜 말을 안 해? 간절히 꿈꿔 보라고! 건물주님이 되고 싶다”

“허허허”


나의 실없는 소리에 그는 그저 웃기만 했다. 아무래도 건물주가 되는 꿈은 접어야겠다. 그가 어떤 꿈을 꾸던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알기에 그가 나의 남편이고 아이들의 아빠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오늘도 나는 그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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